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렸다. 그러다가 한순간 딱 멈추더니 체격이 듬직한 사내가 단상으로 올라가 이제부터 게임 방법을 설명했다.

“여러분 잠깐 주목해 주십시오. 에, 지금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환영식을 준비했습니다만 지금부터 깜짝 놀랄 환영식을 갖겠습니다. 그것이 뭐냐? 바로 미인 업어오깁니다.”

미인 업어오기는 아주 특별한 게임이었다. 북이 울리면 남자들은 분수대 가에 서 있는 미인에게 달려간다. 그곳에 서 있는 미인이 팬티 하나만 걸쳤다면 미인을 업으려고 달려간 상대방도 그와 똑같이 팬티 하나만을 걸치고 출발선까지 돌아와야 한다.

상품은 아주 특별했다. 누구든지 정해준 룰을 지키고 약정된 시간까지 출발선으로 돌아오면 상대하는 미인을 상품으로 얻을 수 있었다. 신도원에 근무하는 방녀(芳女)가 아니라 일본의 삼합회에서 특별히 수송해온 미인들이라는 소개였다.

북소리가 느릿하게 울렸다. 그와 동시에 번호표를 가슴에 꽂은 미인들이 한 줄로 나타나더니 분수대 주위에 늘어섰다. 출발선에 선 각지부장과 장로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눈빛을 빛내며 신호를 기다렸다.

빠른 템포로 북이 울렸다. 요란한 함성과 함께 사내들이 달려 나갔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번호표의 여인을 찾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못가에서 얼싸안고 나뒹구는가 하면, 잡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치는 여인들의 모습도 있었다. 열심히 비지땀을 흘리며 쫓아가는가 하면 깔깔거리며 친구들 사이에 숨어버리는 쪽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잡히게 됐을 때엔 겉옷을 홀랑 벗어버렸다. 어떤 여인은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걸쳤는가 하면, 어떤 여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깔깔거렸다. 구로다는 잔뜩 이마를 찡그린 채 어릿감은 눈자위를 손가락 끝으로 지분 거렸다.

“이보게, 미우라. 아무리 저들을 위로한다지만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어딨는가. 이건 너무 심한 장난일세.”

“아닙니다 회장님. 놀이의 여흥은 저들이 오히려 더 즐거워하질 않습니까. 모처럼만의 여흥인데 모른 척 하십시오.”

“지부장들은 그렇다 치고 장로들은 어떤가, 그들의 모양새가 남사스럽지 않은가.”

“아닙니다. 그들 역시 놀이의 여흥에 취해 있습니다. 모두들 제세상을 만난듯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이세상에서의 만찬(晩餐)을 후회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장관이었다. 평소 운동이 부족했던 탓인지 어떤 사내는 여인을 업다가 모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바동거렸다. 그것이 더욱 보기에 사나웠다.

“미우라, 그만 두게. 백주 대낮에 교도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어쩔 셈인가. 신도교는 차치하고라도 장차 삼합회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단 말일세. 이걸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어허, 이 얼마나 부끄러운 노릇인가.”

미우라는 눈매를 가늘게 만들며 딴전을 피웠다. 그러나 명색이 회장의 명령이니 무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미우라는 장내를 훑어보았다. 여흥이 도도하다보니 곳곳에서 여인의 몸을 더듬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간드러진 교성은 사내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여러분, 이제부터 흥미로운 놀이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미우라는 선두에 서서 일행들을 실험실 쪽으로 데려갔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의자에 묶이운 남녀가 두려움에 가득 찬 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여기 있는 남자는 무라야마 연구소의 기금을 받아 대학교수까지 된 하세가와라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우리 삼합회에서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으나 우리 사업이 인권을 유린한다는 이유를 들어 세계인권연맹에 고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매국적이고 타산적인 위인에게 합당한 책벌은 건조실험이라 생각하는데 여러분 의향은 어떻습니까?”

술기가 도도하게 차오른 일행들은 모두 귀기가 들린 듯 벌을 주어야 한다고 떠들었다. 미우라는 다시 말했다.

“그 옆에 앉은 여인은 주식회사 무극의 사장 서미앱니다. 그동안 우리 삼합회의 도움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으나 회사의 기밀을 신문사로 넘겨 오늘의 화를 자초했습니다. 합당한 책벌은 건조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의향은 어떻습니까?”

이번에도 일행들은 고함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미우라는 실험실 문을 닫고 서서히 온도를 높였다. 후끈한 열기 때문에 두 사람은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둥근 회전판 위에 떨어지자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의 몸은 순식간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미우라는 기다렸다는 듯 회전판을 이동시켰다. 수십 개의 전구가 켜져 있는 방안으로 옮겨지자 흐르는 땀은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그의 몸은 다시 반대편 방으로 이동되었다. 다시 뜨거운 열기로 인해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둘은 다시 건조실로 옮겨갔다. 이렇듯 두 사람의 몸이 열전도실과 건조실로 반복적으로 옮겨지자 일행들은 연회장으로 다시 모였다. 남녀가 흥그럽게 어울리는 동안 새로이 개발한 옥방회춘주가 탁자 위에 올려졌다.

이제 그들은 죽음의 잔을 들 시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