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절세미녀 헬레네는 희랍 스타르타 왕국의 왕후였다. 그녀는 터키 반도에 위치한 트로이 왕국의 국왕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하고 말았다. 희랍국민에게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소식을 들은 희랍의 각 도시는 연합군을 조직해 트로이 성을 공격했다. 이로 인한 전쟁은 기원전 1194년부터 시작해 11년간이나 지속됐다. 희랍의 신화를 총 동원한 희랍국왕은 명예를 위해 싸웠으나 승리를 거두진 못했다.

지루하고 고달픈 전쟁. 기원전 1184년에 이르러 희랍의 연합군은 기진맥진해 더 이상 싸울 능력이 없었다. 그들은 최후의 방법으로 귀신도 놀랄 계략을 짰다. 그들은 공격을 포기한 것처럼 가장해 하룻밤 사이에 쥐새끼 한 마리 남기지 않고 모두 철수했다.  떠나기 전에 그들은 트로이 성 밖에 무겁고 거대한 목마 하나를 남겨놓았다. 트로이 군인들은 웬 떡인가 싶어 그것을 승리에 대한 전리품으로 남겨놓기 위해 성 안으로 운반했다.

이 전리품은 실제로 예사로운 물건이 나이었다. 그날 밤 희랍의 특공대가 목마의 뱃속에서 기어나와 트로이 성을 함락시켜 버린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1년간의 세월. 영화를 누렸던 트로이 국왕은 나라를 멸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는 참혹한 말로를 초래해 헬레네까지 희랍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전쟁이 10년째 계속되는 어느 날 헬레네가 전쟁터로 나가 군인들을 위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전사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탄복해 한결같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우린 앞으로 10년을 더 싸워도 지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중국 전사들이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여자가 재수없이 전쟁터에 나타났으니 전쟁에 패할 징조라고 했을 것이다. 여인을 죽여 신의 노함을 달래야 한다고 일어났을 것이다. 유가학파(儒家學派)들은 어쨌을까. 한술 더 떠 그녀를 요물이라 저주했을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눈앞의 조그만 이익을 탐해선 안 된다. 눈 앞의 조그만 이익은 머지않아 몇 배의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트로이 병사들이 눈앞의 조그만 이득을 위해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나라를 잃는 엄청난 대가는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앞의 조그만 이익. 그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켠다. 어리석은 일이다.

상은왕조의 31대 제왕 자수신(子受辛). 그에겐 초인적인 힘도 있었다. 역사기록에 의하면 견문이 넓을 뿐 아니라 힘도 천하장사여서 무기를 사용치 않고 적수공권으로 맹수를 때려잡은 인물이었다. 황소 아홉 마리의 꼬리를 붙잡아 끌고 다닐 정도인데다 총명함도 뛰어나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은폐시킬 정도로 빼어난 인물이었다.

자수신이 소달기에게 빠지자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고위직에 앉혔으며 싫어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목을 베었다. 막강한 권력과 천하제일의 미인을 품에 안은 자수신은 점차 물질적인 사치에 눈을 돌렸다. 그 가운데 주위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상아 젓가락은 고급품에 속하지만 대단한 물건으론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원전 12세기 경엔 코끼리 사냥이 쉬운 게 아니었다. 코끼리 가죽은 워낙 두꺼워 오늘날의 닭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족속들의 낯짝과 비슷해 칼이나 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를 가볍게 생각해 가까이 가면 긴 코를 휘둘러 바닥에 쓰러뜨린 후 오줌물을 먹이기 예사여서 만용을 부리는 사람이 접근하면 5톤이 넘는 발로 밟아버린다. 그러니까 문제는 상아젓가락을 사용하는 자체가 아니라 사용한 뒤의 반응이다.

자수신의 숙부이며 기부락(箕部落)의 추장 자서여(子胥餘)가 넋두릴 한 적이 있다.

“상아젓가락은 뜨거운 부뚜막에 올려놓을 수 없으므로 머지않아 옥으로 젓가락 상자를 만들어 보관할 것이다. 매일같이 곰발바닥과 새끼 밴 표범만 먹는 사람은 초가집에 거주하지 못하므로 필시 비단옷을 걸치고 구층 고대(高臺)에서만 살려고 할 거야. 그러니 앞으로 어떤 기발한 생각을 짜내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모른다.”

자서여의 예언은 적중했다. 사치라는 새는 죽기 전까지 기진맥진 해도 쉬지 않고 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7년여에 걸쳐 갖가지 모습의 나녀상이 조각된 경궁요대(瓊宮瑤臺)를 건립했다. 이 건물은 건평이 4평방킬로미터에 높이가 300미터이며 대궁(大宮) 백 채에 소궁(小宮)이 73채였다.

요대가 완성되자 자수신은 향락연을 열었다. 향락연은 한 번 열리면 반 년은 예사였다. 그 옛날 하왕조의 사이계가 길어야 석 달간이나 연회를 열었어도 백성과 신하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훨씬 더 강렬했다. 어느 해 여름 자수신은 병력을 이끌고 태행산(太行山)에 사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사냥은 1년이나 계속되었다.

폭정에는 하늘의 재앙이 따르기 마련인가. 폭정을 하면 탐관오리가 생기고, 그들은 재물만 알았지 나랏일이야 어찌되든 상관을 않는다. 그리하여 기록에 의하면 대홍수가 발생하고 둑과 집이 무너져 가축들이 떠내려가 백성들은 터전을 잃는다.

게다가 흉년까지 겹치고 설상가상으로 경궁요대에 화재가 일어나 한달간이나 탔으며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귀신의 울음소릴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자수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지나친 자신감이 그로 하여금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만들었다. 대게 폭군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데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소달기는 성이 두 개다. 그 연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궁요대 ; 자수신이 망하게 된 요인 중의 하나

▲금밥그릇은 왕족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