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으로 오지 않으면 안 될 급박한 일이 생겼어요.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더니 소원이 이뤄졌나 봐요.”

그녀의 빼어난 용모 탓인지 나이든 지부장들은 곁을 지날 때마다 흘낏거렸다. 칵테일파티 형식의 간단한 행사가 끝나자 모두들 짝을 지은 채 제방으로 찾아갔다. 그녀가 안내한 방은 상당히 호화스러웠다. 널찍한 더블 침대와 사방을 유리로 치장한 방은 고색이 창연한 가구들과 어우러져 한결 안락한 분위기를 풍겨 냈다. 새삼스럽게 감탄사를 뽑아내던 두 사람은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돌아왔다.

“나는 선생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신도교 내에도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쪽보다 경외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아무리 적이라 해도 뛰어난 능력이 있을 때엔 아낌없이 찬사의 박수를 쳐주는 게 예의닌까요.”

“게이꼬 씨가 단숨에 나를 알아보았다고는 할 수 없고, 무언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접근한 거겠죠?”

게이꼬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걸 눈치채셨군요.”

“내가 히라다의 홍사패를 가지고 있으니 어떤 모습으로든 침투하리라 예상은 했겠죠. 설마 아가씨가 내게 접근하리라곤 예상 밖입니다.”

“난 더 많은 비밀이 있거든요. 선생님께서 나를 사랑해 주시면 모든 것을 알려 드리겠어요.”

그녀는 말갛게 웃으며 무너지듯 안겨왔다. 사내의 손길이 그녀의 가슴 쪽을 파고들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브래지어 아래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녀가 약간 몸을 뒤로 물러났으나 이미 딱딱하게 돌기된 젖꼭지는 두 개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졌다. 약간 조이는 듯 했으나 좌우로 밀리자 그녀는 온몸의 힘이 주욱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입술이 옮겨졌다. 그곳은 생명의 물줄기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상반신을 활처럼 휘며 약간 옆으로 몸을 뉘었다.

불현듯 그녀의 눈앞에 힘차게 일어서 있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그것을 잡았다. 열기를 뿜어내는 막대기는 마치 숨을 쉬듯 손끝으로 용솟음치는 맥박이 전해 왔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가 침대에 닿을 때까지 그것을 놓지 않은 채 위아래로 손을 움직이다 슬쩍 늦추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잡힌 딱딱한 막대기가 자신의 그릇을 온통 휘저어 버린다는 사실을. 부드러우면서도 용맹스럽고 뜨겁고 단단한 도구를 놓지 않으려는 듯 그녀는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아래쪽에서 두 개의 호도알이 만져졌다. 아주 부드러웠다. 사내의 상체가 엉거주춤한 기마 형태로 돌아가자 그녀는 한 걸음 아래쪽으로 몸을 내려뜨렸다. 사내는 그녀의 의도를 분명히 알아차린 듯 동작을 멈추었다.

사내의 손이 그녀의 가슴 언저리에 놓아졌다. 아래에서 위로 몇 번이나 오르내리다가 가볍게 부풀어 오른 융기를 거머잡았다. 손가락의 미묘한 힘에 의해 온몸이 환희에 휩싸였다.

그녀의 하복부가 격렬한 힘에 의해 눌리는 것과 같은 경련이 일어났다. 온몸이 안쪽으로 타들어가는 느낌이 급속도로 전신에 퍼져 나가자 그녀는 희열에 찬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해일처럼 거칠게 회돌이 쳤다가 점차 가라앉아갔다. 어지럽던 호흡이 가라앉자 그녀가 말했다.

“제가 여기에 온 건 김송자 여사님의 간곡한 부탁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궁금한 것이 많았거든요. 물론 살아 있다면 언니도 만날 수 있을 거구요.”

“누가 당신을 보냈습니까?”

“미우라씨죠.”

“미우라?”

“그분이 한국 살림을 맡고 있어요. 구로다 회장은 허상이죠. 이름뿐이에요. 삼합회를 움직이는 것도 공이오구나 ‘얼룩고양이’를 움직이는 것도 미우라 씨 소관이에요. 그분은 당신을 좋아해요. 아니 선생님의 능력을 좋아한다고나 할까요?”

“나를 불러들인 근본적인 이윤 뭔가요.”

“선생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험해 보려는 거죠. 이쪽에서 보낸 저격수를 가볍게 제압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안달이 난 거예요. 아니죠, 직접 눈으로 선생님의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에 밤잠을 못 잘 거예요.”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게이꼬 씨에게 좋은 일이 생깁니까?”

“언니를 찾아 준다고 약속했어요. 언니 역시 공이오구 팀에 소속되었는데 지금껏 행방불명이거든요.”

“기미꼬 씬가요.”

“그걸 어떻게?”

“그분은 잘 있으니 안심해요. 언제라도 신당동에 있는 진역관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언니가 정말 그곳에 있어요?”

그녀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근심스럽게 말했다.

“이 건물의 지하는 3층으로 돼 있어요. 1층은 전시실이지만 2층은 소상(塑像)들이 진열돼 있어요. 그리고 지하 3층은 창고로 쓴다는데 용도는 몰라요.”

“나를 유인하라는 사람은 미우랍니까?”

게이꼬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자정에 내려가겠소. 그렇게 전해요. 아무 연락을 하지 않으면 게이꼬 씨가 위험에 처할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다소곳이 대답하고 나서 방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