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에는 흥미로운 얘기가 많이 있는데 음문(陰門)으로 호흡하는 통기비법(通氣秘法)이란 게 있습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이상한 호흡이라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숨 쉬는 것처럼 천지의 모든 것은 제 나름의 콧구멍으로 호흡하는 도구나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콧구멍으로 호흡한다 믿지만, 반드시 콧구멍으로 호흡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피부나 내기(內氣)를 이용해 복식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염담꾼은 상대방이 시들해 하자 얼른 방향을 틀었다. 젊은 사내들이 흥미로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챘다.

“두 분도 서책을 가까이하여 알고 있는 얘깁니다만, 사마천이라는 역사학자가 쓴 <사기>에는 ‘위양왕 13년에 한 여자가 남자로 변했는데 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았다’는 기록이 있고, <진서>의 오행지(五行志)엔 ‘진혜제 때 어떤 사람이 남녀의 몸을 함께 가지고 태어났는데 남자와 여자구실을 능히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상대가 이런 얘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염담꾼은 다시 음문 호흡통기비법으로 넘어갔다. 이런 호흡은 우리 조선 땅에서도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즉, 겉모양은 여자인데 사내의 물건이 하나 더 있는 경우다.

“에헤헤헤헤, 그러니까 이런 말씀입지요. 하늘 꼭데기에 사시는 조물주께서 사내든 계집이든 한 몸뚱이로 태어나게 하는데 어쩌다 한 눈을 팔다가 깜빡 실수하게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렇다보니 사내도 계집도 아닌 물건이 만들어집니다.

간혹 사람들은 그런 게 어딨느냐고 할지 모릅니다만 세조 대왕 때 사방지(舍方知)라는 계집이 그런 몸으로 사대부 집안을 휘젓고 다닌 일이 있잖습니까. 그러니 그런 몸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요. 그러면 음문호흡통기비법이란 게 무어냐? 우선 이것을 말씀드려야겠지요.”

사내와 계집의 물건을 몸에 함께 달고 나올 경우, 그 사람은 호흡법을 익혀 두 개의 물건 중 하나를 뱃속에 숨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이 경우엔 사내의 표지를 숨기는 데, 그럴 적엔 온전히 여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런 여인이 사내를 받아들일 때엔 참으로 기기하고 묘한 즐거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에헤헤헤헤, 여기서 한 걸음 더 설명하는 것은 듣기에 따라 음담패설이 될 수 있습니다. 정히 뒷부분이 알고 싶은 분은 소인에게 막걸리 한잔을 대접하면 속 시원히  가르켜 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일 말은···, 이러한 음문호흡통기비법이 반드시 두 가지 물건을 달고 나올 경우에만 필요하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춤을 잘 추는 여인이 이 수법을 익히면 사내와 사랑을 나눌 때 그런 호흡법으로 즐거움을 크게 누릴 수 있습니다.

내가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명례동에 있는 ‘종달새 무용학원’에 ‘두 발로 선 꽃’이라는 처녀가 그런 호흡법을 익힌 것 같습니다.”

믿음이 가지 않은 얘기였지만 일단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즐겁게 낄낄거렸다. 그런데 이날 염담꾼과 헤어진 뒤 이수병(李秀秉)은 병화가 있는 무용학원을 찾아가 보았다. 반드시 그 아가씨를 만나 어찌 해보겠다는 게 아니고 막연히 한 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날 이수병이 본 것은 그의 친구가 방물장수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간 곤혹스러워 하지 않는 낯으로 방물장수가 비굴한 웃음을 흘리는 반면 그의 친구는 삿대질을 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못 본 척 그 자리를 물러나 집으로 오는데 어느 틈에 방물장수가 따라붙었다.

“아이구 이산원(李散員) 나으리, 요즘 관상감 일은 무척 바쁘시지요. 좀 전에 나으리의 친구 분이 제게 삿대질을 하며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나이로 보면 제 아들놈과 비슷한 처진데 어떻게 막말을 해대며 다그치는지 진땀을 흘렸습니다.

요즘 하시는 일은 잘 되시지요. 사실은 이곳 무용 학원에 제 딸아이의 친구 되는 무희(舞姬)가 있답니다. 집안 살림이 워낙 어려워 그 아이가 어릴 때 학원으로 데려왔는데 지금은 장성해 혼처를 물색하게 됐습니다. 이산원 나으리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타고난 몸 맵시며 마음 씀씀이가 여간 부드러운 게 아닙니다. 지금껏 쇤네가 그 아이의 짝을 찾던 중 이산원 나으리를 발견하게 된 거지요.”

“그게 아주머니 생각입니까, 아니면 그 처녀의 생각입니까?”

“나으리도 참!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산원 나으리께서 마음이 있으신지가 중요하지요.”

“저야 뭐 좋지요.”

“그래요? 그렇담 아주 잘된 일이네요. 그런데 세상일엔 항상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지요. 제 맘 같아선 지금이라도 뚝닥 나으리 집으로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 아이가 무용 학원에 머물며 빚을 진 게 좀 있거든요. 뭐 많이 되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쌀 서른 가마는 적지 않은 액수지요. 어떻습니까, 이산원 나으리. 나으리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쌀 서른 가마를 내놓고 그 아일 데려가겠습니까?”

이 일은 즉시 이수병의 어머니에게 알려졌고 혼인은 이레도 못돼 전격적으로 치러졌다.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데 혼신을 다하고, 서방님도 극진히 모신 그녀였지만 얼굴 한쪽엔 우울한 기운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관상감에 출근한 남편에게 전해진 쪽지는 자식을 가졌다는 희소식이었다. 이수병은 그런 아내가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핏대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