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붉게 만든 묘수를 돌아보면서

장문과 장문 은유, 그 주제를 다룬 것은 힘에 벅찼다.
주제도 언뜻 보기보다 어려웠고
다루는 방식 - 어떻게 논리를 전개하고 자료를 이끌어내느냐 - 은 그야말로 쉽지 않았다.

고민은 이 경계를 쓰겠다고 한 그 얼마 후부터 계속된 것이었다.
글을 쓴다는 거,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
적어도 한 달을 고민했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니, 아쉽고도 아쉽다.
그 정도 고민하고도 글의 수준이 그 정도에 그쳤으니, 그 참.

주제와 내용, 논리 못지 않게 힘든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장문이라는 그 개념이 주는 심리적 투사를 몸으로 직접 받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장문과 장문의 감각, 반상의 장문.
그 세 개의 긴장감 높은 수법이 주는 심리적 압박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면은 날카로와지는데, 글 쓰는 와중이라서 관(觀)을 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일부러 관을 피했다. 글 속에 들어가야만 했으니까.

애 먹는다 생각했다. 그래도 하하.

그래서 오늘은 그와 비슷한 주제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볼 것을 하나 골랐다.
 
원래는 보다 신랄하게 들여다볼까 했지만 포기했다.
가벼운 감상과 그로부터 얻어지는 수법의 지침, 그런 것에 무게를 두었다.

앞으로도 백년은 더 살아남을 전형적인 “수법.”

耳赤의 妙手.

묘수라고 부르지 않았다.
수법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이 글의 안목이다.

수법으로 읽힌다.
왜 그럴까.

수법으로 읽으려면 그 묘수가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만 한다.
일회성의 묘수가 아니라
언제나 그 비슷한 조건이 형성되면
그 언제나 그 묘수를 답으로서 찾을 수 있는 조건을 기술(記述)할 수 있어야만 한다.

세모와 네모 그리고 두모.
반상의 장문 감각.
선분의 배경 위에서 돌은 존재감을 얻고 또 힘을 얻는다는 그 사실.

그런 것이 조건을 만들어주는 힘이 되겠다.
만약 그런대로 성공한다면
우린 분명히 그 슈사쿠의 시대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이론적으로도 반상에서도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앞으로의 발전에도 기초가 된다.

I. 耳赤의 묘수

먼저 그 장면을 드린다.

      1도 (인세끼의 귀를 붉게 했다는 그 묘수의 대국, 문제가 되기 전)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다. 보여드리긴 하는데 너무 많이 써먹는 거 아닐까 하는 난처함 드는 장면. 19세기 名人 다툼에서 죠와(丈和)에게 패배한 인세끼(因碩)가 나이 48이든가, 그쯤에서 여행을 하다가 만난 슈사쿠. 주변에서 마련한 대국. 모두 3판으로 그 두 번째 대국. 두 점으로 두다가 곧 두 점은 아니다, 하면서 새롭게 한 판 둔 것. 상대를 알아보는 안목은 그 언제나 쉬운 것이 아니며, 그것도 인격의 일부를 이룬다.

역사적 사건도 사건이지만 오늘은 형태의 안목에서 보도록 하자.

      1-1도 (문제도/백1 두다. 집 많고 흑의 곤마도 있을 법하니 인세끼 마음 여유 있다)

자, 저 장면에서 다음 흑의 착점은 어디인가.

      1-2도 (역사적인 답, 다른 답이 있을까)

물론 저 실전 저 역사적 흑1을 답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지난 150년간 저 답에 대해서 다른 의견, 즉 이견(異見)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 장면에서 이런 생각 들었다. 만약 저 1-1도 백1을 주지 않고 흑의 다음 수를 연구생에게 묻는다면 과연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즉, 다음 1-3도와 1-4를 주는 것이다. 그러면 답을 찾는데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1-3도 (백의 착수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리지 않고 흑차례임만 말해주는 경우)

      1-4도 ( 백1을 두었다. 다음 흑의 착수는 어디가 되어야 하나? 그리 묻는다)

아마도 답에 대해 많은 기사들이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역시 백1을 준 다음과 백1을 주지 않은 다음에 질문할 때는 대국자의 눈이 가는 그래서 멈추는 곳에 차이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래, 이런 건 다음으로 미루자.
한 번 연구생들에게 물어보면 좋긴 하겠지만... .

