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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4회/ 신부(新婦) 고르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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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4회/ 신부(新婦) 고르기 (4)
2009-08-06     프린트스크랩
 


태후는 진흥왕의 어머니로 법흥왕과 보도부인(保道夫人) 사이에서 태어난 지소태후(只召太后)였다. 태후가 이사부를 가까이하여 얻은 자식이 세종(世宗)으로 이제까지는 인왕동에 큼지막한 전각을 짓고 월성을 들락거리며 신라 왕실의 대장부답게 중원의 멋들어진 풍류에 귀를 기울였었다. 지소태후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화랑을 이끄는 풍월주(風月主)가 되기를 바랬으나 그의 관심은 오로지 풍류에만 관심이 있었으니 귀 따갑도록 얘기한 태후로선 살가운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어쩐 일인고? 학문이 부족해 독선생(獨先生)을 청해 달라 어미를 찾은 건 아닐 것이고, 어미 간장을 녹인 것처럼 아름다운 계집의 치마끈을 풀고 싶어 월성에 들어왔을 것이다만은···, 이거 어쩐다. 내 아드님이 오늘은 날을 잘못 잡았네. 지금 왕실엔 크나큰 공사가 벌어졌으니 말이야.”

 

“공사라니오?”

 

“이번 삼월삼짇날 행사에 내 위신을 부쩍 세워준 장부가 있네. 가만, 그러고 보니 자네와 비슷한 나이겠구만. 삼월삼짇날의 궁시(弓矢) 겨루기에서 장원한 사다함(斯多含) 말이네. 이제 겨우 열여섯이지만 얼마 전 가야국을 공격할 때 그 용맹함이 날뛰는 호랑이 같았다지 않는가. 기골이 훤칠한 데다 제 부친을 닮아 아주 미장불세. 사내다운 냄새가 물씬 풍기니 장군의 칭호야 당연히 내리겠지만 나이가 어려 북문을 수비하는 귀당비장(貴幢裨將)에 임명했네.”

 

“북문이라면···, 태후마마의 수하들이 출입하는 문 아닙니까?”

 

“그렇지. 북문을 수호하는 비장(裨將)이라면 예사인물은 아니지. 내가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귀당비장에 임명했지. 더구나 그 문은 왕실을 위해, 아니 나를 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게야. 나의 힘이 되는 물건들이 그 문을 통해 들어왔으니까. 오늘도 계집 하나가 그 문으로  들어왔어. 그 아이가 나를 위해 얼마나 일을 할지가 궁금하구만. 청조(靑鳥)라고 하던가···.”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세종의 표정을 보아선지 지소태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음 바다를 헤매며 흐트러진 생각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오호라, 이 아이가 그 계집 때문에 들어왔구만. 생긴건 곱상한데 그 아인 눈동자가 마음에 안 들어. 그 계집이 지닌 눈은 사내를 홀리는 비둘기 눈이라 했지. 합안(鴿眼)이라든가. 태후전을 출입하는 설추경(薛秋鏡) 약사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어. 음탕한 요물이라는 게야. 그런데 세종 이 아이가 그 계집을 마음에 두었단 말이지. 흐음, 이 아이가 하는 양을 지켜볼까.’

 

청조라는 계집에 대해 실마리가 들어났지만 지소태후에게서 별다른 말이 없자 급한 마음이 후꾼 달아올랐다.

 

“그 아가씨는 옥진궁주(玉珍宮主)의 품안에서 지금껏 자랐답니다. 인왕동의 풍류남아들은 자나깨나 그 아가씨에 대해 말들이 많지요.”

 

“무슨 말이 많습니까?”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뜨겁거나 차지 않고 들기에 아주 적격이랍니다. 과일로 말해 너무 익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익은 것도 아니어서 도가(道家)의 사내들은 기력을 회복시키는 정(鼎)으로 쓸 수 있다고 군침을 흘립니다.”

 

“어허, 이런 사람들하곤.”

 

“그런가하면 사내들은···.”

 

“인왕동 사내들만 그런 생각이겠소. 왕실도 마찬가지지. 사내라면 어린 계집을 이용해 회춘하려 기를 쓰니 그런 말이 생긴 게지요. 왕실에서도 대왕의 밤 공사를 위해 복도를 만들지 않습니까. 전군(殿君)께서도 소리나는 복도에 대해 들었을 것이오.”

 

“향섭랑(響屧廊) 복도 말입니까?”

