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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7회/ 첫날밤을 위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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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7회/ 첫날밤을 위하여 (2)
2009-08-11     프린트스크랩
▲ 술잔
 

 


이연년은 서한(西漢) 왕조의 미녀 이씨(李氏)의 오빠로 궁중악사(宮中樂師)였다. 지소태후가 이름을 기억하는 건 이연년이 노래와 춤에 능하고 자작곡을 지을 줄 안다는 점이었다. 그랬기에 한가한 시각엔 홀로 가사를 가만가만 읊조렸었다.


북방에 가인(佳人)이 있네

절세의 미인이라네

한번 눈을 흘기면 성이 기우뚱하고

두번 눈을 흘기면 나라가 흔들린다네

그녀로 인해 성이 기울고 나라가 흔들려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려네

미인은 두번 얻기 어려우니까.


당시의 황제는 한무제(漢武帝)였다. 과연 이 세상에 그런 미인이 있겠는가를 반문했지만 궁중악사가 데려온 이씨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이제껏 총애한 여러 미인들을 멀리한 것은 당연했다. 양시의가 청조의 등장을 북방가인(北方佳人) 이씨에 빗대 얘기한 것은 그녀의 자태가 성이 기울고 나라가 흔들릴 정도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진흥왕의 잠자리 시중을 위해 궁에 들어왔다면 장차 일어날 진흙탕 속의 개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조바심이었다. 그러나 태후의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자 양시의는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얘기의 방향을 틀었다.

 

“태후마마, 중원엔 일도(一盜) 이비(二婢) 삼첩(三妾) 사처(四妻)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신라는 모권(母權)이 강성해 바람 피우는 게 죄악이 아니지만, 중원은 부권(父權)이 강성하니 무엇이든 손에 넣고 주물러야만 흥미를 느끼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남의 집에 있는 여인도 은근슬쩍 바람을 넣어 풍랑(風浪)을 일으키는 묘미를  큰 재미로 여기옵니다.”

 

양시의가 말하는 의도를 몰라 태후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그에게 명한 것은 옥진궁주의 손녀딸 청조를 감별하라 한 것인데 얘기는 엉뚱하게 중원의 한량들에게 넘어가 있었다. 그러나 아드님이신 진흥왕의 몸을 감별하고 처방하는 약사니 불편함을 꾸욱 참고 기다렸다.

 

“태후마마, 중원엔 현모양처(賢母良妻)란 말이 유행하고 있나이다. 이를테면 ‘어진 어머니’와 ‘좋은 아내’에 대한 얘깁니다. 자식을 기르는 어진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일반인이나 궁중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달갑지 않아서인지 태후의 반응도 시쿤둥했다. 그것을 모를 리 없건만 양시의의 얘기는 이어졌다.

 

“중국인들이 현명한 어머니를 꼽는 데엔 맹자(孟子) 어머니를 제일로 칩니다. 맹자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세 번씩 이사를 하는 대단한 결단을 보였습니다.”

 

‘아니 이 작자가 청조란 아일 살피라 했더니 무슨 맹모삼천(孟母三遷) 얘기람.’

 

“태후마마도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에 대해 어떤 행동을 했습니까. 처음엔 공동묘지 근처로 갔는데 그곳에서 맹자는 상두꾼 흉내를 내며 상여노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다음엔 시장바닥으로 이사했지요. 그곳은 어떻습니까. 정직하게 물건을 팔기도 하나 대부분 남을 속이고 협잡하는 일이 많 았습니다. 남을 속이는 약육강식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게 시장 바닥입니다.

그래서 맹자 어머니는 다시 이사합니다. 이번엔 글 읽는 선비들이 있는 서당 가까입니다. 그런데 어쨌습니까? 그때부터 맹자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제까지완 완전히 달라진 생활을 보인 거죠. 그래서 중국인들은 맹자의 어머니를 가장 현명한 여인으로 여기게 됐습니다.”

 

“오호호호, 중국인들은 참으로 흥미로워. 자식을 위해 이사를 세 번했다고 현명한 여인인가? 이사를 하려면 처음부터 선비들이 글 읽은 서당 가까이 할 것이지 가장 나중에 이사했는데 현명한 여인이라?”

 

“태후마마, 중국인들이라고 어찌 생각이 없겠습니까. 소인도 그 점을 의아롭게 생각했는데 깊은 뜻이 있었나이다.”

 

“오호, 깊은 뜻이라?”

 

“죽음(死)이란 글자가 있습니다. 어원을 살피자면, 어느 날(一) 밤(夕)에 날아든 비수(匕)와 같은 것이라 했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캄캄한 밤이니 분별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런 때 예리한 칼이 날아오면 누군들 죽음을 맞지 않겠습니까. 맹자 어머니는 자식에게 그 점을 말해줬습니다. 죽음은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니 항상 긴장하여 주위를 살피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시장바닥은 어떻습니까?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험악한 곳입니다. 이게 세상이라는 것을 자식에게 가르쳐 준 것이죠. 이러한 것을 알고 학문을 익혀야 참진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게 맹자 어머니의 가르침이죠.”

 

“그런 뜻이 있었구만.”

 

“그렇다면 좋은 아내(良妻)란 어떤 아내일까요? 장사나 사업하는 남편을 위해 본댁에서 재산을 뭉텅뭉텅 집어내 사업자금으로 가져오는 여인입니까? 아니면, 글공부하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뒤를 보필하는 사마상여(司馬相如)의 부인과 같은 여인일까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지만 그것은 바른 답이 아닙니다.”

 

“흐음.”

 

“남녀는 때가 되면 짝을 찾게 되는데 좋은 아내는 남편의 건강을 책임지는 여인입니다. 궁에 들어오면 대왕을 모시어 신라를 크게 번성시킬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운우(雲雨)를 나눌 때는 사내 몸에서 흐르는 땀으로 건강을 식별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여인의 가장 큰 노동은  기설(氣泄)이란 것으로 한방에선 노권상(勞倦傷)이 부른다. <의학입문(醫學入門)>에 의하면, 먹고 마시고 힘겨운 노동을 하고 나서 몸을 나른하게 하면 비장(脾臟)을 해친다고 경고한다. 그런 노동이 합금(合衾)이다.

 

지나치게 합금하면 몸의 맥이 풀리고 열이 오르며 땀이 나는 게 기설(氣泄)이다. 이 증상은 첫째, 음식을 포식한 탓으로 흘리는 땀은 위장에서 나오며 둘째, 놀라 탈정(奪精)되어 흘리는 땀은 심장에서 나오며 셋째, 무거운 짐을 들고 멀리 갔던 탓에 흘리는 땀은 신장에서 나오며 넷째, 달음질 치거나 공포로 인해 흘리는 땀은 간장에서 나오며 다섯째, 몸을 흔들며 노동하며 흘리는 땀은 비장에서 나온다. 지나치게 합금하면 위장의 종기(宗氣)가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용트림 하는데 이것은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 보니 땀은 건강상태를 알아내는 신호등이다. 좋은 아내는 땀냄새로 남편의 건강을 알아내야 된다는 지적이었다.

 

 

▸합금(合衾) ; 섹스

▸탈정(奪精) ; 정기를 모두 소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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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9-08-11 오전 3:40: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여현 |  2009-08-12 오후 2:53: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一盜 二婢 三僧 四寡 五妓 六妾 七妻>라는 말도 있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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