실험하면 어느 정도 즐거운 결과 나올까?
물론 실험하기 전에 예상할 수 있어야만 한다.

모르겠다.
그냥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겠다.

왜 우리는 책에서 배운 바를 반상에 쉽게 옮기지 못하는가?
그에 대한 답의 하나가 이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추측이다.

끊임없이 반상은 변한다.
문제는 현재의 순간에 대한 가치매김이 문화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가 미래보다 보다 높이 평가받는가. 과거보다도?

부분의 가치가 전체의 가치보다 작다고 할 수 있는가. 부분의 값은 전체의 값에 어떻게 비교되나. 부분은 부분대로 전체는 전체대로 나름의 평가 곡선을 가지고 있는데, 우린 그 가치를 기울기에 의해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가.

어떨까. 이런 방식으로 들어가면 그런대로 하나의 이해 틀을 만들 수 있을까.

II. 耳赤의 본질

당시 슈사쿠의 저 응답이 묘수로 인정받았을 때, 그것이 묘수로 인정된 까닭은 무엇보다 귓불이 붉어졌다는, 그 정황에 대해 보인 인세끼의 반응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었던 시대적 조건, 그런 것에 있을 것이다.

즉,
1) 상대를 당황하게 한 것
2) 1石3鳥

2)보다 1)이 더욱 저 묘수를 묘수답게 만들었던 것이다.
 
왜 1石3鳥일까. 그것을 먼저 잠시 보도록 하자.

      2-1도 (상변을 넓힌다)

2-1도에서 흑1에 의해 상변 모양이 넓혀졌다. 만약 좌변을 삭감한다면 네모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삭감이 없더라도 네모를 구성한다. A B C가 경계선.

      2-2도 (우변 백세력을 제한한다)

2-2도에서 백이 튼튼하지만 의외로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세력이 집으로 변할 희망은 없으며 흑은 예상외로 돌과의 거리가 알맞다. 백6과 흑7은 맞보기.

      2-3도 (하변 흑을 구출한다)

2-3도에서 하변의 흑돌은 선분으로 연결된다. 흑A 뒷맛 잊을 수 없다.

      2-4도 (좌변 백진을 삭감할 때 도움이 된다)

2-4도에서 중앙의 묘수 덕분에 백이 흑을 공격할 힘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 자신도 공격당할 여지가 높다. 예컨대 백6은 무리.

어?
1석4조네? 하하.

선분과 관련하여 기하학적 이해의 바탕 위에서 이해하면 쉽겠다. 아무리 명인이라 할지라도 감각만으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논리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논리와 감각은 혼연의 일체가 되어야 하며 그에 더하여 심리적 요인마저 승부에 유리하도록 짜여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승부에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도형과 선분, 그 두 측면을 잘 짜낼 수 있다면 반상에서의 논리는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III. 분할한다, 반상을 장문으로 덮지는 못하지만

아마 인세끼는 저 묘수를 당했을 때 머릿속이 환하게 비어지는 기분 받았을 수도 있다. 순간 멍해졌을 것이다. 그때까지 생각했던 공간은 어디론지 홀연히 사라지고, 미처 상상도 못했던 공간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다. 과장할 소지는 피하도록 하겠다.

그래도!
기분은 무슨!
몽롱했을 것이다. 당혹감에 더하여.
꿈 속 같았을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순간적으로 그런 시간 왔다 간다.

공간적 미학감각으로야 참으로 “아름다운 반상의 구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야! 승부를 무엇보다 앞에 두는 승부사의 입장에서야!

