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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24) -1부 마지막회-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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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24) -1부 마지막회-
2008-07-03 오후 11:30 조회 2617추천 10   프린트스크랩
▲ "내 마음을 받아줄래요?"

 

 

아침 7 10,

 

기영이 살짝 정신이 들자 몸을 번쩍 일으켜 시계를 봤다.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거뜬히 일어난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서두를 그가 아니었다.

오늘은 혜린과 만나기로 한, 아니, 혜린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D-Day 였던 것이다.

아직은 시간 여유가 많이 있었지만 그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설거지도 대충 대충 하더니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던 거울 앞으로 와 이옷 저옷 대보았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넥타이와 바지도 전부 꺼내와 어떻게 입어야 딱 맞는 조합이 될지 고심했다.

그는 옷이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다 꺼내놓고 보니 그의 옷이 온 침대를 다 덮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는 단정한 원버튼 실버 슈트에 슬림한 검정색 셔츠 그리고 살짝 펄이 들어가 반짝이는 연한 아이보리색 타이를 입기로 결정했다.

마지막까지 기영의 마음을 갈등하게 만든 건 단정한 검정 슈트와 흰색 셔츠 그리고 연한 분홍색의 타이였지만 검정색 보다는 실버가 조금 더 세련되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다.

옷을 갖춰 입고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아까와는 다른 멋진 남성이 서있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기영은,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만지고, 낮은 휘파람을 불며 집을 나섰다.

그는 혜린의 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그녀도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기영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씩씩하고 명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 김대리님 오늘 데이트 있나 봐요? 멋지게 차려 입고 오셨네요.

 

저 오늘 좀 괜찮아 보이나요?

 

, 옷이 달라지니까 사람도 달라 보이는데요?

 

그래요? 저 평소에도 옷 잘 입지 않았나요?

 

, 글쎄요……”

 

알았어요, 알았어. 그냥 대답하지 말아요.

같은 사무실의 최주임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자 기영이 얼른 대화를 마무리 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 신경 좀 썼는데?

자리에 앉자 기영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진호가 한마디 날렸다.

 

그럼, 오늘이 무슨 날인데.

기영이 진호를 보며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긴장 좀 풀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 표정이 굳었어?

진호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휴우그러게,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네.

기영이 깊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예약은 잘 했어?

 

, 직접 가서 자리도 정했어.

 

몇 시야?

 

7.

 

그럼 저녁은 됐고, 선물은?

 

준비했어.

 

꽃은?

 

가다가 사면 될 것 같아.

 

그럼 다 된 건가?

 

. 그런 것 같아.

기영과 진호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4 10,

 

무슨 일이야?

팀장실에 다녀오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기영을 보고 진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까맣게 잊고 있었어.

기영이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어떻게 그걸 잊었어!

 

그러게, 오늘 야근해서라도 마쳐서 제출하라는데 어쩌지. 그러면 저녁 약속에 늦을 텐데.

 

그 프로모션 마케팅 프로젝트 말하는 거지?

 

.

 

어쩌냐, 그건 네 전문이라 내가 도와주지도 못하잖아.

 

어쩌긴, 일단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어쩌면 6 까지는 끝낼 수 있을지도 몰라.

기영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후 7 10,

 

왜 이렇게 안 오지……”

레스토랑에 혼자 앉아 기영을 기다리던 혜린이 혼잣말을 했다.

기영은 한번도 혜린과의 약속에서 늦게 온 적이 없었다.

전화나 문자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그가 운전 중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 1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혜린은 그를 기다리는 그 10분이 마치 100분처럼 느껴졌고, 혹시 사고라도 난 것이 아닌지 걱정 되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스카이 라운지여서 야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그것들은 이미 혜린의 관심 밖으로 옮겨간 지 오래였다.

또 다시 5분쯤 흘렀을까.

멍하니 기영을 기다리던 혜린에게 문자가 왔다.

 

 

   -혜린씨 미안해요.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겨서 늦었어요.

  금방 갈게요.-

 

 

기영이었다.

혜린은 그 문자를 보며 앞으로 한참 더 기다려야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반가웠다.

어쨌든 기영은 무사한 것이었다.

혜린은 이제 좀 더 밝은 마음으로 기영을 기다리기로 했다.

배는 조금 고팠지만 빈 잔에 계속 물을 채워주는 친절한 웨이터 덕분에 허기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오후 8 10,

 

혜린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기다리다 지쳤고, 자신을 힐끔 힐끔 쳐다보는 주위사람들의 동정 섞인 눈초리도 견디기 어려웠다.

배도 고팠지만 무엇보다도 자존심이 상해서 힘들었다.

믿었던 기영에게 바람 맞았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비참하고 참담했다.

결국 혜린은 가방을 챙겨 레스토랑을 나섰다.

자신에게 계속 물을 따라 주던 웨이터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지나치면서, 혜린은 창피하고 쑥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혜린이 타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커다란 장미꽃 한 다발을 든 기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아직도 이마와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기영을 본 혜린은 기뻤다. 반가웠고 이제라도 왔으니 다행이라며 같이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쉽게 넘어가면 앞으로도 자신을 쉽게 여기고 소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기영을 못 본체 하고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했다.

