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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앞에 놓여진 21세기 - 중국식포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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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7월 7일)
- 포석의 산책 - 앞에 놓여진 21세기 - 중국식포석에 대해
저녁 7시 07분.
중국식포석에 대한 再考
오청원의 21세기 포석
耳赤의 手
남은 주제들로 잡아둔 것이다.
천천히 찬찬히 생각해보자.
보리밭인줄 알았다.
오늘 낮에 무심코 내다본 들판엔 백로 몇 마리.
논은 물결치듯 보리밭마냥 흔들렸다. 보리밭인줄 알았다.
벼들도 허연 속살 있구나 싶었다.
바람은 모든 것을 지워주는가.
내 좋아하는 저녁 어스름이 저 먼 산, 산허리를 검푸른 구름으로 가라앉고 있다. 난 이런 날을 위해서 뭘 하고 살았던가. 누군가 수법의 발견에 대해서 편지를 주셨기에, 바둑계 얘기 약간 하다가 마음에 熱이 일었던 때문인지 창가에 앉아서도 덥다. 산자락에 눌러앉은 기분이나 기분 낼까. 우리 나라 바다 쪽에 山으로 끝나는 지명이 없지 않은데, 그 까닭이 뭘까. 山의 그림에 그친다 止는 뜻이 숨어 있어 그러한가.
일기를 쓸 때다. 쓰고 싶을 때가 지금이다.
만약 일기가 아니라면, 저번에 얘기한 대로 훨씬 조밀한 내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논리가 일관성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놓친 것도 많았으리. 책을 읽다가 불쑥 내쳐서 글 쓴 적도 몇 번 있으니까 말이다. 읽은 책이 아니라 읽던 책이 아이디어를 준 적도 없지 않다.
그래, 약간 잡힌다.
왜 중국식포석을 한 번 더 살펴보려고 했는가. 불과 얼마 전인데 또 잊었다.
그래도 다시 살려보도록 하자.
중국식포석의 아이디어는 도사쿠로부터 연원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도샤쿠 이후로 왜 그 아이디어가 약 250년 간이나 끊겨졌을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1700년대 초 도샤쿠가 떠난 뒤, 왜 아무도 그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내 기보를 충분히 못 살핀 이유도 있겠지만, 본 기억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지, 무심했을 수도 있다. 맘에 없으면 보이지 않다 하지 않던가.
까닭은 무엇일까.
1) 18세기 이후 변과 귀의 가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2) 그 합의된 바는, 귀가 먼저, 굳힘이 다음, 그리고 변.
3) 굳힘이 먼저라는 것이 널리 합의 되었다면, 도샤쿠의 중국식포석은 생각 밖으로 나오기 힘들다.
4) 그러나 이상하다. 도샤쿠는 棋聖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인물.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에서 왜 중국식포석은 강조되지 않았을까.
5) 소목 날일자굳힘의 가치가 도샤쿠를 젖힐 정도로 컸던가? 그렇게 합의 되었던가?
그런 걸까.
합의된 걸까.
에도 江戶시대 바둑계에서 그리도 널리 합의된 걸까.
그래도 말이다. 2점 접바둑에서는 중국식포석을 백이 취한 기보를 본 기억이 있다. 기억을 확인하지는 지금 못하지만 말이다.
6) 덤이 없었기 때문일까. 덤이 없을 때는, 흑으로서는 날일자굳힘만 해도 대단히 유리한 초반 조건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백으로서는?
7) 백이 중국식포석을 할 정도로 여유가 없나? 그럴 수도 있겠다. 날일자굳힘이 큰 가치를 지녔다고 바둑을 두는 사회 전체가 합의했다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8) 그런가보다.
포석-1
예를 들어보자.
(포석-1)에서, 흑3은 없다. 왜냐? 백2가 있기 때문이다. 백2의 방향이 흑1에 대해 방어벽을 치고 있음을 확인하자. 흑3보다는 A가 좋다고 할 만하다. 백2 때문이다.