 

“오호호호, 풍류남아답게 귀가 열려 있군요. 지난해 중원으로 떠난 사신이 진(陳)나라 왕 숙보(叔寶)를 만났는데 그 자 곁에 있는 자 중에 특별히 사량궁(沙梁宮)으로 옮겨 와 거처를 정한 자가 있어요. 그 자는 양생법(養生法)에 능해 대왕의 몸을 살피기 위해 신라로 데려온 모양입니다. 이 일은 은밀히 행했다지만 궁안에 소문이 퍼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돕니다. 내가 청조(靑鳥)라는 아이를 그 자에게 보내 물건이 어느 정도 값어치 있는지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 아가씨를 데려온 것은 사다함(斯多含)에게 주려는 뜻이 아니었습니까.”

 

“그야 물론 그렇지요.”

 

“그런데 어찌···.”

 

“그냥 주면 되는 게지 왜 이곳저곳 살피느냐 그 말입니까? 그렇다면 전군(殿君)께 묻겠습니다. 선물을 받을 때 흠 없고 해맑은 게 좋습니까, 아니면 겉만 화려하고 속이 텅텅 빈 게 좋습니까? 좋은 낯으로 선물을 받았지만 결과가 나쁘면 어찌합니까? 그것은 선물을 안주느니만 못합니다. 어미는 그렇습니다. 신라 왕실의 태후로서 공을 세운 병사에게 선물을 내리는 데 어찌 하찮은 걸 줄 수 있겠소. 나는 최고의 물건을 선물로 주려는 것이오.”

 

“태후마마, 소자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청조라는 아가씨가 사다함(斯多含)에게 시집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태후마마가 굳이 간섭하실 이유가 없는 것 아닙니까.”

 

“전군, 내 말하지 않았습니까. 인왕동에서 절세의 가인으로 소문난 아가씨가 궁에 들어왔으니, 과연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를 알아봐야 할 게 아닙니까.”

 

“그렇게 하실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이오. 그 아이가 옥진궁주의 피를 받았으니 혈통으로 말하면 대원신통(大元神統)이오. 왕실은 지금껏 진골정통(眞骨正統)이 주도해 왔지 않습니까. 그랬기에 내가 내명부를 다스리며 지금까지 온 겁니다. 태후전(太后殿) 뜨락을 보세요. 후당의 연못에 무엇이 있습니까. 연꽃입니다. 아주 조용한 꽃입니다. 나는 왕실이 조용하길 바랍니다. 왕실엔 오만가지 기운이 첩첩이 쌓여 크고 작은 일들이 번잡스럽게 움직입니다. 내명부는 아녀자들의 세상이라지만 한마디 한마디엔 독충이 날아들고 음모와 술수가 끝간 데 없이 생기는 곳이에요. 이보오, 세종 전군.”

 

“예에, 마마.”

 

“내명부의 가장 윗전으로서 어미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겠소. 사다함에게 시집 보낼 계집이니 모른 척해야 합니까. 그리하면 태후인 내게 득될 게 뭐겠소. 정치를 하건 풍류를 즐기건 좋은 기회가 오면 이용을 해야 합니다. 기회는 바람과 같아 잡을 수는 없지만 온 몸으로 느낄 수는 있어요. 그 느낌으로 상대를 쓰러뜨리기도 하고 죽어가는 자를 살릴 수도 있어요.”

 

“소자는···.”

 

그때 문밖에서 기척이 왔다. 태후전에 머무는 비자(婢子) 송화(松花)였다.

 

“태후마마, 내명부 약사께서 당도하셨습니다. 태후마마께 급히 보고드릴 일이 있다고 하옵니다.”




▸정(鼎) ; 사내의 양기를 돕는 도구로 여인을 이용했다.


   ▸전군(殿君) ; 왕손이지만 정실이 아닌 출생자. 세종은 태후가 이사부를 가까이 하여 얻은 아들이다. 신라는 모권(母權)이 강했기 때문에 조선시대와는 달랐다. 조선시대엔 왕과 왕비 사이의 출생자를 대군(大君)이라 하고 왕과 후궁 사이의 출생자를 그냥 군(君)이라 했다. 신라 사회는 왕비나 태후가 신하들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을 경우 ‘전군(殿君)’이란 호칭을 사용했다.


   ▸비자(婢子) ; 신분이 천한 아랫것. 조선시대에 궁에서 일하는 무수리와 같은 격을 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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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9-08-06 오전 8:14: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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