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릉(西三陵). 경기도 고양군 원당읍 원당리에 있는 세 개의 왕릉을 서삼릉이라 한다. 조선시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章敬王后) 윤씨의 능(陵 ; 회릉지)으로 택해진 곳으로, 한때는 중종의 정릉(靖陵)이 이 능역 안에 있었다. 또한 그의 아들 인종과 인성왕후(仁聖王后) 박씨의 효릉(孝陵)이 자리잡아 중종과 인종의 2대 능지로 사용되었다.

그후 왕실 묘지가 조성되어 명종 · 숙종 이후 조선조 말기에까지 후궁을 비롯해 대군(大君 ; 정실부인 소생의 아들) · 군(君 ; 후궁 소생의 아들) · 공주(公主 ; 정실 소생의 딸) · 옹주(翁主 ; 후궁 소생의 딸) 등의 많은 분묘가 조성되었다.

그후 1864년인 고종 1년에 철종과 철인 왕후(哲仁王后) 김씨의 예릉(睿陵)이 들어서면서 ‘서삼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총 면적은 6만5천970 평이며 사적 200호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렇고 그런 기사다. 그러나 이곳에 태실(胎室)이 조성되던 1930년대의 얘기는 평범하게 읽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취재부장 박일우는 무엇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됐는지의 동기부터 밝혔다.

<일본 제국주의의 36년 간의 통치로 이 나라 조선은 뱃속이 허옇게 드러나고 감춰야 될 은밀한 부위까지 백일하에 까발려졌다. 그들은 조선인의 숨통을 죄기 위해 온갖 말살 정책을 썼으며, 사교 등을 양성화시키는 우민 정책을 병행했다.
어디 그뿐이랴, 민족정기를 없애기 위해 풍수 침략을 서슴지 않았으며 민족혼을 말살키 위해 서삼릉에 태실을 봉안하는 해괴한 각본을 짜기에 이르렀다.>

그런 다음 역대 왕실에서 왕자나 공주가 태어날 때 치러지는 예식(禮式)에 대한 경건한 준비 과정을 설명해 냈다.

<왕실에선 출산 때가 가까워지면 산실청이 마련된다. 출산을 알리는 동종(銅鐘)이 내걸리고 왕자의 순산을 바라는 부적이 붙는다. 좋은 방에 해산할 자리 산석(産席)을 마련하는데 왕자의 출산을 바라는 염원에 족제비 가죽을 깐다. 전의(典醫)가 왕자 아기씨의 순산을 바라는 주문을 외고 말고삐가 걸리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아기가 태어나면 왕은 종을 울려 경사스러운 이 일을 천하에 알린다.>

여기까지가 왕실에서의 출산 과정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태반을 백번 정도 씻는다. 준비된 항아리 바닥에 글자 면이 위로 오게 한 동전을 깔고, 그 위에 잘 씻은 태를 놓고 입구를 기름종이로 막은 다음 뚜껑을 닫고 더 큰항아리로 옮긴다. 즉, 작은 항아리가 들어갈 수 있는 큰항아리를 준비하여 그 바닥에 솜을 깔고 태를 담은 항아리를 그 안에 넣는다. 항아리 입구를 한지로 막고 끈으로 묶은 후 뚜껑을 덮으면 일단 태 항아리에 대한 모든 준비는 끝난다. 이렇게 한 이유는 태(胎)를 잘 봉안하여야 장차 아기씨의 신상에 큰 이로움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기록된 것이 태봉 등록이다. 왕실에서는 전국을 뒤져 명당으로 알려진 곳을 세 군데 정도 올리게 하여 그중 한곳에 태실을 조성했다. 대군은 5개월, 공주는 3개월 안에 태실에 봉안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런 다음 군사를 두어 그곳을 지켰다.

｢서삼릉 미스터리｣의 첫 번째 포인트는 1929년 3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였다. 이날 사회면엔 39기의 태실이 서삼릉에 봉안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대충 앞뒷장을 눈으로 훑고 나서 이동박은 오른쪽에 내려놓았다.

“이게 전붑니까?”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가 빠진 것 같아서요. 물론 이 꼭지만으로도 충분합니다만, 전국에서 가져온 태 항아리를 서삼릉으로 옮길 때 어느 곳으로 빼돌린 게 분명하잖습니까? 어느 곳으로 빼돌렸을까. 그게 ｢서삼릉의 미스터리｣가 아닌가요? 앞뒤의 군더더기를 빼고 보면 그게 기사의 포인트 아닙니까? 태 항아리가 일본으로 건너가지 않았다면 이 나라 어딘가에 있을 게 뻔하잖아요. 그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거죠.”

“서삼릉에 조성된 태실은 지금도 비공갭니다. 그것은 국민이 알아야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죠.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 때에도 그곳은 금역이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이부장님은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보셨어요?”

“글쎄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의당 알아야 할 일이지만, 정부에선 쉬쉬하고 막은 거죠. 국민들이 알아서 좋을 일이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요. 모처럼 한일 관계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는데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것도 포함되겠죠. 그 점은 최근까지 계속됐잖아요. 지난 78년 6월 22일, 한일 대륙붕 개발 비준서를 교환한 것 등이 그런 게 아니겠어요? 그러니 케케묵은 옛날 얘기에 신경이나 썼겠냐구요.”

“그렇구먼.”

“그것뿐이면 말도 안 해요.”

“다른 게 있어요?”

정문호는 뜻밖이라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그가 사무실에서 받는 봉급은 고작 6만원이었다. 이른바 본봉이다. 물론 영세한 잡지이기도 했지만, 본봉은 명목상 그런 것이고 ｢스캔들｣ 잡지의 기자라면 수당으로 사는 게 관행이다.

구린내 나는 짓을 저지른 어느 연예인이 있다고 할 때, 그것을 기사화 시키느냐 안 시키느냐가 금액을 좌우한다. 약점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연예인이라면 의당 이쪽에서 요구하는, ‘넣고 2천 빼고 3천’과 협상해야 한다. 즉 기사화 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스캔들｣ 잡지 3천 부를 구매해야 한다. 물론 돈만 지불하고 책은 가져가지 않는다.

또 어떤 사회 저명인사가 자신의 행적을 알리고 싶을 때에도 이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그때는 기사화 시킨 상태에서 2천 부 값을 지불하고 잡지를 사간다. 어느 경우든 윤사장은 책값의 60프로를 회사 입금으로 잡는다. 이것은 가판대나 서점에 나가는 금액보다 0.5프로 상회한 금액이다. 이를테면 정가 1천 원의 잡지를 2천 부 구매했을 때, 책값 2백만 원에서 직원 수당으로 떨어지는 금액이 8십만 원이다. 본봉에 비해 열세 배가 넘는 액수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민사장의 처우에 불평은 하되 불만은 갖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