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에 보명궁을 찾아온 설원랑의 마음을 모를 리 없건만 미실은 섣불리 몸을 열 기분이 아니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변경의 사정을 물었다.

“풍류주는 편안하시오?.”

“전군께옵선 모든 걸 초연한 듯 담담합니다. 태후마마가 사량궁에 거하는 왕손의 처녀들을 몇 차례 보냈으나 거들떠보질 않습니다.”

“군무(軍務)만 전념하신단 말씀이오?”

“그렇지는 않습니다.”

“허면?”

“무슨 생각에선지 선가(仙家)와 밀교(密敎)의 서적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

“시생이 느끼기론 묘결(妙訣)의 오묘함에 젖어들었다 생각하옵니다. 그런 탓에 시생도 몇 가질 눈여겨보았나이다.”

“부제는 풍류주 마음이 무엇이라 보시오?”

“궁주님을 은애함이라 보옵니다.”

상대방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은애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듯 밀교(密敎)의 좌도수법엔 ‘보배로운 궁전’에 들어가는 무한대의 아름다운 세계를 인식해야 한다. 그곳은 사각(四角)으로 돼 있고 네 개의 홍살문과 여덟 개의 기둥이 있는 곳이다. 이것은 성스러운 법구법기(法具法器)를 뜻하는 것으로 그것들이 묘결에 의해 합체시키는 문제가 되고 보니 철리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남근과 여근이 합해(自剛杵蓮花合)

그 뿌리 사이에서 태어났다네(二處平等而出世)

정액의 본질은 부처니(觀自種相卽佛相)

금강살타의 공양일세(金剛薩埵眞供養)

이것은 번뇌의 오묘함을 나타낸 말이다. 이어서,

교합을 갖고 동시에 사정하면(二處相應住等持)

두 사람이 한 몸이 되네(以無二法破二性)

함께 만달라 안에 안주하니(平等安柱曼茶羅)

진정 이것이 입아아입(入我我入)이라(從是出大相應法)

애무와 사랑의 속삭임은(戱笑言說及歌舞)

인간이 부처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皆是佛說方便門)

네 가지 방법으로 교합해(四種明妃普相應)

인간은 자유자재의 기쁨을 얻는다(嬉戱行住而無礙)

밀교의 <묘결>에는 남녀의 성희를 예찬한다. 여근(女根)을 수월(水月)이라 하며 남근(男根)이 양염(陽炎)이다. 이것이 하나로 합해지는 환화(幻化)의 공덕이 완성되면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네 가지 섹스(四種明妃)란 무엇인가? 이것은 밀교 특유의 비밀공양이다. 이른바 종자공양(種子供養)이다. ‘종자’란 글자 그대로 씨앗이다. 섹스를 통해 네 종류의 환희를 바친다는 뜻이다.

그 첫째가 정(情)에 대한 환희

그 둘째가 몸에 대한 환희

그 셋째가 마음에 대한 환희

그 넷째가 영(靈)에 대한 환희다.

어떤 사람도 남녀가 사랑하는 법에 임하면 정에 대한 환희의 정욕과, 몸에 대한 육체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통로(膣)에 대해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속이 비어있으니 너희의 몸은 없고 살도 뼈도 피도 없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 걸린 무지개처럼 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네 명비(明妃)에 대해서도 라마교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첫째는 불안보살(佛眼菩薩)

둘째는 마마지보살(摩摩枳菩薩)

셋째는 백의보살(白衣菩薩)

넷째는 다라보살(多羅菩薩)이다.

이 명비들은 만물을 생성하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을 관할하는 사대원소로 인정받는다. 밀교의 교전 <대일경(大日經)>엔 ‘비밀만다품(秘密曼茶品)’이 있다. 이에 의하면 발에서 뇨도(尿道)까지가 지(地)며, 그곳에서 가슴까지가 수(水), 심장부터 위까지가 화(火)며, 얼굴이나 이마까지가 풍(風)이다.

위에 나오는 사대원소는 발이나 배 등의 기관이 따로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넷이 하나로 융합해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네 명의 명비(明妃)와 교합을 갖는다 해도 한 사람의 여인과 합금(合衾)하는 것이다. 미실은 그녀의 할머니 옥진궁주에게서 그런 점을 전수받았을 때는 나이가 어려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다만, 네 명의 명비(明妃)를 상관하려면 사내가 스스로의 몸을 재생(再生)시켜야 된다는 점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위의 내용은 좌도밀교의 교전입니다.

▲합금(合衾) ; 섹스

▲사종명비(四種明妃) ; 넷으로 나뉘었지만 결국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