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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백년이 한 판의 바둑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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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백년이 한 판의 바둑이라면
2010-12-31 조회 8718    프린트스크랩

어느덧 경인(庚寅)년의 마지막 날이다. 돌이켜 보니 올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세월을 잊고 사는 신선도 아니건만.

바둑을 두다보면 시간을 인식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모양이다. 긴 세월을 단 한 순간으로 압축한다거나  짧았던 시간을 영겁의 기간으로 확장하여 느껴지게 하는 마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올 한 해를 바둑이나 두며 살지는 않았다. 아니 거의 바둑은 두지 않았다. 그런데 내일이면 신묘(辛卯)년이니 어떻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흐르는 물(流水)과 같은 것인가!


김시습의 시를 한 편 감상한다.

 

百年一碁局    백년일기국
萬期爲瞬息    만기위순식
何如一取醉    하여일취취
擧頭雙耳熱    거두쌍이열
山童欲早去    산동욕조거
歸去應岑寂    귀거응잠적


인생 백 년이 한 판의 바둑과 같다고 탄식한다. 목은(牧隱) 이색이 바둑을 두노라면 하루가 일 년같아(玉子紋楸日似年) 라고 읊은 것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처음에 萬期를 만 가지 기약으로 해석했었다. 즉 사람이 인생 백 년을 살며 계획해 왔던 수 많은 갖가지 일들이 다 한 순간이 아니겠는가 하는 허무주의적 관점에서 감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1期는 백(百)년을 말한다(禮記). 따라서 萬期는 백만 년을 뜻한다.  이렇게 뜻을 새겨야 1,2 句가 對가 된다. 즉, 百↔萬, 年↔期(百年)으로 서로 대비되는 것이다.

인생 백 년이 한 판의 바둑이라면 백만 년이라는 영겁의 시간도 눈 깜짝할 새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인생의 유한성을 짙게 내뿜는다.

따라서 한 잔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술 기운이 불콰해지니 두 귀가 닳아 오른다.

함께 바둑 두던 산골 아이(山童)는 되돌아 가고 싶어한다.

혹시 김시습은 그 자신을 山童으로 비유한 것은 아닐까? 그 산골 아이가 돌아가면 산중은 또 다시 고요해질 것이다. 산은 옛 산이로되 흐르는 물은 옛 물이 아니로구나.

다음과 같이 새겨본다.


인생 백년이 바둑 한 판 같다면
백만 년도 한 순간
잔 쥐어 한 번 취해봄이 어떠한가
두 귀 화끈거리도록 취해 머리를 드니
산골 아이 일찍 가고 싶어 하네
그 아이 돌아가면 산중은 또 적막강산

맞이하는 신묘년에는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년말 이때쯤 필자처럼 한 것도 없이 일 년이 훌쩍 가버렸다는 감상이 없기를 기대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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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 |  2010-12-31 오후 4:40: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말은 마음의 표현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은 변함이 없건만 세월이 유수와 같이 느껴지니
한 순간이 백년이 되지도 하고 영겁의 일순간도 되는 마음인가 합니다.
의식에 따라 느끼고 생각하니
사실 삶이란 별 것이 아닌
자기가 자기를 만든 것이지만....

귀신도 되고, 천사도 되고, 무상함도 되니
오직 한순간, 한순간 마다 평화와 안정을 기원하면서....

 
전등사박새 동감입니다.
오리와춤을 |  2011-01-01 오전 8:54: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새해에는 더욱 행복하시기를 ...... 넙죽

(새해 첫 날에)

 
수여나 |  2011-01-03 오후 6:03: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申卯년은 辛卯년으로 써야 합니다  
여현 감사합니다.
AKARI |  2011-01-04 오후 12:01: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여다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싸인해줄까 |  2011-01-04 오후 1:50: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kklklklk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jllllllllllllllllljjjjjjjjjj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l  
남산51 |  2011-01-04 오후 2:55: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동은 마음의 자취라. 때를 아는 자는 실수가 없다 하였으니 인류 문화나 역사도 시간이 순환, 변화하는 틀 속에서 거기에 맞게 이루어집니다. 봄에는 태어나고 여름에는 자라서 가을에 가야 열매를 맺는다는 인간농사를 경영하는 우주일년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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