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국립도서관에 있는 [격암유록] 필사본은 충남 서산군 지곡면 도성리 전성후인 이도은이라는 이가 필사해 국립도서관에 가져다 놓은 것인데, 만약 이 책이 남사고 선생 당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반드시 문헌상에 그렇게 나와야 하고, 또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조선총독부의 직인이 반드시 찍혀 있어야 함에도 누락됐습니다. 이로보아 후대에 누군가가 위찬해 국립도서관에 밀어넣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정황으로 볼 때 이 책은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특정 종교단체가 이 책을 아전인수격으로 풀이해 자기네 종교가 말세에 세상을 구원해준다거나 특정 교주의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묵묵히 얘기를 들어주던 송학수가 입을 열었다.

“일정 시대  ｢격암가장결｣이라는 이름으로 비결서가 반포된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나라 잃은 선비나 식자층에서 일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려고 비결서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당시 참여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실종되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그분들은 역법에 일가견이 있었으며 당대 최고의 학문이랄 수 있는 [주역]에 능통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동목인(桐木人)이 지금에야 발견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 부분은 직접 관계가 있는 김송자가 답변했다.

“얼마 전 종교문제연구소 문태일 소장 피습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송현국 씨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저의 어머니 강유선 씨의 사주였습니다. 저는 뜻있는 동도들과 힘을 합해 고유번호 0000067인 그 목패가 무얼 뜻하는지 추적했습니다. 그곳은 신도교 서울 본당이 아니라 바로 주식회사 무극의 회장부속실에서였습니다. 여기 계신 김순원 기자분께서 다녀오셨기 때문에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순원은 당시의 사정을 간단하게 들려주고 나서 좌중이 깜짝놀랄 얘기를 꺼내들었다.

“그날 어렵사리 컴퓨터에 침입해 고유번호 0000067을 두드리자 뜻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화면에 뜬 그분의 정보는 <고유번호 0000067. 강유선(姜瑜瑄) 신도원에서 건조실험으로 108위(位)에 봉해짐>이라는 내용이었어요. 이것은 살아있는 사람을 생체 미이라로 만들어 박제(동목인) 시킨 후 진열해 놓았다는 뜻입니다.”

좌중이 소란스러워지자 사회자는 주위를 진정시켰다. 잠시 사이를 두고 김순원의 얘기가 이어졌다. 그의 낯빛은 불콰하게 달아올랐다.

“처음엔 저희도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없었죠. 며칠 후 심문기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고 만났는데 그분이 송현국 씨의 주머니에 동목인을 넣은 장본인이었습니다. 한때나마 신도원에 있을 때 강유선 씨로부터 도움 받은 인연 때문에 그 분이 건조실험으로 동목인이 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줬습니다.”

김순원은 증거물을 내놓았다. 몇 사람이 그것을 뒤집어 보는 동안 김송자는 소리 죽여 흐느꼈다. 잠시 동안의 어색한 침묵이 흘러갔다. 아직도 자리를 같이 한 사람들은 건조실험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김순원은 심호흡을 하고 나서 ‘관동군 화학부 제516부대’에서 비밀리에 이첩된 건조 실험의 내막을 들려주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처음엔 낯선 이국 여인이 공이오구에 대해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설명을 한 탓에 별다른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 부분에 대해 지나간 사건들을 되짚어내자 참석자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일본은 태양으로부터 기원한다는 뜻으로 닙본(Nippon)이라고 했듯 공이오구(0259)는 찬송가 259장을 따서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이른바 ‘빛의 사자들’로서 일본을 빛낸다는 뜻이죠. 일단 목적이 정해지면 어떻게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게 공이오구의 기본적인 행동지침이죠.”

기미꼬는 그동안 일어났던 알쏭달쏭한 의혹사건이나 현재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사건 대부분이 ‘살인자폭대’인 자기네 팀에서 저질러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녀의 고백은  ｢한국부동산 컨설팅｣의 정공칠 비서실장의 죽음을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