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는 ｢옥방회춘주｣를 글라스에 3분의 1쯤 채워 서미애에게 내밀었다. 그 자신은 ｢무후별주｣를 약간 따라 혀끝으로 음미했다. 두 종류의 술은 벌꿀을 가미해선지 마시기가 좋았다. 얼마나 도수가 나가는지 모르지만 혀끝에 착착 감기는 맛에 양주병에 가득 찬 ｢옥방회춘주｣를 반병 이상 마셔 버렸다.

서미애는 자신이 마신 술에 상당량의 세신(細莘)이 가루로 정제되어 녹아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음양곽 역시 정량의 3배에 해당되는 양이 여러 약제와 섞이어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녀는 몸이 자꾸만 뜨거워지는지 하나씩 옷을 벗으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봐요,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왜 이렇게 덥죠? 술에 약을 탔어요?”

“약술인데 무슨 약을 탑니까.”

“그런데 왜 이리 덥죠?”

“여러 약재를 넣었으니 그런저런 효과를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시음용 아닙니까. 나 역시 몸이 이상한데요.”

사실 마시는 것으로 본다면 ｢무후별주｣는 강정 작용만 했을 뿐 정력주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옥방회춘주｣는 달랐다. 이 술은 정량의 약재를 사용해도 온몸의 기혈이 들끓는다. 그런 것을 3배나 되는 음약(淫藥) 성분을 넣었으니 서미애의 입장에선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낯빛은 벌겋게 익었고 호흡은 거칠어졌다.

“도와 드릴까요.”

김시우가 물수건을 들고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번쩍 눈을 떴다. 병아리를 본 수리처럼 잽싸게 사내의 목을 휘어 감으며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사장님, 왜 이러십니까?”

김시우는 허드렛말을 한 차례 흘리고 나서 천천히 몸에 두른 옷가지를 떼어 냈다. 그는 허우적거리는 서미애의 몸을 안아들고 더블침대로 다가가 사뿐히 내려놓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한 가지 의식이 서미애의 머릿속을 뒤흔드는 모양이었다. 잔뜩 움츠린 채 사내의 손길을 거부하는 자세를 취하며 헛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김상무님, 안돼요.”

그것은 애원이라기보다 사내의 충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제스처였다. 스커트의 호크를 풀고 블라우스 단추를 열었다. 블라우스 아래 브라 슬립을 당기자 그녀는 몸을 구부렸다.

“싫어요!”

김시우는 몸에 걸친 옷가지를 모두 팽개쳐 버렸다. 이쯤 되면 되돌아 설 수도 없었다. 침대 위로 올라가 기역자의 자세를 취하며 브래지어를 떼어내자 하얀 가슴이 나타났다. 융기(隆起)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도톰하게 솟아 오른 젖꼭지의 중심점은 약간 함몰되어 부끄러운 듯 움츠려 있었다.

김시우는 입술을 가져가 혀끝으로 밀면서 가볍게 빨아들였다. 풋풋한 체취가 코끝으로 밀려들었다. 그것은 풀꽃을 생각나게 하는 반가운 추억의 냄새였다. 팬티를 감아 내리자 검고 풍부한 역삼각형이 나타났다. 다리를 바짝 움츠렸지만 깊은 그곳에서는 처녀 특유의 냄새가 풍겨 나왔다. 그것은 사내와의 관계를 통해 풍겨내는 완숙미와는 전연 달랐다.

김시우는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무릎을 밀어 넣고 틈을 만들었다. 반대쪽 다리까지 완전히 빠져들자 비로소 두 어깨를 고정시키고 진입을 시도했다. 사내의 파워 있는 첨단이 좁은 통로를 거침없이 밀어오자 그녀는 절규했다.

“아, 그만!”

어떻게든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자신의 내부에 깊숙이 진입한 첨단을 밀어내진 못했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자 김시우는 거칠게 몸을 움직이며 그녀의 내부를 휘저었다. 고통과 비명 소리가 어우러지며. 방아깨비처럼 깊고 뜨거운 동굴 속에 혼심의 힘을 다해 사내는 알을 까고 있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오후 7시에 들어왔으니 좋이 서너 시간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한 셈이다. 꿈길은 감미로웠다. 고통스런 한차례의 열풍이 휘몰아 갔지만 뒷여운은 그런 대로 부드러웠다.

그녀가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언제 들어왔는지 스포츠머리의 사내 하나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는 손에 든 비디오 촬영기를 만지작거리며 서미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아직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눈으로 서미애가 물었다. 준비된 답변이 김시우에게서 떨어졌다.

“제가 불렀어요. 조금 전에 벌어진 게임을 구경하려구요.”

“게임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