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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과 거짓
2010-12-22 조회 10976    프린트스크랩
▲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조선 시대 문신인 허침(許琛, 1444년 ~ 1505년)의 시를 감상한다. 허침의 자는 헌지(), 호는 이헌(頤)이며 본관은 양천이다. 성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교리를 거쳐 대사헌, 이조판서 등을 지냈다. 당대의 유명한 학자인 신종호, 조위, 유호인 등과 함께 학문과 덕행으로 이름을 떨쳐 세자(연산군)의 신임을 받았다. 1489년에 <삼강행실>을 정리하였으며, 1504년에 좌의정이 되었다. 성종 때 윤비 폐위를 반대했기 때문에 갑자사화 때에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연산군의 옳지 못한 정치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이를 이루지 못하고 병으로 사망하였다.



世事看來熟   세사간래숙

碁飜局局新   기번국국신

休誇印如斗   휴과인여두

自笑甑生塵   자소증생진

几案留三友   궤안유삼우

林蔬當八珍   임소당팔진

好觀齊物論   호관제물론

誰識贗耶眞   수식안야진


허침은 세상사를 매판마다 새롭게 짜여지는 바둑에 비유했다. 인생이 한 판의 바둑일 수도 있고, 인간사 그때 그때마다 벌어지는 일 역시 한판의 바둑일 수 있다.

印(인)은 벼슬을 뜻한다. 인장이 말(斗)만하다고 하니, 벼슬이 높은 것을 말한다.

책상 위의 세벗(三友)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대략 책, 거문고, 술 정도 아닐까 추정한다. 혹은 술 대신 바둑이 될 수도 있겠다.

팔진미(八珍味)는 중국에서 성대한 음식상에 갖춘다고 하는 진귀한 여덟 가지 음식의 아주 좋은을 말한다. 순모(淳母), 순오(淳熬), 포장(炮牂), 포돈(炮豚), 도진(擣珍), 오(熬), 지(漬), 간료(肝膋)를 이르기도 하고 용간(龍肝), 봉수(鳳髓), 토태(兎胎), 이미(鯉尾), 악적(鶚炙), 웅장(熊掌), 성순(猩脣), 수락(酥酪)을 이르기도 한단다.

또 혹자는 원숭이 골 요리(후두), 바다제비 집 요리, 모기눈알 요리, 곰 발바닥(웅장), 사슴꼬리 요리(녹미) 혹은 숫사슴의 생식기(녹신), 낙타의 봉(낙봉), 표범의 배냇 애기(표태), 호랑이 무릎(호슬 또는 호빈)을 꼽기도 한다. 또 여기에 상비라고 하여 코끼리 코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齊物論(제물론)은 장자(莊子)의 내편(內篇)에 있는 것으로 유명한 조삼모사(朝三暮四)와 호접몽(胡蝶夢)의 이야기가 나오는 2편이다. 모든 사물의 상대적, 이원적 대립구조를 뛰어넘어 일체(一體)로 인식해야 된다고 역설하였다 한다.

贗(야)는 옳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贗耶眞(안야진)은 <그릇됨과 참>이란 뜻이다.


다음과 같이 새겨본다.

내가 세상일을 익히 보아왔는데
바둑처럼 매판마다 새롭게 짜이나니
높은 관직에 올랐다 자랑 마라
나는 떡시루에 먼지 쌓여도 웃기만 하네
책상 위에 세 친구 있고
숲의 채소로도 팔진미가 부럽지 않네
장자의 제물론을 즐겨 읽으니

무엇이 참되고 거짓된 것인지 그 누가 알랴

그렇다. 절대적 선(善)이나 절대적 가치(價値)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만물은 평등하고 그 상대성으로 인하여 가치기준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절대 신(神)에 종속적인 것에 대해 종종 회의적이다.

올 한 해도 어느덧 기울었다. 2010년이라는 바둑 한 판이 마무리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공배를 메우는 일 밖에 없던가. 계가를 마치고 호흡을 가다듬어 2011년이라는 새로운 바둑을 둘 준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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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사랑 |  2010-12-22 오후 8:24: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랜만에 님의 글을 봅니다. 내년에는 생활에서나 바둑에서도 상큼한 포석으로 시작하여 중반과 마무리까지 후회없이 판을 짜나가기를 바래봅니다..........  
팔공선달 |  2010-12-24 오전 11:23: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잘어울립니다^^*

신에 대해서는 종속보다는 모범으로 삼는다고 말하고 싶고...
거짓과 진실 가치기준은 절대평가와 상대적인 오해에 기다림이.

새해 2011 님의 기보에 행운을 빌며 뜻이 오해없이 펼쳐지시길...(__)

 
허심풋보리 |  2010-12-24 오후 7:14: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절대 신에 종속적인 것에 대해 회의적인 점에 동감합니다.
2011년에도 건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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