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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사론/ 2008 신예 중의 신예, 김기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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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사론/ 2008 신예 중의 신예, 김기용 (1)
2009-01-22     프린트스크랩
▲ 사진/월간바둑 이주배


기축(己丑)년은 소띠 해이다. ‘소' 하면 떠오르는 말이 우보천리(牛步千里). 2008년 신인왕 김기용(金起用) 4단을 말할 때 사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우보천리, 이 한마디면 그만이다. 장래 성장 가능성까지 담아 말하라면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사자성어로 대체할 수 있다.

2008년 바둑대상 선정에서 가장 치열했던 부문은 신예기사상이었다. 이는 2007년 ‘초단돌풍'을 일으키며 신예기사상을 수상한 한상훈처럼 2008년에는 압도할만한 신인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2008 신예기사상 후보에 오른 홍성지(2008 랭킹10위) 강유택(랭킹11위) 박정환(랭킹18위) 김승재(랭킹25위) 김기용(랭킹30위)의 활약이 도토리 키재기였다는 뜻은 아니다. 작은거인을 방불케하는 신바람이었으되 예년 같이 특정주자의 독주를 허용치 않고 1년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골랐다는 얘기다. 이처럼 각축을 벌였던 신예기사상을 김기용이 수상했다는 사실에 일단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기용 4단의 2008년 성적은 40승23패(승률 63%)로 다승 12위에 오르긴 했어도 후보 5명 중 랭킹이 가장 처진 30위였다. 그럼에도 그가 신예기사상을 거머쥔 건 3개의 신예기전(비씨카드배, 오스람코리아배, SK가스배) 가운데 2개(비씨카드배, SK가스배)를 석권한 덕이다. 바둑담당기자들은 그의 우보천리 스타일을 높이 사고 대기만성의 가능성에 표를 던진 것이다.

2007년 신예기사상을 수상한 한상훈 3단(왼쪽)이 2008년 신예기사상 수상자를 발표한 뒤 김기용 4단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진한(?) 포옹으로 축하해 주었다.

2009년 1월 8일 열린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김기용 4단은 수상을 전혀 예상 못한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수상소감에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에 대한 겸연쩍음도 스스럼없이 내비췄다.

“정말 몰랐는데…, 예상치 못한 큰상을 주셔서 영광이긴 한데 작년 성적이 안 좋아 받아도 되는지, 부끄럽습니다. 운이 좋아 (신예기전에서) 우승은 했지만…, 이 상도 운이 좋아 받은 거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8년 최고의 피니시블로

여러 말할 거 없다. 소띠 해이니 우선 신인왕 김기용의 ‘우보천리의 일국'부터 감상하고 본론에 들어가기로 하자. [장면1]의 흑1은 김기용 4단을 일생에 한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예기사상을 안겨준 묘수 한 방이다. 2008년 가장 인상적이고 멋진 피니시블로였다.  


 

[장면1] 제12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결승3국
박정환 3단
김기용 3단

<2008. 12. 19, 187수 끝, 흑 불계승>

국면을 보면 흑은 백△ 대마를 비롯해 우변을 완전히 접수했다. 대신 백은 흑▲를 잡고 상변을 취했다. 그런데 엄청난 바꿔치기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흑1의 기사회생의 묘수 한 방이 터져버린 것. 이 수를 보자 박정환 3단은 얼굴이 발개지더니 황망히 돌을 거뒀다. 이쯤되면 대형사고다.

흑1이 왜 기가 막힌 묘수인가를 살펴보기 전에 여기까지의 흐름을 짚어 본다.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바로 이런 것임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선 시종 악전고투하며 가시밭길을 걸은 흑의 여정을 헤쳐 보아야만 한다. 백쪽에서 보자면 다 잡은 승리를 막판 난조로 잃은 허망한 일국이었을 테지만, 우리의 초점은 불리한 판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기어이 역전의 순간을 만든 김기용 4단의 불굴의 정신력에 맞춘다. 이런 면모가 초중반엔 무난하게 대응하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내는 김기용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장면2]

[장면2]는 90수까지 두어진 국면. 승부는 흑이 우상 일대를 얼마나 집으로 만드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전부 집으로 굳힐 수 없는 만큼 백이 편한 형세다. 김기용 4단은 흑1로 최대한 키웠다. 어정쩡하긴 하지만 이렇게 크게 울타리를 치지 않고선 힘든 상황이라고 본 것. 이에 백2는 당연한 침입인데, 박정환 3단은 여기서 쉽게 살지 않고 백6~10으로 패를 냈다.

