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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기다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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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기다린다는 것
2012-02-22 조회 7732    프린트스크랩


          (장기 기보 장서각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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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는 치열한 대국 중에 뜬금없이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진다.

'바둑은 지둘러야 돼, 고수는 바로 잘 기다리는 사람이다."

공씨는 이 발언을 하며 태공망을 운운한다. 태공망은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렸다는 고사의 주인공이다. 예부터 은자들의 취미를 바둑과 낚시로 대변케 한 사람이 태공망과 이윤이다. 정조임금도 태공망과 이윤의 고사를 곧잘 인용했다.

정조는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린 '태공망'이나  은둔하여 바둑을 두며 자신의 시대를 기다린 '이윤(伊尹)'을 잘 이해한 군왕이다. 하여 정조의 시대에는 정치 사림 군사 등 다방면에서 인재들이 속출했다. 정조는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고 보듬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잘 활용한 인물이다. 정조시대의 인재군(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정조시대에 그의 지음을 가장 많이 받은 세 사람을 꼽으라면 필자는 서영보, 정동준, 김조순을 들겠다. 혹자는 '그렇다면 다산 정약용은  뭐냐?' 묻기도 하겠지만 이 시대 정조에게 있어 정약용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미완의 가능성일 뿐이었다. 정조는 마음에 든 신하들은 1대1로 상대하기를 주저치 않았다.

통치자의 덕목에 아랫사람을 감복시키는 데 일대일의 대화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정조의 스킨십 정치는 매우 광범위하다. 정조시대 인재군 대부분의 문집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서영보는 탁월한 행정능력으로 정조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고, 정동준은 정조의 사상의 대변자로 훗날 벽파의 공격으로 그가 몰락하자 정조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절대적 존재였다. 김조순은 정조 사후를 대비한 자산으로 이 세 사람은 정조의 삼총사라 할  수 있다.

낚시대회가 있던 날 밤 서영보는 한 전각 안에서 누군가와 바둑을 두었고 정조는 옆에 앉아 바둑판을 지켜본다. 그리고 며칠 후 서영보는 순환보직의 일환으로 철원부사로 발령을 받았고 정조는 서영보에게 시를 한 수 지어 섭섭함을 달랜다.

 

물이 휘돌아 흐르는 곳 정자 몇이던고
그대 주인되어 그곳으로 돌아가는구나
고깃배는 비를 맞으며 밀물을 따라 들어오고
바둑판은 주렴 아래서 종일 한가하겠도다.
상산의 네 늙은이들처럼 사는 것도 좋겠지만
반백에 너무 노인을 흉내내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닐세.
와유정에서 좋은 경치 감상 마다치 마시고
저녁풍경 그림에 남기는 것도 잊지 말게나.

(幾處空亭抱水環 / 見君今作主人還/ 漁舟帶雨隨潮晩/ 棊局當簾盡日閒
 宜把賀湖差待老 / 却嫌潘鬢未全斑/ 臥遊不妨輸眞境 / 莫惜幽居入畫間)

 

정조는 서영보에게 바둑은 즐기되  상산사호를 너무 흉내내며 탐닉하지 말라고 훈계를 한다. 한 나라의 군왕이 임지로 떠난 신하를 생각하며 이런 글을 써 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인문적이고 인간적이다. 어떤 신하가 이런 지음을 받고 불충을 생각하랴.

 

바둑과 낚시는 시간을 필요로 한 게임이다. 기다리는 시간은 무엇인가가 익기 위한 시간일 것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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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통 |  2017-08-22 오전 7:08: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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