幸運 :(이게 웬 떡이람)Ⅲ

선비만석

  예선전에서의 내 성적은 1승2패, 당연히 3승으로 우리 팀의 8강전 진출을 생각했던 팀원들의 사기는 그만 땅으로 추락하였다.  아 쥐구멍이 어디냐.........오로 5단에서 6단을 왔다 갔다 하는 대단한? 실력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행마를 하여서 패국을 자초한 2판의 바둑은, 내가 엄청나게 유리한 국면 이였다. 하지만 지나간 버스 손들면 무엇 하리.  어차피 진 것을 속상해 해봤자 스트레스만 싸일 뿐 툭툭 털어버리고 밥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대회장 2층에 마련된 식당으로 향했다.  후유..........나오느니 한숨이다.

  점심식사가 맛이 있을리 없다. 만두전골인데 왜 그리 짜기만 한지. 소금하고 재판을 하였는지 이건 완전히 소태맛이다. 제길헐. 바둑을 지고 무슨 염치에 음식 맛을 탓 하리오.

점심을 먹는데 B팀이 3자 동률인데 승수가 많아서 16강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래저래 나는 체면을 구겼다. 점심 식사 후 바로 귀향을 하려 했으나 B팀이 16강전에 올랐으니 응원을 하기로 하였다. 또 예선전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위하여 프로기사와 다면기가 있으니 그 다면 기를 두어서 쓰린 속이나 달랠 요량으로 다시 대회장으로 들어갔다.

  프로 기사 5명이 다면기를 두어준다니 이런 호재가 어디 있으랴. 우리 들은 5명이 한조가 되어서 김 명완 프로와 다면 기를 두게 되었다. 나는 두 점에 다면기 지도를 받으면서 한수 배워볼 생각으로 다면기에 임했다. 오랜만에 프로기사와 다면기를 두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인데 바둑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임했으나 어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두어놓고 보니 완착이요 엉터리 수만 놓이는 반면을 바라보며 억지를 한참이나 부리다가 김 명완 사범을 피곤하게 만들었나 보다.  인정사정없이 나의 말들을 잡아버리신다.  아이고 오늘 따라 바둑이 어째서 18급 수준으로 두는 것인지 정신은 멍하고 집중이 안 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요상한 일인지 모르겠다.

  항서를 쓰고 나서 혼자서 복기를 하면서 우하 귀에 지킨다고 둔 완착을 한탄하고 있는데.......

  “그 수가 좀 그랬지요.......”

  (지도기를 두어주시는 김명완 사범님)

  김 명완 사범님의 친절한 설명........에혀 쥐구멍이 어디 없나.........  더군다나 우리 팀의 박 용제 군과 둔 두 점 바둑을 가장 잘 두었다고 칭찬까지............. 아이고 부럽다........

  B팀도 16강전에서 탈락하여 우리는 오후 3시경 짐을 꾸리고 쓸쓸히 축제장을 도망치듯 귀향길에 올랐다.

  하지만 나는 프로 사범님 5명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고 했으니 본전은 한 셈이네...하고 요런 행운이 언제 또 오겠냐며 혼자 기분을 내었다.

 (허장회, 백성호 사범님의 싸인)

(조대현 사범님의 싸인)

 귀향길은 태백시를 경유하여 동해시를 거쳐서 고속도로를 타고 양양으로 빠졌다. 동행했던 어 명섭 계장이 딸기를 사가자고 제안 하는 바람에 양양에서 잠시 노변에서 딸기를 파는 할머니에게 들러서 딸기를 만원어치를 샀다. 그리고는 우리관내 봉포항에 들러서 해단식을 하였다. 맛있는 회를 시켜서 반주를 곁들인 식사는 오랜만에 나의 뱃속을 즐겁게 해 주었다. 바둑대회를 참가하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 마음이 착잡하다. 좋은 성적으로 우승하여 무언가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떠나고 싶은 내 마음을 내 바둑 실력으로 달성하기에는 모자란 탓인데 어쩌랴......

  바둑이 이제 스포츠로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대회에 참가한 강원도 바둑협회 임원이 고성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바둑협회를 창설하였으면 하는 의사를 비치었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바둑 인들과 상의 해보고 협회를 창설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1박2일의 바둑대회는 우승은커녕 8강에도 못 들었으나 내게는 평생가도 얼굴한번 대면하기 힘든 프로기사를 한꺼번에 5명이나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의 자리였다.  (끝)     

 - 서능욱,허장회,조대현,백성호,김명완 다섯분의 사범님...촌놈의 무례함을 탓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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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면기 두기전에 자리에 앉으신 김명완 사범님(마치 범생이 같으시다..^^*)근디 왜 나를 째리 보고 계시남...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