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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배석과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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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15일)
- 포석의 산책 - 배석과 포석
오전 2시 47분.
너무 일찍 잤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나? 그건 곤란하다. 자리에 눕는 시간보다 깨는 시간이 한결같아야 바람직하다고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리 말씀 하셨다.
포석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없었다고 해야 할까.
초기에 말이다. 중국의 바둑에서 포석은 배석으로 끝난 걸까.
내 추론은 이렇다.
1) 지평선을 긋지 못한 때, 반상에서 길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 문양을 그려 넣었다.
2) 그 문양이 뒤에 배석제 配石制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에는 흑백 각 2개를 서로 엇갈리게 화점에 배치했던 것이다.
3) 배석제는 당시 사람들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세계관을 표시한 것이다. 이 점의 경우 나는 유학 儒學의 영향과 그 이전 상 商 나라 궁전 배치도에서 착상한 것인데, 風塵客 님의 Sikkim 탐색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4) 배석제는 굳이 문양에 달린 것이 아니라 포석으로서 배치한 것일 수도 있을까? 이건 좀 불확실하다.
배석에 사용되는 돌이 많으면 그건 포석이 이미 끝난 거다.
세상을 규율하는 체계 procedure, system가 중앙 중심적 center-oriented이면 비록 그것이 관료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할지라도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불안에 떨지 않는다. 안정적이다. 세상을 균형적으로 바라본다.
세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 역 逆으로 - 어느 정도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조직화를 거부하는 사회단체는 민주라든가 차별없는 보편적 인류애에 희망을 내세우지만, 그래서 조직화를 생래적으로 거부하지만, 결과는 대단히 단순한 세계관을 내세우는 것으로 끝나기 쉽다. 왜냐? 미래에의 책임있는 안목 즉, 계획성을 갖지 못하는 단체는 세상의 구원이나 이상사회 등에 자신의 존재이유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그들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운명을 갖는다.
바둑을 질서가 있는 세상의 반영, 또는 사실적인 현실의 반영으로 이해했다면,
바둑에 질서를 부여했을 것이다.
뒷날 배석제를 없앤 자유로운 바둑 - 우리가 오늘날 두는 바둑 - 이 등장한 것은 질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세상의 이해가 변했고 또 바둑의 수준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건 나중에 다루자.
바둑에 질서를 부여하자.
아니다. 질서가 부여된 것만이 게임이었을 것이다.
바둑은 그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고.
아름다우신가?
다음 세 가지 질서가 아름다우신가?
고대 중국
시킴
순장
나는 아름답게 바라본다.
순수한 이상향으로 느낀다.
저 이상향에 왜 돌을 더했을까?
질서 잡힌 세계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의미 있다고 보았던 때문이다.
질서 속에서 우리가 행동하는 바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던 때문이다.
인간을 둘러싼 세상이 불안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를 태어나게 한 그 세계는 결코 무질서한 우주는 아닌 것이다.
중국의, 자연에 대한 철학적 이해에서도
자연 자체와의 합일 合一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질서와의 합일을 추구한 것으로 안다.
내가 틀렸나? 자신하지 못하겠다.
구별된다.
1) 배석 配石
2) 포석 布石
우주적 질서는 주어진 것.
삶은 이뤄가야 하는 것.
닭 울음이 들린다.
닭이 알리는 세계의 질서.
여러분도 들으시면 좋겠다. 창을 열어두겠다.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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