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언어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 있나

I. 왜 우리는 반상에서 은유의 언어를 사용하는가.

반상은 모호한 세계다. 왜 모호하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세상이라서 그러하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모호한 세상.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서 우리가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을 가진 세계로 이끌어낼 수 있나. 구체적이지 않은 세상은 불안하고 불안정한 것. 그런 세상은 우리가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지난 2천 5백 년. 인간은 바둑을 이해하는 언어를 창조해왔다. 무엇보다 은유의 언어. 그것이 바둑의 세상을 그려주는 도구로서 인간이 찾아낸 것이었다. 모호한 반상은 구체적인 언어로 대치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린 반상을 모호한 안개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 비로소 방위(方位)도 구별하고 앞뒤도 구별할 수 있다.
 
그 동안 널리 회자되어 온 말씀. “한 판의 바둑은 인생과 같다.” “바둑은 한 편의 드라마.” 그런 표현들이 우연히 던져진 것이 아니다. 바둑은 인생을 다루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만하다.

예를 들어보자.
도주하다. 밀다. 누르다. 끊다. 잇다. 넓히다. 좁히다. 어깨를 짚다. 전개하다. 生과 死. 조금 실력이 올라가면 가볍다, 무겁다, 그런 구별이 온다. 맵다, 짜다, 신랄하다, 두텁다. 엷다.

그런 개념들이 반상을 수놓는다. 어떤 개념인가. 우리의 몸짓에 관련된 것. 우리의 희망에 관련된 것. 주변 자연환경의 이미지에 관계된 것. 구체적인 사물의 형태를 묘사하는 것. 그런 것들이 반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이다. 반상 또한 대지(大地)와 다름이 없기에 우리가 대지에서 살아갈 때 경험하는 바로서 반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II. 반상의 개념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저번에 이런 구별 했었다.
1) 묘사 vs. 설명
2) 구체적 vs. 추상적

이번에는 이런 구별도 하나 더하자.
1) 형태를 묘사하는 개념
2) 의도를 표현하는 개념

1) 어떤 언어는 형태를 말한다. 예컨대 일자(日字), 목자(目字), 한칸(一間), 두칸(二間).
2) 어떤 언어는 의도를 말한다. 장문(掌門), 모자(帽子), 씌운다, 제압한다(鎭神頭), 제압한다(鎭).

제압한다(鎭)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해석이 많을 것이다.

      1도(鎭과 鎭神頭)

“현현기경”에서 진(鎭)은 1도의 수단 중에서 “흑7에 대한 백14,” “백6에 대한 흑15(이를 飛鎭이라 부른다)”을 말한다.(참고로 흑13에 대해 흑15는 大飛)

그러므로 진신두도 그 뜻이 분명하다. 귀에서의 한칸 모자씌움과 그로부터의 변화를 말한다. 1도에서 “백8에 대한 흑9”를 말한다. 그 뿐이다. 궁금하신 분은 오로에 올려진 글 - 반상일기 중에서 2004년 6월 24일자 “현현기경-진신두”와 9월 20일 “진신두와 진신두 묘수”를 참조해 주시라.

그러하다. 바둑에는 단순히 형태를 표현하는 언어가 있고 다른 한편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는 표현이 있다. 만약 우리가 반상에서 한 발 벗어나, 바둑 두는 행위에 주목한다면 의도는 더욱 뚜렷하다.
싸우다. 누르다. 공격하다. 압도하다.

그 반상 밖의 대국자 간의 기(氣)싸움을 반상 위에서 표현하는 단어도 꽤 된다.
젖힌다. 밀어붙인다. 두점머리 때린다. 압박한다.

물론 “압박한다”와 같은 단어는 그 반상에서의 형태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젖힌다,” “밀어붙인다,” “두점머리 때린다”와 같은 단어는 형태도 잘 갖추어져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 또한 잘 드러내는 그런 개념적 인상을 준다. 여러분도 그리 느끼지 않으신가? “젖힌다”라는 단어에서 여러분의 손을 젖힌다, 상대의 손을 젖힌다, 그런 몸의 감각 느끼지 않으신가?

그러므로 가볍게 이리 말하고 싶다.

반상에는 의도와 함께 자연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안목이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우리 인간은 의도를 가진 존재. 의미를 찾는 존재. 자연을 반영하는 존재. 자연의 구상을 우리에게 심어놓고자 노력하는 존재.

