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에 있는 ｢약속｣이라는 모텔 310호에는 아침 저녁으로 출입하는 여성이 바뀌었다. 숙박부에 기록된 이름은 히라다(平田)였다. 나이는 42세였지만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질은 조금만 그곳에 힘을 가해도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탁자 위엔 반쯤 남긴 술병이 놓여 있었다. 옥방회춘주(玉房回春酒)였다. 아마도 이 술이 폭발적인 정력의 근원이 아닌가 싶어 김말순은 관심을 기울였다.

311호에 설치한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 히라다의 몸놀림을 감상하던 그녀는 이따금 감전된 듯한 느낌으로 몸을 떨었다. 신도교 교령 신분으로 사당동에 나타난 히라다는 이곳에 숙소를 정한 뒤 하루에 서너 시간씩 여인의 몸을 파고들었다. 난다 긴다 하는 보도 아가씨들을 하루 걸이로 바꿨지만 히라다는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여인의 몸을 탐색했다. 이러다보니 일 주일이 되기 전에 확보해둔 아가씨들이 바닥나 버렸다.

히라다는 약속된 시간에서 10분이 지났는데도 아가씨가 들어오지 않자 311호에 있는 김말순을 불러들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난 한시도 여자가 없으면 견디지를 못하는데요. 일임(一壬)께선 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습니까?”

“저기요, 정보가 부족한 것도 그렇지만 여자분을 이렇게 사랑하시는 건 처음 보거든요. 그래서….”

“그게 잘못됐습니까?”

“아닙니다. 그건 아니구요, 놀랐다는 거죠.”

“한국 남성들은 나보다 못하단 말씀입니까?”

“그럼요.”

“그렇게 허약해서 어디다 씁니까. 그건 그렇고 난 아가씨가 없으면 견디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하죠. 오늘은 일임께서 수고해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김말순은 노브라의 상체가 긴장된 것을 느꼈다. 별수 없이 수긍하는 태도를 취하자 히라다는 그녀의 상의를 벗기고 풍요로운 유방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당신처럼 가슴이 큰 여성이 좋아요. 마치 어머니 품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니까.”

히라다는 왼손으로 그녀의 상반신을 감아 돌린 채 오른손으론 그녀의 젖꼭지를 가볍게 간질였다. 가슴에 불이 일어났다. 무언가 강렬한 불꽃이 가슴 한가운데서 스파크 현상을 일으킨 듯 화끈거렸다.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아래쪽에 걸친 옷가지를 벗어던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동작이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싫으세요?

히라다가 아니라는 듯 빙그레 웃었다.

“그런데 왜?”

가만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당신의 몸이 긴장하고 있어요. 마음을 편히 가져요. 당신이 그걸 머금고 있으면 즐겁긴 하죠.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억울하지 않아요? 자, 긴장을 풀고 위로 올라와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를 침상으로 끌어올렸다. 자연스럽게 여성 상위의 체위가 만들어졌다. 그녀는 말을 타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덩이를 내려앉았다. 다리 사이에 낀 돌출물을 자신의 문에 맞추고 순식간에 허리를 낮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