반상의 구도라...

그렇다.
반상은 분할되고 있다.
저 묘수라고 일컬어지는 돌 하나에 의해서.

다음 수와 구별하자.

      3도 (이적의 묘수로 나오시는군, 그런 표현 만들었지만)

3도는 “耳赤의 묘수로 나오는군.” 그런 표현을 대국자로 하여금 토로하게 만든 수였다. 그러나 별로였다. 두어진 순간에 이미 검토실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3-1도 (이적의 묘수가 아님을 밝힌 반격)

당장 3-1도 흑1 반격을 받았으니 더 할 말이 없겠다. 흑1이 모자 자리 급소였다. 일순에 백의 엷음을 드러내는 자리.
3도 백1은 3-1도 2에 두었으면 백도 두어볼 만했다.

3-1도 (이적의 묘수가 아님을 밝힌 반격의 급소)

좋은 묘수는 반상에서 아름다운 구도를 연출할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정도의 공간 감각은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임해봉 “바둑의 전술”에서 임해봉이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아무리 사소해도 한 수라도 악수를 두어 놓으면 - 쓸데없는 수를 두어놓으면 - 반드시 뒤에 그 수가 말을 합니다.”

그 정도의 연결고리는 반상에서 감지된다.
실로 “그럴 리가!” 하고 싶지만, 그리 간단히 넘어가지 않는다.
적어도 그리 느낀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런 기분 가질 것이다.

그 정도로 암묵적인 잠재적인 힘을 느낀다면 - 비록 이 느낌이 주관적인 것이고, 또 객관적인 힘이라고 여길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할지라도 - 묘수를 만날 때면 반상의 미적(美的) 감흥을 부르고 싶을 당연한 이유 또한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너무 작위적으로 반상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듯이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반상에서 구도는 매우 아름답게 잡혀진다.

아래의 4도를 보자. 이런 장면에서 백이 두어갈 길은 거의 정해진 듯 보인다. 적어도 두고 난 다음엔 그 길 외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길이 매우 아름답고,
또 “반상의 장문”마저 느끼게 해주며 
반상을 적절히 분할해서 반상의 구도를 거의 완성하고 있음을 강조해도 좋을 정도로 반상을 재구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4도 (문제/ 백선, 서로가 마주하는 곳에서 묘착이 되는 수는)

귀붉게 만든 묘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안목을 지닌 것은,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은 다음 4-1도와 4-2도를 비교해보면 명확하다.

4-1도에서 백3에 주의하자. 백A는 흑B 반격을 당해 좋지 않다.
중반 접근전에서 두칸은 대개의 경우 엷어 선택하기 힘든 행마다.

      4-1도 (백의 묘한, 반상을 구성하는 넓은 감각적 안목)

      4-2도 (한 수 마주하지 못하면 반상은 흑에 의해 재구성된다)

귀를 붉게 만든 묘수의 진짜 핵심은 아마도 이런 안목에 있지 않을까.

반상은 넓지도 좁지도 않다.

알맞게 분할하는 수단을 찾으면 반상은 상대를 제한하고 나를 넓힌다.
분할하는 수단을 찾지 못하면 반상은 리듬감 없는 불안한 형식을 되풀이한다.

4-1도에서 지침은 마주보는 자리가 급한 곳. 급소.
흑백 모두 아직 세모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급한 곳이 바로 옆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IV. 個性은 반상에서 독립적인 힘을 발휘하나

우리는 검토실에서 다음 한 수를 잘 맞추지 못한다. 그건 왜 그럴까.

1) 답이 없는 장면이다.
2) 답이 있더라도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3) 개성에 의해 반상은 움직인다.

검토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하나는, 기사들이 다음 한 수를 맞히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답이 모호한 곳이 아닌 듯한 곳에서도 대국자의 한 수를 맞히기는 대단히 지난하다. 그리고 대국자의 착점이 전해지면 그것이 그럴 듯한 길인 듯이 여겨진다. 물론 다른 길도 있겠지만, 과연 다른 길이 어떤 길인지? 그것을 알기는 어렵다. 