그러므로 반상은 우리 내면과 외면을 드러내는 세상이다.
우리가 반상을 그리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상에서 우린 그런 자신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우리.

그러므로 살아있다.
반상은 살아있다.
바둑의 세계는 살아있다.

III. 반상은 상상력의 세계다.

우린 모호한 반상에서 논다. 잘 노는 것을 일러 창조라 한다. 잘 놀지 못하는 것을 일러 모방이라 한다. 다행히 이런 말도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모호한 세상을 구체적인 몸짓의 언어로 살아가는 것. 그것은 언제나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아니, 상상의 세계를 통해서만 우린 반상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의미. 의미를 부여할 때에만 반상에서 우린 활기를 얻는다.

삶의 활기. 活氣. 표의문자(表意文字)로 써보니 더욱 생동감이 있다. 生動. 그 표현도 좋다. 생동하는 세상. 그것이 반상의 본질을 이룬다.
그러하다. 반상은 우리 몸짓, 우리의 몸, 우리를 포함하는 자연. 그 모든 세상의 거울을 통해서 우리로부터 그 어떤 상상의 세계를 이끌어낸다. 이끌어내고 이끌려 온다.

그래서 이리 말할 수 있다.
반상은 은유의 세계. 은유를 통한 상상력이 창조하는 세계.
그것이 반상의 본질 중 하나다.

III. 스케치하듯 드러나는 반상

왜 우리는 언어를 쓸까.

답은 간단하다.
표현하지 않으면 반상은 우리와 더불어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표현에 단계랄까, 범주가 있다.

세상을 우주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단계.
반영을 넘어서서 의도를 개입시키는 단계.

어느 것이 바둑에서 먼저 머리를 내밀었는지는 모르겠다.
의도를 먼저 반상에 뿌렸을까.
형태를 먼저 구별하는 것으로 기초를 삼았을까.

의도는 형태를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적절히 발현될 수 없다.
형태는 의도 없이 스스로 몸을 드러낼 수 없다.

좋다.
의도의 표현욕구가 먼저이든 형태의 표현욕구가 먼저이든,
바둑을 둘 때 우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아마 이런 인상 받으실 것이다. 여러분이 바둑을 둘 때, 상대의 착점을 기다렸다가 상대가 착점한 이후, 대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지나면서 다음 착수를 선택할 것이다.

1) 대국자의 무엇인가가 모호하게 반상에서 배회한다. 뭔가 의식이랄 수도 없고 의식이 아니랄 수도 없는 그런 모호한 감지(感知)가.
2) 그 감지된 감지(感知)에 몸과 의식이 이끌린다. 붙잡을 수도 있을 듯하다.
3) 몸길이 눈길이 어디엔가 머문다. 뭔가가 좀더 확연하게 붙잡혀진다.
4) 불현듯 갈 곳을 찾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구별도 하나 하자.
1) 스케치.
2) 논리.

우리는 반상을 스케치한다. 모호한 반상. 무엇인가 뚜렷하지 않을 때 우린 반상을 스케치하듯 그린다.
뚜렷할 때는? 그 때는 “수를 보고 읽는다.”

명인들은 구별했다.
“수를 본다.”
“수를 읽는다.”

답이 분명한 것. 그 논리가 분명한 세계. 그곳은 그냥 “본다”고 표현했다. 예컨대 수상전인데 차이가 분명한 곳. 공배 차이가 뚜렷하면 그 누가 답해도 뚜렷하다. 이건 백(또는 흑)이 두 수 빠르군요. 이겼군요. 그리 말할 수 있다.

      2도(수를 본다/ 문제)

2도는 문제. 백이 먼저 두어서 산다. 대단히 재미있는 맥점이 숨어 있는 곳이니 풀어보셔도 좋겠다. 아래의 3도는 답인데, 30년 전 쯤 강철민 사범도 유쾌해 하셨던 문제이다. 3도에서 좌하귀는 백의 실패도이다.

      3도(수를 본다/ 답)

그러나 포석이나 중반 중앙과 같이 공간이 열린 곳에서 답이 분명하지 않을 때 그곳에서는 명인들도 읽는다.