포석-2
때로 (포석-2) 백2도 두어졌는데, 이 때도 흑3은 이상하다. 백4 굳히니, (포석-1)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포석-3
(포석-3) 백2도 두어졌었다. 슈사이 명인이 특히 좋아한 수법인데, 이 경우에도 흑3은 없다. 비어있는 귀가 더 크다. 그러나 빈 귀를 다 두고 나면, 돌의 방향 때문에 흑3을 둘 기회가 거의 없다.
포석-4
(포석-4) 백2는 없었다. 흑3 당하면 백이 나쁘다고 대부분 인정했다. 1960년대 중반까지 그랬다. 모두가 그렇게 알았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실은 무서운 힘을 개인의 의식에 발휘한다.
포석-5
(포석-5) 백2일 때는? 이 때는 이랬다. 흑3 먼저 걸치지는 않았다. A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백2 화점은 굳힘이 급하지 않은 만큼 걸침도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거의 아무도 그리 생각한 사람이 없었다. 이 정도 말해도 될 것이다. 1970년대도 그랬다.
9) 그러므로 맞바둑에서 도샤쿠의 중국식포석을 실험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화점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프로 바둑계 전체에 쌓여지기 전까지는.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힘든 여정이다.
약 300년 동안 두어진 바둑이 있어야 했고, 또 논리의 근거도 없어서는 아니 되며, 개인의 사고에 미치는 사회적 합의의 힘도 곁들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런데 과연 맞는 걸까. 적당한 설명방식이요, 내용인가. 홀로 하는 작업이니, 내 확신할 수 없다. 도움 되면 좋을 것이요, 이런 배경이 있구나, 라는 정도여도 좋으리.
1)부터 9)까지 일관된 설명으로 본다. 화점이 발견되지 않고 - 적어도 19세기 중반까지는 - 두어지지도 않은 시대가 있었다. 소목이 주류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는 도샤쿠의 중국식포석을 잘 알았다. 그러므로 한편으로 그 포석을 피하려고 했었다. 굳힘이 중요하다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가 1920년대까지였다.
1960년대 중국식포석이 중국기사들에 의해서 새롭게 인식되기까지에는, 신포석의 여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점과 소목을 중국식으로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다른 포석을 널리 실험하는 중이었을 뿐이다. 일본 바둑계의 1930년대 초부터 1950년대 말까지는.
아직까지 우리가 실험하지 못한 포석이 넘쳐나고 있으리라. 그리 본다. 그러나 새로운 착상이 사고의 감촉에 쉽게 잡힐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린 그렇게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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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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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ice1 |
｜ 2005-07-14 오전 1:1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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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와우....너무 멋있다...포석의 설명도 설명이거니와....시적이고..문학적인 일기내용이 작살난다...멋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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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dugy79 |
｜ 2005-07-14 오전 11:1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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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me t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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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군요... 밤이 왔다... 라는 표현이 더욱 운치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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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했던 요지는 아마도 이런 것이었지요.... 단순한 시간들의 나열보다는 더욱 어떤 것들을 전달해 줄 수 있는 형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생각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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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한 표현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해주신 문용직님의 그릇의 크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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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평론글들.... 특히 박치문의 글들이 애기가들의 갈증에 습기를 제공해 주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부족한 바둑 본령적인 것들을 아우르는 새로운 내용의 바둑평론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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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 님에게 기대해 볼까요.... 단상이나 일기의 형식이 아닌 본격적인 글 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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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단상이나 일기형식의 글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그 단상을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 본질적인(혹은 전문가적인)파헤침을 제공해주는 본격 바둑 에세이같은 것을 말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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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의견으로 님의 심기가 어지러워지지 않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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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is05 |
｜ 2005-07-17 오후 10:1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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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잘 감상하고 갑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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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그리고 자목련님과 똑같은 기대를 저도 갖고 있습니다. 오늘 교보에서 수법의 발견 시리즈 네 권 구입했습니다. 지난 번에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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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여우노 |
｜ 2011-07-17 오후 12:58:47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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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일촌광음 불가경에 의미가 아닐가..순간에 최선을..프로의 마음가짐에 대한 간접표현등..아닐가..시간을 스는것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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