<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따르면 공명은 적벽(赤壁) 싸움에서 ‘부주(符呪)의 술법’으로 바람을 일으켜 조조의 수군을 깡그리 화공(火攻)으로 전멸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부주의 술법’이란 젊은 공명을 짝사랑한 구천현녀(九天玄女)의 시녀 호리녀(狐狸女)로부터 <육임(六壬)> · <태을신수(太乙神數)> · <기문둔갑(奇門遁甲)>을 받아 익힌 것으로, 마치 장량(張良)이 황석노인에게서 <태공병서(太公兵書)>를 얻은 것과 흡사한 면이 짙다.

재미있는 것은 <평요전(平堯傳)>의 기록이다.

호영아(胡永兒)라는 이가 구천현녀라는 신의 자식으로 전당포를 하는 호원외(胡員外)에게서 태어났다. 하는 짓이 늘 기괴하여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눈빛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호영아는 붉은 병을 기울여 2백여 알의 팥과 토막토막 자른 짚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그걸 집어 허위허위 공중에 던지며 물을 내뿜어 카악! 외쳤다.

호원외가 문득 바라보니 팥은 모조리 3치(寸) 가량의 빨간 투구와 갑옷 입은 병사로 변하고 짚은 말로 순식간에 변했다. 호영아가 즐겁게 깔깔거리며 놀자 호원외가 방으로 뛰어들어 말과 병사를 칼로 베니 그것들은 모조리 팥과 짚더미가 되어 쓰러졌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부주의 술법’이 허무맹랑한 그 옛날의 고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만에 이 ‘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을지. 제갈공명에게 신서를 준 호리녀는 구천현녀의 제자로 호영아와 배분이 맞은 동기였으니 이 아이러니컬한 역사의 시공을 뛰어넘을 수수께끼는 어디쯤에서 풀어야 할까.

황석노인에게서 받은 <태공병서> 역시 참으로 진귀한 것임엔 틀림없는데, 그 옛날 장량은 진시황제에게 사기를 치고 막대한 재물과 동남동녀를 데리고 삼신산으로 불사약을 찾아 떠나려는 서복(徐福)에게 황금 350닢을 얻어 신서를 수련한 덕분에 훗날 유방을 도와 한나라가 중원을 통일하는 데 초석이 된다.

한(漢)나라의 족보를 살펴보면, 유방은 본시 토색질을 일삼았던 건달 출신으로 젊었을 적엔 지명수배자가 되어 산중에 꼭꼭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게 숨어 있어야 했는데 황후가 된 여치(呂稚)는 부농의 딸로 유방의 협박 공갈에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된 사람이었다.

여치는 1남1녀를 낳았다. 아들은 유영(劉盈), 딸은 노원공주(魯元公主)였다. 이외에도 여덟 명의 자식이 따로 있고 다른 한 사람, 즉 유여의(劉如意)는 중국 역사상 첫 번째 참사를 당한 서한 왕조 제1대 유방의 제2호 부인인 척희(戚姬 ; 척의라고도 함)의 소생이었다.

산동성은 음양오행의 학설로 따져 수토(水土)가 좋은 곳이다. 성인 군자뿐만 아니라 가인이 많기로 유면한 고장인데 유방이 한중왕(漢中王)의 봉지인 남정현에서 진격할 때 척희를 만난 것은 정도현이었다. 이후 유여의를 낳은 후 모자는 유방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황태자 자리를 유영에게 넘겨 황후 자리를 여치에게 빼앗겼지만 척희는 포기하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늙은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폐하께서 연로하시어 갑자기 쓰러지시면 우리 모자는 누굴 의지하고 삽니까? 틀림없이 여치와 그의 아들이 우리 모자를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

유방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표독스러운 여치가 자신이 죽은 후 어떻게 나올지는 뻔한 노릇이었다. 여러 방법을 생각하다 유여의를 조나라 왕에 봉한 다음 황태자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문무백관들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주창(周昌)이 부복하여 아뢨다.

“폐·····하···그렇···게···하시···면···안···됩···니다·····그것은···절···대···복···종···할수······없···습······니···다,”

살기등등한 기류가 시퍼렇게 너울거리는 어전에서 메뚜기처럼 튀어나와 더듬더듬 불가함을 고하는 주창의 말에 대신들은 요절복통할 정도로 웃음을 터뜨렸다. 황태자의 폐위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미루어졌지만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여서 여치는 동생 여석지(呂釋之)를 장량(張良)에게 보내 묘책을 강구하도록 협박했다. 장량이 탄식을 터뜨렸다.

“황제가 곤경에 처했을 때엔 내 말을 들었어요. 지금 천하는 통일되고 황태자 문제는 황제 폐하의 개인적인 문제요. 그러니 어찌 내가 나선들 무슨 도움이 되겠소. 다만···.”

“다만, 무엇이오?”

“내 앞에 놓인 바둑판 위에 놓인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그대가 좋은 방책을 마련하리라 보오.”

장량이 펼친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