      4도(수를 읽는다/ 백 차례)

4도는 2도와 다르다. 만약 4도와 같은 장면에서 뭔가를 착점하려고 한다면 먼저 반상을 감지(感知)되는 것으로 스케치를 해야만 한다. 그것이 먼저다.

      5도(백1이 답이 될까)

5도는 실전이다. 백1이 예리한 급소. 그러나 이 장면의 “이 한 수”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많은 프로들이 긍정할 만한 급소임은 틀림이 없다.

실로 그러하다. 만약 먼저 그 어떤 충동에 의해 감정(의도, 스케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무엇이 먼저 일어날까.
논리가 먼저 일어날까. (논리와 스케치를 대비의 언어로 파악한다면)

우리는 그림과 같은 언어를 통하여, 모호하지만 감지된 감각에 의해, 반상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반상에는 우리와 세계가 혼연(渾然)되는 단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6도(우변 맛이 찜찜하다)

6도는 그런 점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가린 장면인데, 별로 적절한 기보는 아니다. 그래도 써먹자. 흑의 입장에서 볼 때 우변에 남겨진 맛이 뭔가 “허(虛)하다”고 표현하게 될 듯하다. 약간 엷은 듯한데 어떨까. 후지사와가 이 장면에서 답도 주었다.

      7도(후지사와의 답)

7도에서 흑의 태도는 과연 두텁다.
8도는 7도의 답을 추인하기 위하여 후지사와가 그린 그림. 있을 법한 미래. 감지된 설명이라고 해도 될까.

      8도(이런 뒷맛도 있다 한다)

그러므로 우린 밀어 올린다. 밀어 올리고 가(加)한다.
그리 표현할 수 있다.
 
몸의 언어는 싱싱하다.
반상 또한 싱싱한 은유에 의해 흥(興)과 비(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반상의 착점은 대개의 경우 찾는 것이 아니라, 찾으려고 해서 찾는 것이 아니라,
찾아지는 것이다, 라는 것이 적절한 이해 아닐까? 그것이 보편적이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반상은 다음과 같은 세계로 이뤄진다고 말할 수 있다.

1) 스케치하듯 감지된 또는 감지되려고 하는 그 무엇을 잡아채는 과정이 있다.
2)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논리로 확인할 수 있는, 흔히 “수를 본다”라고 부르는 그런 과정이 있다.

IV. 반상의 언어를 통해서 본 “명상과 바둑”

반상은 정서(情緖)와 세상의 이미지가 뛰어노는 세계이기에, 요약하면 오늘은 다음과 같이 - 2분법적으로 - 구별되는 언어의 여러 속성을 말했다.

1) 묘사와 설명
2) 형태와 의도
3) 스케치와 논리
4) “본다”와 “읽는다”

반상은 그런 세계다. 그런 언어들을 어떻게 사용해서 상대와 함께 노니는가. 바로 그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다면 우린 반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언어 속성의 구별이 무슨 소용? 그런 있을 법한 의문에 대해 답을 하나 하도록 하겠다.
독자께서 주신 명상 관련 질문 하나에 답을 하면서, 언어의 이해가 중요함을 강조하겠다.

(표 1) 바둑에서 명상을 찾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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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그것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느냐? 그에 따라 명상의 정의 내지 폭과 깊이가 달라집니다.

바둑.
바둑의 언어는 활기찹니다. 생명이 뛰어 노는 것을 즐깁니다. 원시시대, 석기시대의 본능이 반상에는 대지의 수목처럼 살아있습니다.

그렇지만 명상은, 거의 대부분의 명상 전통에서, 본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수행됩니다. 예컨대 행주좌와 수행 아닌 것이 없다 말을 할지라도 핵심은 좌(坐)에 있습니다.

바둑의 언어를 다시 봅니다.
바둑의 언어는 교감신경과 아주 밀접합니다.
근육과 혈관, 예민한 반응.
공격한다, 수습한다. 잡는다, 도주한다, 찌르다, 급소, 아프다, ... .

그 언어가 그런 겁니다. 드러난(動) 생명이지요. 고요한(靜) 측면을 밝히는 언어는 바둑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1) 바둑이 명상이 될 수 있느냐?

