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언어 세계가 반상을 이룬다

바둑을 둔다. 두는 자, 그의 이름을 名人이라고 하자. 명인이 되고 싶은 자의 이름을 명인이라고 하자. 명인은 바둑의 무엇인가가 되고 싶다. 무엇인가 되고 싶은 그에게,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반상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명인에게 가장 필요한 거 아닐까.

명인들은 어떤 반상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언어를 통하여 짐작해보자.
여기서 言語란, 문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을 지칭하며 문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다음 (표1)은 반상의 언어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두 개의 언어군(群)으로 분류될 수 있음을 요약한 것이다.

(표1)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두 개의 언어 세계가 반상의 言語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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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상(image)을 강조하는 언어    개념적 표현을 강조하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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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    묘사적(비유적)                설명적
         직관적(감각적)                개념적
         구상적(구체적)                추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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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에서 사용되는 기초적 개념들은 - 대체로 - 논리적이거나 개념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다.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나 형체 없는 형상들이 기초를 이룬다. 우린 그것을 안다. 비록 문자로 표현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린 그 형상을 머릿속에서 알고 이해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모호함이 없지 않으나 그 내용은 서로 간에 합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논리적 개념(맥이나 사활의 급소와 같은)들이 구체적 수법을 이룬다.

3천년 바둑의 역사. 아니 20세기 초에 있었던 신포석의 발달史를 잠시 생각해본다.
신포석의 발전사를 통해 언어의 활동과 힘을 그려보자(신포석에 대해서는 옆에 상재되고 있는 “포석의 넓이”를 참조하시라).

먼저 (표2-1). 신포석의 발달사를 언어와 관련해서 요약해 본 것인데,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표2-1) 신포석 발전의 과정(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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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하학적인 도형과 직관을 따라 반상을 구상하다.
2) 출렁이는 고무줄처럼 비유를 확대하다. 실제로 심리적으로 그리 느끼다.
3) 분할 개념에 더하여 구체적인 수법의 논리에 점차 비중을 많이 두다.
4) 수법과 인상(image)을 혼용하여 반상을 구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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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 (기하학적인 도형과 직관)

기하학적인 이해가 고지식하게 반상에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보 (출렁이는 고무줄)

백6이 A가 아니고 백12가 B가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중력의 힘에 의해 공간이 휘청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3보 (부분 수법도 중시되다)

좌상귀와 좌하귀의 정석 진행이 신포석의 안목 위에서 새롭게 통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보 (3三 걸침은 전체의 인상에서)

좌상귀 흑17 걸침은 장문의 기분으로 두어지고 있음을 알겠다. 장문은 부분의 수법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여기서 흑17은 일종의 장문으로, 장문은 때로 판 전체를 크게 압박하는 기분이 강하게 들어가는 수법이다.

다음 (표2-2)는 (표2-1)을 보충하는 기분으로 만든 것인데, 역시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는 자신 못하겠다.

(표2-2) 신포석 발전의 과정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2분법적 개념들(1->4)의 비중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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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관과 감각(시각 등)에서 논리적 개념으로(具象에서 抽象으로)
2) 비유에서 설명으로 - 비유와 비중은 낮아지고 설명의 비중이 높아지다
3) 비유도 설명도 - 묘사와 설명이 -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부족한 점을 보충하다
4) 넓혀지다 - 논리적인 수법과 비논리적인 직관적 안목이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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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의 인식인지 여부는 실로 판단하기 지난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요약해 본 이유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음이다.

신포석의 발달사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린 반상에서 변화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포석의 발달사와 같이 개인은 2분화된 영역을 넘다들면서 명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적으로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