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께서도 초동 수사 때 발표된 이름들을 기억하실 거예요.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이 셋 있었잖습니까. 신도교의 행동 대원, 방주교회 교인, 그리고 이미 체포된 영화배웁니다. 이건 제 예감입니다만, 영화배우 송현국은 혐의를 뒤집어썼을 거예요. 너무 겁에 질린 상태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방어적인 변론을 못한 거지요.”

“수사의 전모가 발표됐는데 지나친 비약 아닙니까?”

“물론 조살하면 드러나겠지요. 아마 십중팔구 저의 말대로일 겁니다.”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뭡니까?”

“우선은 송현국이라는 인물 됨됨입니다. 그는 단역 배우죠. 스턴트맨이기도 하구요. 그런 사람일수록 나름대로 예술가라는 자부심이 강하죠. 그런 사람이 살인 한다는 건 어려워요. 충동적이라면 모르지만 청부 살인은 더욱 그렇죠. 그러고 보면 이동박 기자가 송현국이를 끌여 들인 것은 문소장을 살해 한다기 보다 다리 하나쯤 분질러 함부로 그런 기사를 못 쓰게 하려는 의도였을 거예요. 반드시 문소장을 없애려 했다면 좀더 전문가를 썼겠죠.”

“왜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을까요?”

“겁에 질렸거나, 그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지금은 변론을 않지만 정식으로 기소되면 그때 가서 자신을 변호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장군님, 증거라는 게 그렇잖아요. 돈을 받은 게 살인청부의 대가인지, 아니면 다른 일에 대한 부탁인지 또는 채권 채무에 대한 것인지…, 송현국이가 입을 열지 않으니 모르는 일이잖아요. 무조건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것과, 청부 살인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이 요란하다는 거죠. 그러나 송현국이가 문소장을 죽였다는 직접 증거는 없어요. 경찰에선 문소장을 찌르고 손잡이에 묻은 지문을 닦았다지만 설득력이 부족하잖아요.”

“그런 가정이 성립될 수도 있겠지요…, 그 사람 체포된 후 범인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물론입니다, 현재까진 긍정도 하지 않았죠. 언젠간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겠지만요.”

“흐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송현국 씨가 몸에 지닌 이상한 나무 조각입니다. 매스컴에 발표된 것처럼 그건 동목인(桐木人)으로 상대를 저주할 때에 쓰는 도굽니다. 그것이 송현국 씨 몸에서 나온 건 이상한 일입니다. 그 동목인은 문소장을 저주한 게 아니라 아주 오래 전에 실종된 한사람의 이름이었어요.”

“가만,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런 사실이 있었습니까?”

“바로 제 어머니에요. 그 동목인에 쓰인 건 강유선(姜瑜瑄)이라는 분의 사주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흐음, 그래요?”

“피살당한 문태일 소장 가까이 있던 분들은 제 어머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요. 또한 마충길 대령이나 이기자도 제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모르죠. 영화배우 송현국 씨도 마찬가지에요. 티브이에서 잠깐 봤습니다만, 송현국 씨는 자신의 몸에 그런 물건이 왜 들어있었는가 싶은 의아스러운 분위기였어요. 이상하잖아요, 누가 송현국 씨 몸에 그런 물건을 놔두었을까요.”

“혹시 용의선상에 오른 괴청년들이?”

“네에, 전 그렇다고 보거든요. 그들 중 누군가가 송현국 씨 몸에 그것을 집어넣었어요. 그사람 말처럼 순간적으로 피습되어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살인자로 변해 있었던 거죠. 장군님, 당시 수사선상에 오른 두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거든요.”

“메시지, 무슨 메시집니까?”

“동목인에 대한 메시지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송현국의 몸에 넣은 동목인이 하필이면 저의 어머니의 사주였는가죠. 우연일 수가 있겠지만요.”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십니까?”

“폐쇄된 신도원의 특별한 장소를 발굴해 달라는 청을 드리고 싶어요. 이 일은 마충길 대령과 신도교 사람들이 모르도록 은밀히 진행되어야 합니다. 마충길 대령에게 알리는 건 선행 조사가 끝난 다음이라야 합니다. 그렇지않음 장군님이 위험해 질 수 있어요.”

“좋아요, 그렇게 하죠.”

“저희가 신도원 쪽으로 움직일 때 저와 제자 한사람이 동행했으면 해요. 경자(京子)라는 아인데 괜찮겠지요?”

“두 사람이라면 지장이 없겠지요.”

노민우는 웃는 얼굴로 김송자를 바라보았다. 이쪽에서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었으니 난국에 처한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를 묻는 눈길이었다. 김송자 역시 선선했다.

“오늘이라도 신도원에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일단 그곳을 다녀와야만 장군님에게 보호색(保護色)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동안 마충길 대령에 대한 주변 정리를 해두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일단 이런 선에서 합의점을 맞춰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