바둑을 어떻게 명상의 도구로 사용하는지는 들어본 적 없지만
만약 바둑 두는 행위, 그 하나에 관심을 둔다면
그 행위 그 자체가 명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견해는 아마도 오해일 것으로 봅니다.
생명력의 근육질적 부분은 명상의 이치와 양립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명상의 효과가 부교감신경의 발달과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은, 그 증거의 하나가 될 겁니다.

2) 지(止)와 바둑에서의 집중.

지관(止觀)은 명상의 다른 표현이자 그 핵심 내용.
그 중에서 止가 집중과 맞닿습니다.
그러나 집중이 곧 止는 아닙니다.

“yoga sutra”에서 파탄잘리는 이리 말합니다.
요가(yoga)의 목적은 “생각을 지우는 것”에 있다.
지우는 방법으로 止를 권합니다.

생각이 지워질까요? 생각이란 - 자기 것이 아니므로 -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지워질까요? 그러므로 지워지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상의 집중,
이건 몰입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 그런 책 있죠? 몰입의 발견. - 止라고는 말 못합니다.

어떨까요. 잠깐 생각해 본 것인데, 보통 우리가 언급하는 바둑에는 그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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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 바둑의 언어를 이해하면 이 정도 수준의 설명력은 쉽게 얻을 수 있다. 바둑의 세계와는 다른, 바둑 밖의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반상 위의 현상에 대해서도 더욱 큰 설명의 힘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석점의 중앙” 문제. 왜 우리는 지난 번에 말한 그 석점의 중앙 문제를 갖고 있느냐?

그것은 언어를 이해한 뒤에,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심리적 저항의 문제 등을 이해한 뒤에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와 관련, 이 글이 이해하는 바, 언어와 심리적 저항과의 관계를 일부 밝히면 다음과 같다.

반상의 언어는 물론이고 의식은 우리의 몸짓을 떠나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보자.

만약 누군가에 대해서 - 또는 삶에 대해서 - 화가 났다고 하자.(당신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그르다는 이야기도 이 전제에는 없다.) 그러면 주먹질을 하고 싶을 것이다. 자, 그러나 과연 마음대로 주먹질을 할 수 있을까. 사회는 당신의 그 주먹질을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주먹을 멈추어야 한다. 그 때 그 주먹질 하고 싶었던 충동은 어디로 가나? 사라지나? 아니다. 몸에 남는다. 근육 속에 남는다. 그것이 쌓이면 어찌 되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울분과 같은 정서로 내면에 저장되고 또 드러난다.

몸에는 그 언어가 -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의 마음이 - 축적된다. 몸과 언어, 의식, 마음은 별개가 아니게 된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고 또 몸이라는 “그릇”에 담는다.

바둑에서 이 무슨?

우린 반상에서 효율성을 중시한다.
이 빈삼각은 효율이 좋지 않아.
이 날일자? 이건 끊기기 쉬워. 두지 않는 것이 좋겠어.

그러면 어찌 되나?
빈삼각과 날일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몸에 저장된다. 물론 의식에 저장된다고 해도 된다.
그래? 그래서?

이후에 바둑을 둘 때, 그 빈삼각과 날일자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음에 저항이 일어난다. 물론 저항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저항이 잔재되어 있기에 기회만 닿으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식이다.
몸짓에는 부정적(否定的)인 경험도 담겨있는 것이다. 아니 그런가?
몸짓 그 자체가 축적된 의미이며 언어인 것이다.

V. 몸이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릇이라면? 반상의 언어가 몸짓과 매우 가깝다면?

바둑을 알려면 인간을 약간이나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의식뿐만 아니다. 무의식도 이해해야 한다. 무의식이야말로 직관과 논리를 통합하는 그런 공간.

아니다. 지나친 욕심은 그만 두겠다. 한계를 직시하겠다.

예컨대, 17세기에 도샤쿠(道策)는 말했다. 학습의 과정에서 대국을 할 때 “생각지 말라.”

논리보다는 형태와 직관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의 언어 이야기. 바둑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이해하면 왜 도샤쿠가 그런 지침을 주었는가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스케치. 이미지. 본능과 몸짓. 그런 구별 속에서.

아마도 그 정도의 해석이 이 글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될 것이다. 그저 이런 세계에 반상이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가벼운 스케치, 그것이 한계가 될 것이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갖고 놀게 되면 우린 반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이해하면?

아 그러면 그 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넓어지는 만큼 자유롭다, 그리는 말 못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