실전심리라고 하는 거 이상으로, “다음 한 수”는 대국자의 개성에 크게 달려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반상의 이미지는 각자에게 달리 다가온다, 는 것이다.

그래서 형세에 대한 표현도 여러 가지가 있게 된다.

불리하네, 유리하네.
두텁네, 엷네.
재미가 없는 국세네, 재미있는 바둑이네.
A군은 이 국면을 좋다고 여길 거야. 그 친구 바둑이 그런 성향이잖아?
B군은 그래도 할 만하다고 생각할 거야.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는 심리적인 매듭(전망, 안목)이 각자에게 주어져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우선 대국자만큼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문제가 도사린다. 반상은 다양한 이미지 못지 않게 그 어떤 일관된 흐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국면만으로 판단하기 힘든 그런... .

만약 그렇다면 귀붉게 만든 묘수라는 것은 잡혀져야만 비로소 인식될 수 있는 그런 감각이 함축된 거 아닐까.
그런 이해도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런 것도 있다.
미묘한 심리적인 단초, 또는 기분, 또는 리듬에 의해 반상은 “시시때때로” 규정되어 간다.
예를 들어보자.

      5도 (심리적 승착)

오다께(大竹)의 바둑에서다. 흑1 젖힘은 과연 심리적 승착으로 불릴 만하다. 아주 깨끗하다.
백은 두점머리 맞은 기분과 함께 나무 밑둥이 꺾여진 느낌 갖기 딱 알맞은 장면이다.
백4는 오다께의 지친 감각. 당연히 A 젖혀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저런 수는 누구나 둘 수 있고 또 당연한 한 수이다.
그렇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다르다. 실제로 그 이후에도 백이 승부에 결정적으로 나빴다고 할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이미 패국의 그림자를 의식하고 있는 오다께에게 반상은 희망을 거두어간다.

그런 것이 반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니, 반상은 더욱 더 개인의 기분 그 이상의 개성화된 감성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이라 하겠다.

V. 불안에서 안정으로

여기 역사상의 耳赤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개념을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그것은 그 묘수가 흑에게 반상을 다음과 같은 형식(상황)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1) 유기적 통합으로
2) 불안에서 안정으로

왜 여기서 안정(安定)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가?

그것은 후지사와, 그가 보통 갖고 있었던 안목과 구별할 필요가 있어서이다.

      6도 ( 에라 모르겠다. 백1은 이 장면을 불안으로 몰아간다)

후지사와의 반상, 그 안목은 반상을 안정으로 밀어올리지는 않고 있다.
그것은 두모 즉 2각형, 즉 선분으로 반상을 자르는 것이었다. 따라서 세모 네모는 아니었다.
당연히 불안정하다!

그래서 알 수 있다.

후지사와처럼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후지사와처럼 두면 불안한 상태로 반상을 밀치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정한 반상.
그것도 반상의 숙명이겠지만, 그러나 인간은 불안정과 불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래 6-1도를 보자.
6도 이전의 수순인데, 좌변 백3의 간격에 유의하자. A가 아닌 것이다.

이미 우변에서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을 예견한 것으로,
백3을 A에 둘 경우 B C D E 등의 뒷맛이 우변 싸움의 여파로 희생 당할까봐 미리 조심한 것이다.

      6-1도 (예견이란 이런 거 - 선악을 넘어서)

생명은 귀한 것.
생존도 귀한 것.
생존 본능에 불안한 조건은 부정적(否定的)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불안 없이 새롭게 열 수 없다.
세상을 새롭게 여는 것.
그리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은 지난한 것.

