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까지 따라 온 설추경 약사는 매미날개 같은 옷을 입은 선녀(蟬女)로 하여금 진흥왕과 미실을 유리방(鏡房)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중앙에 기둥이 있었지만 앞쪽에 침상이 놓였고 벽면은 한결같이 얇은 구리를 꺾어 붙인 기이한 방이었다. 곳곳에 걸린 그림들은 중원 문화를 펼친 듯했지만 분위기의 흐름은 도화원에서 본 집단 성희(性戱)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휘장이 쳐진 침상 앞엔 붉은 신이 놓여 있었다.

진흥왕의 시선이 힐끔 벽면으로 날았다. 저만큼 위치에 방사를 치르는 그림이 있었는데 그림 속 여인이 붉은 신을 신고 있었다. 미실은 궁에 들어오기 전 옥진할머니에게 사전교육을 튼실하게 받아 그게 뭔지 알고 있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방에 들어온 선녀 하나가 목소릴 깔았다.

“대왕마마, 사랑의 은총을 내리기 위해선 붉은 신을 미실 낭주에게 신기십시오.”

“너는 누구냐?”

“쇤네는 태후마마의 명으로 남도에 온 태후마마의 전각에 머문 여사(女史)이옵니다.”

이른바 합금(合衾) 기록관으로 그녀는 스스럼없이 자신이 파견된 이유를 설명했다. 남도엔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여러 놀이가 있으며 이것을 처음 대하는 진흥왕이 곤혹스러워 할까 봐 지소태후 명을 받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화장한 얼굴이었음을 미실은 알아보았다. 이미 서른이 넘겼지만 혼인을 하지 않아 아직 스무 살 남짓으로 탱탱히 보였다. 대왕이 여인을 사랑하는 경우 곳곳에 켜진 불은 끄지 않는다. 살해의 이유 때문에 등하색(燈下色)을 금했기에 여사는 침상이 빤히 바라다 뵈는 정면 위치에 서안(書案)을 놓고 진흥왕이 펼치는 운우의 기교를 적어나갔다.

이곳에서는 주로 삼공술(三功術)을 펼치는데 멋들어진 기교를 적어놓은 여사의 기록을 보면 그 시작을 탈(脫)이라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처음 동작이 있기 전 침상에 올라 붉은 신을 벗긴 모습이었다. 그런 다음 깨끗한 물로 여인의 발을 씻어주는데 이것이 세(洗)며, 발톱을 깎아주고 엉겨붙은 군살을 밀어내는 전(剪), 발 뒷꿈치를 가벼운 돌로 밀어내는 것을 마(磨), 향기로운 분가루를 뿌려주는 식(拭), 발톱에 색깔있는 액체를 발라주는 게 도(塗)다.

방사를 치르는 침상에 오른 남녀가 이것을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물론 처음엔 아니다. 중원의 문화가 어떤지도 모른 상태에서 달갑지 않은 행위를 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 생각 든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아니 해도 된다. 여사가 적은 이런 행위가 펼쳐질 때 얇은 구리 거울은 병풍처럼 꺾어진 부분이 새의 날개처럼 펄럭거려 분위기를 유도한다. 그렇게 되면 앞에서 행한 여러 부분들이 전연 어색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리 거울에 흡수되듯 동화된다. 이런 상태에서 수백년 동안 내려와 중원의 고대 성의학자들이 남긴 고서에 전족의 성기교에 대해 이렇다 할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전족은 사내에게 아낌없는 애무와 사랑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사(女史)가 기록한 것은 전희에 해당하던 단계인 셈이다. 그러나 여인의 움직임이 벌레처럼 꿈틀거릴 때는 그것처럼 교묘한 전희가 없다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대왕이 침상에 올라 미실의 발을 찾아 나설 때 그녀가 이쪽저쪽으로 움직여 왕의 마음을 자극시킨다. 얼마간 발을 찾으며 이불 속을 헤매는 게 색(索)이다.

마침내 미실의 발을 찾아 번쩍 들어올리면 거(擧)라 하며 그 발을 자신의 얼굴이나 다리 위에 올려놓고 희롱하는 게 승(承)이다. 전희가 진행됨에 따라 서로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 여인의 두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다. 이것이 추(推)다.

이따금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몸을 밀어넣기도 하는데 그것이 도(挑)며, 한쪽 다리만을 어깨에 올려놓은 채 다른 쪽을 잡고 희롱하는 게 연(捐)이다. 온몸이 달궈진 여인이 발로 남자의 목을 죄면 사내는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맞추기도 한다. 이렇게 되는 게 삼공술(三功術)의 출발점에 서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히 보면 벽면에 그려진 춘화도(春花圖) 속에 나타났지만 그 하나 하나의 용어며 행술을 펼치는 방법을 안다는 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진흥왕은 모든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곁엔 매미날개 같은 옷을 입은 선녀(蟬女)들이 세 번 밀고 두 번 당겨 찍어누르는 형태를 반복적으로 펼쳤기 때문이다. 미실의 움직임이 어떠했는지 여사의 기록 뒷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인의 두 발바닥이 사내의 상징을 끼고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게 완(玩)이며, 전족한 여인이 두 발바닥을 맞댄 후 동그랗게 벌어진 틈으로 사내가 요상한 짓거릴 하는 게 농(農)이다. 전족을 했던 긴 헝겊으로 여인의 두 다리를 천장에 매달아 본격적인 작업을 서두르는 게 현(懸)이다. 첫 번째 관문이 지나자 진흥왕은 흐트러진 숨결을 고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중원의 춘화도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왠지 어색하기만 하오. 내 왕후에게 들으니 그대는 귀법이수(龜法二手)와 원앙삼수(鴛鴦三水) 같은 수법이 있다 들었는데 그건 어찌 사용치 않았소?”

“신첩은 남도(南桃)의 연회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마와 함께 본 방중무(房中舞)는 참으로 절묘한 것이었나이다. 마마의 기력이 회복되면 태후마마께서 말씀하신 ‘피의 밀교 의식’을 구경할까 하옵니다.”

▲합금(合衾) ; 섹스

▲서안(書案) ; 이동이 편한 앉은뱅이 책상

▲수나라 미인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