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선생은 기보를 스쳐보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자신을 찾아온 젊은이가 들고 있는 게 ‘본인방 수책'의 기념우표였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끊은 화가의 딸이 아비의 복수를 위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선생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미우라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녀는 역이용한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듯 경무사 일행이 들려주었다.

“미우라 씨는 누군가가 보내온 우표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통의 편지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내기바둑에 참가하겠느냐는 안내문으로 여러 장의 우표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반송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송을 시킬 때 우표의 뒷면에 침을 발랐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되어 목숨을 잃었다고 경무사는 지적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 이곳 ‘오로관'에 왔다는 것이었다.

“도성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현녀관'엔 극약을 마신 남녀가 숨져 있었는데 어쩌면 부부처럼 한 이불 안에서 편안히 죽음을 택했습니다. 그 이유를 선생께서는 아십니까?”

육도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둑판 위에 묘수풀이 도형을 펼쳐놓았다.

“현녀관에서 남녀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했는데 그는 이곳에 왔던 그 젊은이일 것이오. 그가 내게 묘수풀이 <정해도>를 물었을 때 내가 답변을 못한 것은 다른 뜻이 있었기 때문이오.”

육도 노인은 곧 묘수풀이 설명으로 들어갔다. <문제도>의 정해는 다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