   

[1도] 백1 이하 9로 두면 귀는 간단히 산다. 하지만 흑에겐 10~14까지 아래 대마를 잡으러 오는 수단이 있을 법하다. 이것이 거슬렸을까? 스카이TV로 이 바둑을 생중계 하던 이현욱 6단은 “그러나 흑10 때 백은 A를 먼저 둬 흑B를 선수한 뒤 백11로 받으면 이상 없다”며 “이렇게 두는 게 더 확실하지 않은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뒤에 나온다. 나중에, 결과적으로 큰 바꿔치기의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거기까지는 한참 뒤의 일이고 [장면2]처럼 패를 해도 백이 한참 여유 있는 바둑이다.


[장면3]은 우상귀 패싸움(흑1)부터 마지막수(흑87)까지의 실전 수순. 일단 바둑판 아래 한수 진행버튼(▶)을 눌러 첫수부터 마지막수까지 놓아보시기 바란다. 그런 다음 아래 설명을 보셔야 이해가 빠르다.

[1도]
 
 
[장면3]

박정환 3단이 누구인가? (2009년 1월 18일 4기 원익배 십단전을 우승하며 4단으로 승단했으나 이 바둑을 둘 땐 3단이었으므로 당시의 단으로 표기한다) 만16세. 국내 최연소 기사로 이세돌 9단의 뒤를 이을 기대주로 가장 첫손 꼽히고 있는 천재기사다. 2006년 입단한 이후 아직까지 박정환보다 나이 어린 기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한가지만 봐도 그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데 신예기전이 아닌 본격기전인 십단전을 벌써 접수했으니…. (박정환 3단은 바로 다음 新기사론에서 다룰 예정이다.)

김기용 4단은 만23세로 박정환에 비해 일곱 살 위다. 상대가 워낙 어리다 보니 다소 늙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이 나이면 전도(前途) 창창한 신예군(群)에서 한창 물이 오를 나이다. 이번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B조에서도 날이 설 대로 선 한상훈 3단 등을 물리치며 5전 전승으로 1~2위 결정전에 올랐다. 일찍이 박정환 3단이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보니 상대적으로 그 진가가 가려져서 그렇지 신예기사들 사이에서는 피하고 싶은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이미 2008년 3월 비씨카드배 신예기전을 우승한 바 있다.

   

백은 왜 [장면4]의 1의 곳을 선수하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우변 백대마는 깨끗하게 산 모습이다. 프로는 아끼다 진다는데 딱 그 짝이 발발하고 만다. 언제라도 선수인 곳을 거꾸로 흑1로 역끝내기 당하니 백은 2로 살아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사는 건 우상귀 백4를 손뺄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백4를 손빼면 흑A가 선수라(백B로 받아야 한다) 다음 흑4로 따내면 패가 난다. 만약 흑A가 먹히지 않는다면 흑이 4에 따내더라도 백은 C로 단수하고 흑D 이을 때 백A로 넘는 수가 있었다.

이 여파는 [장면3]의 흑53, 그러니까 [2도] 흑1로 바꿔치기하자고 덤볐을 때도 미쳤다. 원래 이곳은 백2로 대응할 수 있는 곳인데 이때 흑은 3의 곳을 따낸다. 그러면 백은 4로 살아야 하는데 이것은 다음 흑5로 △ 두점을 끊어잡아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 이런 사정으로 결국 대형 바꿔치기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기용 4단은 이 바꿔치기의 흥정이 이뤄지는 순간 비로소 긴 터널을 지나 뭔가 이길 것 같은 감을 잡았다고 한다. 이제는 형세가 정말 만만치 않아졌다.