그런데 혜린이 기영의 옆을 지나가려는 찰나, 기영이 혜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혜린이 그를 바라보자 갑자기 혜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떠나지 말아요. 제발 가지 말아요.

기영이 혜린을 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왜 이러세요. 빨리 일어나요, 사람들이 보겠어요.

혜린이 기영을 일으키려고 하며 말했다.

 

사람들이 보던 말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혜린씨, , 혜린씨를 정말 좋아해요. 오늘 늦은 건 정말 잘못했지만 그건 앞으로 혜린씨에게 몇 배로 잘해서 조금씩 갚을게요.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친 기영이 고개를 숙이며 혜린에게 장미꽃 다발을 내밀었다.

 

혜린은 지금 그녀의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기영을 향해 생겨났던 갖가지 원망과 미움은 그 순간 눈 녹듯 사라지고, 그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그와 함께했던 즐거운 추억들이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럼, 앞으로 잘한다는 말을 믿고 받아줄게요.

혜린이 애써 기쁜 마음을 감추며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혜린씨.

순식간에 일어난 기영이 너무 감격한 나머지 혜린을 안으며 말했다.

 

이건너무 빠르지 않나요?

혜린은 싫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겠기에 기영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 미안해요. 너무 기뻐서 그만.

기영이 얼른 혜린을 놓아주며 말했다.

 

, 그리고 선물이 있어요. 원래는 근사하게 저녁 먹고 주려고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줄게요.

기영이 가슴속 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며 말했다.

 

선물이요?

아무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혜린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기영이 그런 혜린의 앞에 파란색의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혜린이 그 상자를 열자, 가만히 앉아있던 진주 귀고리 한 쌍이 혜린을 보며 방긋 웃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하나는 하얗고 영롱한 진주였고 또 하나는 까맣게 빛나는 흑진주였다.

 

, 이쁘다. 정말 예뻐요. 그런데 이거 한 짝 맞아요? 혹시 하나씩 따로 산 거 아니에요?

 

한 짝 맞아요. 바둑 프로기사인 혜린씨를 위해 특별 제작한 세상에 하나뿐인 귀고리에요.

기영이 혜린의 손에서 상자를 다시 가져오며 말했다.

 

이거, 제가 달아드려도 될까요?

기영이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혜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요.

 

 

그 날, 혜린과 기영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야경을 보았고, 가장 맛있는 식사를 했으며, 가장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작가의 말- '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1부를 여기서 마칩니다. 저는 당분간(조금 길어질 수도 있어요;;) 휴식기간을 갖고 '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2부로 여러분을 다시 찾아뵐게요. 그동안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꼬릿글 쓰기
코어스 |  2008-07-03 오후 11:41: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멋진 반전이네 *^^*
근데 휴식이라니 넘 아쉽네요 -_-;  
거문고자리 감사합니다! 더욱 세련되어진 글과 함께 돌아오도록 해볼게요^^
AKARI |  2008-07-03 오후 11:57: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평범한 프로포즈보다 더 기억이 남겠는데요
전화위복.ㅋ

글 잘 읽었습니다 2부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2부도 기대할게요. ^.~  
거문고자리 아카리님 감사합니다! 2부에서 아카리님 실망 시키지 말아야 할텐데, 약간 긴장되네요^^
李靑 |  2008-07-04 오전 5:59: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안녕하시지요.
리듬이 있어 좋았습니다. 적당한 긴장감 그리고 솔솔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공이 많으신분임을 알겠습니다. 1부를 잘 읽었고 2부도 기대하겠습니다.  
거문고자리 와, 칭찬 감사합니다! 저 선생님께서 쓰신 글 참 좋아해요!! 읽으면서 역시 나와는 차원이 다른 데 계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2부에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해볼게요^^
수나써 |  2008-07-04 오전 7:27: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벌써 1부가 끝난나요? 흐미...
조금만 쉬시고 2부도 얼른.....ㅎㅎㅎ  
거문고자리 네...그런데 얼른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한동안 많이 바쁠 것 같아서요..그래도 빨리 오도록 해볼게요! 수나써님 2부때도 꼭 보러와주세요! ^-^
팔공선달 |  2008-07-04 오전 7:39: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충전의 시간뒤의 님의 모습에 기대가 되네요...^^*  
거문고자리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메이비 |  2008-07-04 오후 1:19: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동안 소설 재밌게 읽었었는데...
2부 기다릴께요! ^0^  
자유인72 |  2008-07-04 오후 6:28: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힝,,,,너무 진도빨라서리,,,,ㅡ,ㅡ
 
당근돼지 |  2008-07-04 오후 7:47: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쉽네요..........빠른시간에 돌아와 주시길 기원합니다.  
선비만석 |  2008-07-05 오전 8:00: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허어~~~벌써 1부 끝이네...........  
메이비 |  2008-08-07 오전 10:09: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2부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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