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가 왼손 엄지와 중지를 합해 툭 튀겼다. 탁 소리와 함께 라이트가 밝아지자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서미애가 비명을 질렀다.

“어서 꺼요! 눈부시잖아요!”

라이트가 꺼졌다. 이번에는 티브이 스위치를  ON으로 올렸다. 잠시 필름 되감기를 하더니 이내 화면이 펼쳐졌다.

“저길 봐요. 우리들 러브 씬이 볼만하잖아요.” 

화면에는 농도 짙은 포르노가 전개되고 있었다.

서미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카메라의 앵글이 달려 있었다. 앵글은 필요에 따라 전후좌우로 움직였다. 그러나 어느 누군가가 조작했을 때라야만 가능했다. 그런데도 티브이 화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피사체를 원근법으로 밀고 당기는 기법을 쓰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목적을 가지고 촬영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서미애는 그 부분을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화면에 떠오른 남녀의 모습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어머, 나를 덮친 당신의 등에 점이 있네요? 어머머, 별이 일곱 개잖아요. 가만, 그래서 김상무님을 일본 바이어들이 ‘호시 구미(星組)’라고 했군요?”

김시우는 일언반구의 대꾸가 없이 빙그레 웃었다. 여전히 그의 눈길은 모니터 티브이에 머물러 있었다.

“오늘밤은 당신이 주역이네요.”

김시우는 깊숙이 키스했다. 그런 다음 알몸을 가린 가운을 벗겨 버렸다. 서미애는 얼른 돌아누웠다. 타오르는 흥분보다는 하복부에 몰아닥친 진통이 두려웠다. 그녀의 몸을 다시 정상 체위의 형태로 되돌리려는 공방전이 이삼 분쯤 계속되었다. 아마도 촬영하고 있는 스포츠머리를 의식해서인지도 몰랐다.

“전, 그만 나가 보겠습니다. 두 분께선 천천히 감상하십시오.”

스포츠머리는 자리를 뜨면서 스위치를 넣었다. 되감기가 끝나자 바로 재생되었다.

‘아이 싫어. 오늘밤은 당신이 주역이네요’ 라는 말들이 그대로 녹음되어 있었다.

“어머, 싫어요. 내 목소리를 녹음시키다니요.”

서미애는 애교 섞인 고함을 질렀다. 화면은 어느새 벌거벗은 그녀의 등 언저리를 비쳤다. 열심히 정상 체위의 형태로 되돌리려는 김시우의 모습도 한눈에 드러났다. 재빨리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뿌리며 속삭였다.

“지금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하면 잠시 후 볼 수 있어요. 섹스 커플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그것을 다시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온대잖아요. 우리들의 행위는 잠시후 모니터 티브이를 통해 볼 수 있어요.”

아직도 남아있는 약효가 그녀의 이지력을 마비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했다.

“혹시 다른 방에 비치는 건 아니죠?”

“물론이죠.”

“그렇담 안심이에요.”

그녀는 웅크린 자세를 풀며 사지를 편안하게 펼쳐 버렸다. 그 덕분에 그녀의 밀생된 풀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풀숲은 장방형을 이루고 있었다. 밀도는 아무래도 짙은 편에 속했다. 풀숲 아래 솟아오른 둔덕은 약간 높은 편이고 둥글게 커브를 이룬 선이 아주 매끄러웠다.

사내는 혀의 공격으로 들어갔다. 그는 결코 서둘지 않았다. 한차례의 열풍이 몰아쳐 갔는데도 그는 상대에게서 용광로처럼 분출되는 열기를 감지해 냈다. 그녀의 넓적다리 안쪽이 가늘게 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의 심벌을 진입시켰다.

“당신은 몹쓸 사람이에요.”

서미애는 그렇게 말하고 사내의 등쪽으로 돌렸던 팔에 힘을 주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녀는 상대의 움직임에 호응하며 콧소리를 흘려냈다.

사내의 힘이 그녀의 내부에 분출되었을 때, 그녀의 몸도 활처럼 브릿지를 이루며 휘어지더니 신음을 터뜨렸다.

게임은 이 다음에도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목욕을 한 후가 아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이어졌다. 사내는 오랫동안 굶주린 것처럼 그녀의 전신을 혀끝으로 훑어가며 씻김질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