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실은 밀교(密敎)의 수법자 연화사(蓮花師)의 가르침을 받아 실효성을 하나씩 시험하는 상태였으므로 어떤 게 사내인 제왕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 판단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원에서 전해진 도가(道家)의 책들도 들을 때는 참으로 대단하다 싶다가도 그것을 시전하려면 거치적거리는 게 많아 짜증이 나고 보니  믿어야 할지 바람결에 흘러보내야 할지 망설여 지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신라가 신의 보살핌을 받는 나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할 게 ‘신국(神國)의 도(道)’였다.

그렇다 보니 자자손손 지켜야 될 게 ‘피의 흐름’이었다. 피의 흐름을 지키자면 당연히 계율이란 게 필요하지만, 제왕은 태어날 때부터 하늘의 보살핌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론 설득력이 없이 나약한 게 눈이 거슬릴 정도지만 사다함도 사내고 스물이 눈앞인 피 끓는 젊은이다. 당연히 강한 사내가 되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의혹이 일어났다. 옥진 할머니가 환합전에 69의 소상을 만든 이유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는 비구승이 입을 열었다.

“궁주님은 그런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신라 왕실의 제왕들이 허약하다 보니 그분들의 몸을 강건하게 만들고 싶으셨나봐요. 그래 신국(神國)을 꿈 꾸니까요. 궁주님은 사내를 죽이는 법과 함께 살리는 법도 미실 낭주에게 전하고 싶으신 거겠지요.”

“스님께선 방법을 아십니까?”

비구승은 승포 소매에 감추인 반 뼘 남짓한 목판을 꺼내 건네주었다. 거기엔 취하(醉蝦)라 써 있는 글씨 밑에 더 작은 글씨로 설명이 붙어 있었다. 내용은 ‘취하’가 허약한 사내를 살리는 비방이라고 적혀 있었다. 취하는 새우를 이용한 술이다. 그렇기에 다른 제목은 갱생주(更生酒)다. 본초학의 고전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혼자 여행을 할 때엔 새우를 먹지 말라’고 경고한다. 새우가 지닌 강정력 때문이다.

새우의 생명력은 강해 한번의 교미로 십수만 개의 알을 낳는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하다. 학자들에 의하면 살아있는 새우도 6~8%의 단백질이 있고 새우를 건조시키면 50%가 단백질로 변한다. 머리의 황색부분인 새우의 뇌와 등 부분에 한 가닥으로 긴 황색부분인 정소(精巢), 끓이면 빨갛게 되는 액체인 간장(肝臟)과 난자(卵子)가 단백질 덩어리다. 그러나 새우 등에 있는 검은 줄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옥진 궁주가 왕실에 있을 때 즐겨 먹은 것은 갱생주다. 살아있는 새우를 약간 독한 술에 담갔다가 먹는 방법이다. 큰 그릇에 산 채로 넣어 여기에 신라주(新羅酒)를 새우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그 다음 들기름과 본인이 좋아하는 조미료를 재빨리 넣고 뚜껑을 닫는다. 새우는 당연히 팔팔 뛰고 난리굿을 친다. 이렇게 해둔 상태에서 2~3분간 기다렸다 복용하는 게 갱생주다.

이게 뭐 대단한가 싶겠지만 체험하지 않은 사람에겐 소 귀에 경 읽기다. 새우가 잠잠해지면 뚜껑을 열어 껍질을 벗기며 먹는다. 물론 민물 새우가 효력이 높다. 식성에 따라 하뇌면(蝦腦麵)도 즐길 수 있다. 이것은 별식으로 새우를 끓이면 빨갛게 되는데 그것이 뇌다. 새우의 뇌를 기름에 슬쩍 볶으면 사내의 기력을 살리는 뛰어난 요리가 된다. 작은 민물새우가 효능이 크다는 건 앞서 말한 바 있다.

새우만 있는 게 아니다. 새우는 ‘사내를 살리는 비방’이지만 남녀가 만나면 화합할 수 있는 빼어난 비방이 있다. 메추리 요리다. 당시 신라엔 상당히 귀한 철새로 이것은 중원을 오가는 사신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세종 전군의 측근이 전한 것이지만 그걸 믿는 눈치가 아니었기에 미실은 그녀가 사랑을 베풀 때 남녀 화합의 비방으로 생각했었다.

특히 메추리를 이용한 강정효과는 대단히 크다. 큰 첫 번째 비방이 ‘메추리 즙’이다. 메추리 두 마리의 깃털을 뽑고 내장과 발 · 목을 떼어내고 더운 물로 씻어낸다. 여기에 청주 한 홉과 생강을 썰어 합친 후 큰 찻잔에 밀봉해 두 시간 남짓 찌면 즙이 고인다. 부부화합에 뛰어난 ‘메추리 즙’이다. 다른 방법은 ‘미실주(美室酒)’로 알려진 술이다. 훗날 미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즐겨 마신 것으로 메추리 한 마리에 신라주(新羅酒), 약간의 하수오(何首烏), 녹용 약간, 한국 인삼 등이 들어간다.

하수오가 장정제로 쓰인 것은 하(何)나라 임금이 이것을 복용한 후 머리가 까마귀같이 까맣게 되었다는 전해질 정도다. 그러니까 몸이 약한 사내가 이 약을 먹고 정력가가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술을 담글 때는 메추리의 털과 목 · 내장을 떼어내고 다른 재료와 함께 큰 사발에 집어넣어 재료가 잠길 정도로 술을 붓는다. 이것을 중간 불로 50분간 찐 다음 잘 식히고 30분간 햇볕을 쪼인다. 그 후 신라주를 더 많이 부어 30분간 찐다. 다시 식혀 20분간 햇볕을 쬔 후 신라주와 벌꿀을 적당히 섞는다. 이것을 밀봉한 후 어두운 곳에 두고 3개월 후에 개봉한다. 부부화합에 빼어난 미실주다.

미실이 사다함과 영흥사에 있을 때 왕실은 소란 속에 휘말리고 있었다. 진종전군(眞宗殿君)의 딸 융명(戎明)을 정실부인으로 맞아들인 세종이 그쪽 방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은 채 드러누워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있기 전 양위마마를 찾아간 세종 전군은 하소연했었다

“양위마마, 신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나이다. 태후마마의 심기가 한겨울 나무줄기처럼 앙상하기 그지없으니 어디에 정을 붙일 수 있겠나이까. 아내로 맞이하여 이제껏 같이 지낸 미실 낭주를 쫓아내고 다른 여인을 정실로 삼아 잠자리에 밀어넣었으니 정이 붙을리 있겠습니까. 미실 낭주는 궁에서 내쫓겼으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겠나이까.”

“아직은 전군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예에? 어떤 기횝니까. 말씀해 주세요, 왕후마마!”

▲ 갱생주(更生酒) ; 왕실에서 사용된 비방이다.

▲ 메추리 즙도 같은 용도로 쓰인다.

▲ 새우를 이용한 것도 귀중한 처방이다.

▲ 위에 보이는 사진 '옥구'는 손으로 쥘 수 있는 형태다. 옥구를 쥔 채 상대의 몸을 가만 가만 누르면 대단한 점혈(點穴)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