결론적으로, [장면3]의 흑57까지 바꿔치기가 이뤄졌을 때 백은 다음 [3도] 백2의 곳 정도로 보강해 흑대마를 확실하게 잡아두지 않을까 싶었는데 곧장 백A의 끝내기를 서둘렀다.  이것은 상변 흑대마가 1로 움직이더라도 백2 이하로 살 수 없다고 본 탓이었다. 상변 흑대마는 자체로 사는 길이 없는 건 맞다. 이 수읽기는 정확했다. 그런데-

[장면4]
 
 
[2도]
 
 
[3도]

   

[4도] 흑1(장면3의 흑71)에 끊었을 때, 이때가 문제였다. 물론 이때 백2로 물러서면 상변 흑대마는 뒷맛이 없다. 하지만 흑3으로 백 석점이 잡히게 되면 가뜩이나 미세한데 이건 앉아서 지겠다는 얘기다.













해서 [장면3]의 백80으로 버텼고 흑83까지 직행했다. [5도] 흑▲에 끊은 수가 실전 흑83. 이때 백1로 응수하는 것은 흑2 이하 6까지, 이 수상전은 최소한 백이 잡히거나 빅이다.















그럼 [6도] 백1로 보강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도 흑2 이하 14까지, 잡혔던 흑▲ 석점을 연결해 가며 백이 거꾸로 죽고 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4도]
 
 
[5도]
 
 
[6도]

   

이런저런 속앓이를 해결해 줄 듯한 수가 [7도] 백1의 날일자인데, 이것은 흑2 이하 6까지 수상전이 벌어지더라도 백A로 넘는 수가 있어 별탈이 없어 보인다. 실전에서 박정환 3단도 백1의 날일자를 두고 안도했다.













[8도]
백1에 흑2로 반발하는 것은 흑4 때 백5로 꽉 잇는 수가 좋아 이하 9까지 흑을 잡을 수 있다. 이렇게 보았는데-

















[9도]
흑1의 수가 있었다니, 이게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바둑판은 유한하나 바둑수는 역시 무한한 것인가. 

흑1에 백2는 흑3이 있다. 이하 흑5까지 간단히 안된다.

[7도]
 
 
[8도]
 
 
[9도]

   

[10도] 그렇다고 백2로 이어봐도 이하 흑5까지 백 석점을 잡으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는 마찬가지. 박정환 3단으로선 참으로 허망한 종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다들 넘어갔다고 생각한 판을 바늘 끝만한 빈틈을 찾아 뚜벅뚜벅 한걸음씩 쫓아와선 벼락 같은 한방으로 역전시켜버린 김기용 4단의 끈기와 저력, 무엇보다 40초 초읽기 와중에도 이처럼 깊은 수읽기를 해낸다는 것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10도]
 

어떠신가. 우리가 기축년 소띠해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의욕과 의지를 북돋워줄만한 일국 아닌가. 인생 한방, 인생 역전이란 열심히 준비하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이에겐 이처럼 멋진 묘수 한방으로 보답하는 것. 로또복권 당첨 같은 요행수가 아니다. (2편에 계속)

新기사론, 김기용편 (2) 보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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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선공팔 |  2009-01-24 오전 11:44: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기다림 끝의 멋진 수엿네요. ^^

근디 10도 기보가 바뀐 듯 ...  
광장지기 믕~~ ^^ 그러네요. 바로 잡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달선공팔 아공, 지송^^ 지기님두 새해 부자되세욤^^
고기뀐지 |  2009-01-31 오전 8:19: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 차분하게 읽으려해도 잘 안되네요.  
돌부처쎈돌 |  2009-02-10 오후 11:41: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상대적으로 그 진가가 가려져서 그렇지
신예기사들 사이에서는 피하고 싶은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

세계 무대에서도 피하고 싶은 군기반장으로 일취월장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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