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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반상의 자유와 ta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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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27일)
포석의 산책 - 반상의 자유와 taboo
새벽 4시 16분.
중국의 포석에 대해서 가진 의문 다른 하나.
먼저 기보를 보자.
이백상 3점국
망우청락집에 나오는 기보인데, 국수인 이백상 李百祥의 3점 접바둑이다.
주목할 것은 흑10 백11, 흑18과 백19.
빈 귀를 둘 때는 꼭 저렇게 3선과 6선이 마주하는 三六 또는 六三 자리에 두었다.
왜 그랬을까?
선기무고 仙機武庫에도 공화각 空花角이라 하여, 저 흑10, 흑18을 따로 부분도로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빈 귀를 둘 때는 저 자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경우는 내 못 봤다.
두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공화각
1) 앞서의 기보에서 흑10과 흑18은 두칸벌림이 되는 자리다. 그러므로 둔 것이다.
2) 두칸벌림과 관계없이 빈 귀를 둘 때는 저렇게 三六 또는 六三 자리에 두었다.
나는 후자, 즉 2)라고 본다.
그건 백11과 백19가 두어졌을 때, 흑10과 흑18이 알맞은 걸침의 자리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선기무고 공화각의 수법에는 상대가 三六 또는 六三에 두더라도 꼭 화점에 두지는 않은 법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 아니네.
다른 경우도 있다!
왜 내가 이걸 지금까지 발견 못했을까? 왜긴 왜? 책은 방대하고 읽는 것은 주마간산 격이니 그랬다.
솔직하겠다.
소목도 있고 3三도 있다. 선기무고에는. 빈도가 겨우 4개밖에 지금 못보고 있지만 말이다.
이건 귀하니, 꼭 남겨두어야 하겠다.
소목과 3三의 공화각
그것 참!
중국의 고대 포석에 대한 나의 해석이 다 틀리는 걸까.
그래도 할 수 없다.
틀리지 않으려 약간 노력해 보겠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에 의해 제대로 된 해석이 나오겠지.
하나 뚜렷한 것이 있다.
앞서 소목과 3三의 공화각을 유심히 보라.
1) 귀는 공략의 대상이다. 집을 얻는데 있지 않다. 소목에 대해서 변으로부터 다가간 것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현대 우리가 두는 그런 걸침은 아니다.
2) 그렇다면 3三은 왜 두었을까? 나의 답은, 한 번 두어본 정도일 것이다. 왜냐? 다른 사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 단 한 번만 봤다. 그것도 지금.
변을 중시한 포석을 중국의 고대 바둑은 취했다.
귀는 공략 대상이요, 집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고대 중국의 바둑에서, 언제나 중요한 것은 전투와 전투였다. 생존의 문제였다.
생존이 중시될 때, 귀는 답답하다.
관념적으로 바라본 것일까.
아니면, 경험에 의존해서 내가 본 것에만 의존한 걸까.
어려운 문제다.
어느 하나만 강조되지는 않아야 하겠지만,
나의 무게 중심은 사회적 관념의 힘에 좀더 - 아니, 아주 강하게 - 얹힌다.
앞서 22일의 일기에서 얘기했다.
바둑판이란 것이 의외로 좁아질 수 있다고.
중국의 사전배석제에서 바둑판 위에서의 자유는 현격히 제한된다고.
자유의 제한.
그것은 생존의 절박함이 더욱 강렬하게 솟구치는 세계를 만들 것이다.
관념의 제한과 반상의 자유, 사전배석제, 몇 가지 중요한 행마법 등은 서로가 얽혀있다.
그 얽힘은 - 그렇지만 - 오히려 우주를 구상하고 분별하고 개념화하고 정돈하고 있다. 그리 본다.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겠다.
중국의 고대 바둑에서는 taboo가 많이 엿보인다. 아니, 지배적이다.
모든 착점과 배석이 taboo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리 말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taboo란 무엇인가. 세계의 추상을 알리는 행동방식이다. 나름의 세상 이해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사회의 입장에서도.
바둑은 手의 논리 이전에
바둑은 우주의 형상화, 그것의 내면화, 그 과정을 거쳤다.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관념의 존재가 있었다. 그것이 힘을 발휘했다.
반상의 手?
그 논리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고대 포석의 이해에 있어서는 인류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사회적 이해의 방식이 반상에 강하게 잠재되어 있다. 그것이 보인다.
지금은?
다를까?
실로 나중에야 답할 수 있겠다.
오전 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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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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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궤적에는 관념이란 징검다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유용하다 할 것입니다. 어떤 생각 곧 흐름이 있을진대 거개가 그 흐름에 몸을 맡깁니다. 다만 그들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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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한생각이 일어나 일상적 사고 곧 관념에 대해 반기를 듭니다. 그것이 성공하면 거기에 동참하거나 편승하는 무리가 있게 됩니다. 이는 역사에서의 왕조의 흥망성쇠이던 인문학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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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주의가 번갈아 일어남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찌 바둑에서만 예외이겠습니까. 문사범님의 예지에 다시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필건승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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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님이 쓰신 최근에 나온 수법의 발견 잘 읽고 있습니다 표지 생상부터 편집 교정까지 직접 챙기시고 가끔 구수한 사투리 까지 깊은 내용을 가볍게 읽을수 있어 무지 좋아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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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고요, 지금 연제하고 계신 반상일기 요것좀 꼭 문고판크기로 기보와 내용 빠드리지 말고 제목도 반상일기 그대로 책으로 내시면 제가 먼저 한질을 사보겠습니다 그리하면 기력도 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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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다 전쟁엔 난중일기 바둑엔 반상일기 세상에 일찍 없는책 꼭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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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ario |
｜ 2005-04-30 오전 2:2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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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사범 기억하시는지 충암에서 연구생하던 강상욱, 나랑 같이 고려대학 다닐 때 가금 문사범 예기를 하곤했죠. 문사범이 바둑을 안두는 동안 세상공부를 많이 한 것 같읍니다. 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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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ario |
｜ 2005-04-30 오전 2:2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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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곤하는데 결국 인문학이란게 문사범처럼 삶속에 배어있어야하는 것이 아닐지. 문사범의 글을 읽으며 우리도 세상에 내놓을 기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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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ario |
｜ 2005-04-30 오전 2:3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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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바둑이 우리의 사고의 발현이라는 생각. 단순한 것 같지만 어려운 것이죠. 매일같이 문사범 글을 읽으며 감탄하고 있읍니다. 부디 이 칼럼 계속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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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운선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