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은 50평방 킬로미터나 되어 배까지 띄울 수 있었다. 이러한 술 연못을 가득 채우려면 어느 정도의 양이 있어야 할까? 상상만 해도 취해버릴 것 같지만 이것은 사실이었다. 한 나라의 제왕이 마시는 술이니 싸구려가 아니라 복잡한 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이런 일은 14대 할아버지 사문명이 살아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하루는 술을 마셔보니 구름을 탄 듯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흔들렸다. 그는 지혜가 뛰어나고 자제력이 강한지라 탄식해 마지않았다.

“어허, 술이란 광음수(狂飮水)로다. 이것을 마시면 본래의 정신은 오간 곳 없으니 나의 후손 중 술로 나라를 망칠 위인이 나타날 것이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직계 후손 가운데 나타났다. 술 연못에 아무리 술이 많아도 제왕 이외의 사람들은 함부로 마실 수 없다. 명령이 떨어져야했다. 일단 북소리가 울리면 3천여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연못가로 기어가 머리를 처박고 술을 마셔댔다.

엉덩이를 쳐 든 채 술을 마셔대는 장관을 지켜보며 시매희는 즐거워했다. 밤을 새워가며 술을 마셔도 걱정이 없었다. 연못가에는 산해진미가 산더미처럼 높이 쌓였으니 남녀는 흥겹게 어울려 태평세월을 노래했으리라. 이러한 연회는 벌어졌다 하면 사오 일은 보통이고 제왕의 기분에 따라 두세 달간 계속되었다.

사이계가 다른 방면에도 재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술과 여자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만큼 문무대신들이 녹초가 되어도 피로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국정의 해결해야할 사안들은 키보다 높이 쌓이게 되었다. 멋대로인 제왕의 행위에 대해 어찌 말하지 않는 신하들만 있겠는가. 하루는 재상 이윤(伊尹)이 어린애 달래듯 충고했다.

“마마,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허구한날 주지육림에 빠져 북 대신 계집 엉덩이만 두드린다면 멸망의 화를 자초합니다. 제발 정신을 차리십시오.”

사이계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멍청한 친구같으니. 그런 유언비어가 통할 것 같애! 그런 말을 한 죄가 얼마나 큰 지 아느냐 말이야, 나는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과 다름없어. 내가 망하는 건 태양이 없어지는 날이야. 알겠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하늘에 호소했다.

“태양아, 태양아! 제발 멸망해다오. 우리 제왕도 너와 멸망할 테니.”

백성들의 원성을 들은 사이계는 꿈쩍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하늘의 노여움보다 보좌를 지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방법 중의 한 가지를 포락(炮烙)이라 여겼다. 이것은 고대의 형벌이라 딱히 구분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신빙성이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속이 텅빈 구리원주에 죄인을 쇠사슬로 묶고 그 속에 불을 지펴 죄인을 익혀 죽이는 방법이다.

둘째는, 속이 꽉 찬 구리원주를 불로 뜨겁게 만든 후 죄인이 그 위를 걷게 하여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면 생화장을 시켜 죽이는 방법이다. 이러한 기록이 눈이 뜨인다.

기원전 1767년의 어느 날. 사이계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보좌에 높이 앉아 죄인에게 포락형을 가한 적이 있었다. 당시 죄인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관롱봉(關龍逢)이란 중신에게 물었다.

“어떻소, 재밌소?”

관룡봉은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네에, 재밌습니다.”

“그래요? 허, 알다가도 모르겠구먼. 사람이 저렇게 고통을 받아 비명을 지르는데 경은 측은한 생각이 안 든단 말인가?”

“만백성이 고통스러워 하는 일을 제왕 한 사람만 재밌어 합니다. 마음이 재밌어 하는데 팔 다리가 어찌 재미없어 합니까!”

사이계가 머저리가 아닌 이상 자신이 조롱당하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오호, 요런 놈을 봤나. 제왕인 나를 조롱해?’

그러나 사이계는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그렇다면 경의 의견을 말해 보라. 그 의견이 타당하면 채택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형벌로 다스리겠소.”

관룡봉은 거침없이 말했다.

“소인이 보건대 마마가 쓴 제왕의 관은 무거운 바윗덩이며 마마의 신발은 살얼음입니다. 무거운 바윗덩이를 머리에 이고 눌려죽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살얼음을 딛고도 물에 빠져 죽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으흐흐흐, 그대는 내가 끝장날 것이라는 건 알면서도 자신이 끝장나는 건 모르고 있구먼. 지금 당장 밑으로 내려가 포락의 맛이 어떤지 체험해 보시오. 당신의 끝장은 나의 영원불멸을 증명한 것이오.”

관룡봉. 이 사람이 지나친 충성심으로 화를 당한 첫 번째 충신이라고 역사는 기록한다. 그가 처형당한 후 상부락(商部落)의 추장 자천을(子天乙)이 간언하자 그를 체포해 하대(夏臺)에 처박아 버린다. 예나 제나 폭군들은 문제를 푸는 열쇠를 어리석게도 체포와 처결이라고 생각한다.

▲포락(炮烙) ; 사람을 생화장 시켜 죽이는 형벌

▲광음수(狂飮水) ; 술은 미치는 물이라 했다. 역대의 제왕들이 술을 마시면 미친개처럼 돌아다녔음을 비유한 말이다.

▲관룡봉 ; 중국역사상 바른 말을 하여 최초로 목숨을 잃은 중신

▲금관수식으로 장신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