본래 그러하다.
상하(上下)
좌우(左右)

그 자체로는 두모 즉 2각형이다.
견딜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떠오른다.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의 동(東)과 서(西)를 따라서 좌우를 대칭으로 이해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역시 충분치 못했다. 그래서 나일강의 상류와 하류를 따라서 아래와 위를 규정했다.
신화는 그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늘을 의인화한 여신, 땅을 의인화한 남신. 등장한다. 기둥도 등장한다.
네모가 필요한 것이다. 세상을 우주를 네모로 만들지 않으면 우주도 불안정한 것이다.

VI. 耳赤의 묘수와 네모

耳赤의 묘수가 반상을 안정시키는 그런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면네모로, 반상을 적당한 때 구획하거나 안정시킬 수 있다면 그건 耳赤의 묘수에 필적한다고 할 수 있을까.

반상은 천변만화 하는 곳.
말뚝을 잡아야 한다.

그러하다.
힘이 되는 中心점을 잡아서 그 하나에 네모를 연결지을 수 있다면 그건 대단한 안목이다.
반상에는 두 개의 큰 안목이 있다.

하나는 선분.
다른 하나는 입체.

선분의 힘은 반상을 크게 자르는 데 있다.
입체의 힘은 반상을 크게 안정시키는 데 있다.

선분과 입체, 그 활용을 제대로 했던 기사를 한 명 만나보자.
다까가와 가꾸(高川 格), 바로 그 양반이다.

      7도 (백 차례, 흑 유망하지만 저 서쪽하늘에서 구름이 순식간에)

      7-1도 (선분에 불과한 백 세력이 세모로 바뀌고 있다)

      7-2도 (두모가 세모를 거쳐 네모로 변화하고 있다)

7도에서 7-1도 7-2도로 변화하는 과정과 그 힘을 가만히 지켜보자. 천천히 음미 먼저 하도록 하자.

7-2도에서 흑2는 성급했다.
아래 7-3도 흑1이 급소였다.

      7-3도 (백의 세모를 저지하는, 서로 마주하는 급소 자리)

7-3도 (백의 세모를 저지하는, 서로 마주하는 급소 자리)

선분과 입체는 멀지 않다.
대개의 경우 함께 한다.

그러면 이리 말할 수 있다.

선분의 불안정.
입체의 안정.

불안과 안정, 그 마음은
반상의 형태와 언제나 함께 한다.

이것이다. 이것이 오늘 실로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왜 우리가 큰 힘을 가진 수법을 아직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느냐?
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서 주목하는 것이다.

반상은 형태로만
반상은 증명으로만
반상은 이론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반상은 인간을 떠나서
인간의 감성과 이성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후지사와의 그 광대무변한 공간감각
耳赤의 묘수, 그 안정감, 그 공간의 안정감.

그 배경에 공간을 대상화하는, 주관적인 세계와 쉽게 구별될 수 없는, 두 개의 특정한 세상이 숨어 있음을 놓치지 말자.
반상의 공간과 내면의 공간은 쉽게 구별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다.
과연 후지사와의 그 감각이
후지사와의 인격을 떠나서 얻어질 수 있는 감각인가?

다음 글이 바로 그에 대한 것이다.

하나 강조하고 글을 맺겠다.

반상에서 입체적 인상에로 맘을 보다 많이 돌림으로서
우린 우리의 승부하는 마음을 보다 넓고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공부 방법 하나는, 앞서 보여드린 다까가와의 그 수법, 그런 장면을 반상에 반복해서 놓아보는 것이다.

이해 수준을 넘어서서 내면화하는 과정이 되겠는데,
내면화를 언급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우리의 안정과 불안정에 연유한 마음이 선분과 입체, 그것과 깊이 연계되어 있으며, 그것이 수법으로서 자연스럽게 반상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가볍게 이리 말하는 것이다.

이런 수법이 참 좋구나.
전체가 풍요롭고 안정적이 되는구나.

그런 인상을 자연스럽게 마음에 그리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마음이 반상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반상에는 그런 균형점이 존재한다. (존재할 것이다,가 아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풍요롭다면 그런 점 찾기는 쉬울 것이다.

요컨대 즐기는 것이다.
밝게 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