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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2회/ 신부(新婦) 고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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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2회/ 신부(新婦) 고르기 (2)
2009-08-04     프린트스크랩
▲ 토우

 


“그게 무슨 소린가?”

 

“나으리께서도 아시겠지만 오랫동안 왕실에 계신 그 분은  왕가 어른들에게 색공(色供)을 해왔습니다. 옥진궁주(玉珍宮主)라고 불렀지요. 그 분은 자신을 새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엇이건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부딪쳐 빼앗는 걸 좋아했지요. 그런 탓에 궁에서 나온 뒤엔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한 탓에 그 댁 대문을 철문(鐵門)이라 부른답니다.”

 

“그것참 이상하구만. 어째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거지. 손녀딸을 꼬옥꼭 가둬 키우는 건 무슨 이유야. 교육이 엄격하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나으리. 청조(靑鳥) 아가씨는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답니다. 당년 열 넷이지만 빼어난 용모는 가히 사미(四美)를 갖췄다 할 것입니다.”

 

“호오!”

 

사미(四美)는 <현미심인(玄微心印)>이란 서책에 나오는 미녀에 대한 조건을 다룬 내용이다. 얼굴 색깔이 좋은 걸 뜻하는 안색홍백(顔色紅白)을 비롯하여, 키와 몸의 살찐 정도가 알맞아야 한다는 골육균정(骨肉均停), 부드러운 피부에 새까만 머리칼을 뜻하는 부눈발흑(膚嫩發黑), 맑고 또렷한 목소리인 언금성(言金聲) 등이다. 청조란 처녀는 이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어제 오후 쇤네가 그 댁 앞을 지나다 옥진궁주님을 만났었지요. 문 앞에 계신 궁주께선 쇤네가 중매장이라는 걸 아시고 안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잠시 후에 청조 아가씨를 부르더니 어떻게 해서라도 손녀딸에게 어울리는 짝을 얻고 싶다고 했습니다. 쇤네가 나으리 얘길 했더니 무척 기뻐하지 뭐겠습니까.”

 

매파는 세종의 얼굴을 흘낏 바라보고 나서 빠르게 덧붙였다.

 

“한 가지 곤란한 것은 나으리께선 청조 아가씨를 직접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자넨 보았지 않은가?”

 

“그야 물론입죠. 쇤네야 남녀간의 짝을 맺어주니 당연히 쇤네에겐 모습을 보여야지요. 그러니 달리 핑계를 댈 수 있겠습니까. 천하미장부인 나으리의 배필이 되려면 궁합(宮合)을 봐야한다고 하자 옥진궁주도 제 말이 일리 있다고 보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라구요. 그래서 청조 아가씨와 별당(別堂)으로 가서 부끄러워하는 아가씨를 구슬려 입고 있는 옷을 홀랑 벗겼지요.”

 

“그래, 어떻든가?”

 

“나으리, 쇤네가 중매쟁이 노릇을 십 수년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쌓아놓은 게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만의 특기라고나 할까요. 어떤 처녀건 한 눈에 보아 상등(上等)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습지요.”

 

세종은 속이 타는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달달거렸다.

 

“어서···, 말해 보게.”

 

“미녀에 대한 용모를 말할 때 흔히 미청목수(眉淸目秀) 순홍치백(純紅齒白)이라지만 여기엔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요.”

 

“뭔···가?”

 

“미청(眉淸)이라는 건 눈썹이 가지런하고 맑은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해 눈썹은 굵거나 가늘지 않고 초승달 같아야만 가장 좋은 것입니다.”

 

“목수(目秀)에도 뜻이 있는가?”

 

“그렇다마다요. 눈만 또렷해선 안 되지요. 최고의 눈은 하삼백안(下三白眼)으로 눈동자가 위쪽으로 약간 치우쳐져야만 요염한 빛을 뿜어 사내에게 즐거움을 주게 됩니다.”

 

“순홍(純紅)의 입술은 어떤가?”

 

“순홍의 입술은 불그레하다는 것이지 새빨갛다는 뜻은 아닙니다. 입술이 새빨갛거나 검붉으면 필경 심장마비를 일으켜 복하사(腹下死)하기 십상입니다.”

 

“허어?”

 

“그런가 하면 이가 하얗다는 치백(齒白)은 색깔이 하얗고 치열이 가지런해야 좋다는 겁니다. 신(腎)과 관계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사람, 자네 보기엔 어떻든가? 청조란 아가씨 말이야. 가인(佳人)이던가?”

 

“아, 예에. 그러믄입쇼. 가인이지요. 나으리, 제가 놀랬던 건 아가씨의 용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음양의 즐거움을 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녀가 사랑의 유희를 나눔에 있어서는 앉음새나 눕는 자세, 오그리거나 엎드리고 또는 벌리거나 앞뒤 옆으로 전진과 후퇴의 여러 가지 기법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건 큰 즐거움을 주는 합궁(合宮) 자체에 있을 것입니다.”

 

매파는 느글느글한 너구리답게 얘기를 익숙하게 끌어갔다. 그래서인지 세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파의 끈적한 얘기 늪으로 빨려 들었다.

 

“이 노파는 나으리에게 적합한 배필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청조 아가씨 몸을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공치사 같습니다만, 이런 일을 하려면 남들이 아지 못하는 몇 가지 비록(秘錄)을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일테면 오도인(悟道人)이 은근히 주장한 <성사(性史)>라는 책의 음호십이품(陰戶十二品) 같은 게 그런 것입지요.”

 

“그런 말은 나도 들은 바 있네만 청조라는 아가씨 자네가 보기엔 어떻든가?”

 

세종은 이렇게 묻고 나서 문갑 안에서 옥가락지 하나를 꺼내 매파에게 던져주었다.

 

“중매쟁이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해야 후한 사례금을 받을 수 있네.”

 

“당연한 말씀입지요. 나으리, 이 노파가 보건대···, 청조라는 처녀는 제2품인 비룡(飛龍)이었습니다. 나이 열넷이라 완숙기에 접어들지 않았으나 그 처녀는 머지않아 제1품인 용주(龍珠)에 이를 것을 쇤네가 확신합니다.”

 

오도인이 쓴 <성사(性史)>에 의하면 제1품인 용주는 천 명에 한두 사람 있을까 말까 한 귀물이다. 옥문이 좁고 터널까지 좁아 사내의 상징물이 침입하면 두 마리의 용이 마중 나와 여의주를 다투듯 좌우로 흔들어 대는 바람에 사내의 상징물은 더욱 화가나게 돼 서로가 황홀삼매에 빠지는 천하일품이다. 매파의 얘기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세종은 담뿍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자넨 그걸 어찌 알았는가?”

 

노파는 숙였던 상체를 쫘악 펴며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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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희망 |  2009-08-04 오전 7:31: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당근돼지 |  2009-08-05 오전 6:24: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빈타 |  2009-11-01 오후 2:30: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여설하님은 그걸 어찌 아셨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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