幸運 :(이게 웬 떡이람)Ⅱ

선비만석

  환영만찬은 뷔페식 이였다. 평소에 어디 뷔페식을 먹을 기회가 있을 리 없다. 우선 허기진 배를 든든히 채울 요량이다. (더군다나 공짜) 이것저것 주워 담아서 테이블로 돌아온다. 뷔페식 요리는 사진으로 남기질 못했다. 그거 사진 찍어 올렸으면 울 선달이가 무진장 묵고 싶어 할 것 같아서........ㅎㅎㅎㅎㅎ

  점잖게 먹어야 도리인데 배고픈 위에서는 자꾸만 음식을 넘겨 달라는 신호를 뇌로 전달해 대니, 내 손은 뇌의 명령에 따라서 부지런히 음식을 입안으로 공수를 한다. 음식을 먹다가 배 터져 죽는 한이 있어도, 많이 먹으려던 애초의 생각이었으나 이런 젠장............벌써 배가 부르다는 신호가 오고 배에 가스가 차는지 빵빵해 진다.

  과일로 디저트를 할 생각으로, 파인애플과 수박을 가지고 와서 먹고 나니 더는 못 먹겠다.

오가자 주인지 오가피 술인지 맛이 좋은 것 같은데, 이놈의 혈압 때문에 겨우 한 모금 입에 넣고서 맛을 음미해 본다.  이런 때 왜 선달이가 생각날까.........우~~~쒸...........ㅠㅠㅠ

  내일은 바둑시합을 해야 하니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아무래도 프로기사 사인을 더 받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에라 모르겠다. 나이 먹었으니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사람들이 어디 알아보겠냐.........순 똥배짱이다.

  오로에서 매달 보내주는 월간 바둑 너무 고맙다. 올해 5월호와 6월호를 준비해 가지고 갔으니, 그걸 들고서 김 명완 사범에게 쪼르르 다가간다.

  “사범님,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사인 좀.........”

  내가 다가가서 월간바둑과 사인펜을 내밀자, 김 사범님 식사를 하시다 말고 정말 황당 하셨을 거 같다. (사범님, 죄송 .......   나이 먹고 이게 무슨 주책이람........)

  “아닙니다. 괜찮아요.......”

  김 명완 사범님은 이내 사인펜을 받아들고, 월간바둑 독자의 소리 난에다 사인을 해주신다. 야호~~~~땡 잡았다.  (이 책들은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질 것이다.)

(김명완 사범님의 친필사인.)

  내빈석에 앉아서 식사를 하시던 정선군 군수님 이하 내빈들이 눈치를 주는 것 같아서, 온 몸이 근질근질........ 사인을 받아들고 얼른 내 자리로 돌아왔다. 환영 만찬이 끝나고 숙소로 들어가기 위해 나서는데, 다른 사람들은 정선의 카지노에 다녀오겠단다. 나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가보고 싶은 마음에 갈등이 일었으나, 거길 가면 도박을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안가기로 하고는 숙소로 올라갔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우니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스르르 눈이 감기나 아직 안 들어온 사람이 있으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잠이 오는 데도 억지로 참아본다. 티브이를 틀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스카이바둑 채널을 보게 되어, 바둑방송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

  새벽 다섯 시 반에 잠이 깨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이미 습관이 되어 있으니 어쩌랴. 이래서 나이 먹으면 잠이 없어진다 하는 것인가 보다.  세수를 하고 준비 끝 하였는데, 팀원의 한 사람인 손00는 아직도 꿈나라이다.

   한참을 지나서 일곱 시가 되어 도저히 허기가 져서 못 참을 지경이 되었다. 결국 곤히 잠든 손00을 깨우자

  “아이고 형님, 지금 몇 시인데 벌써 그러세요.......”

  “빨리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아홉시부터 대국이라는데........”

   곤히 잠든 사람을 깨워서 좀 미안해서 그렇게 얼버무리고는, 총무를 맡고 있는 김00를 찾아가 깨웠다. 그러고는 짐을 들고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아침도 뷔페식이라서 이것저것 가지고 와서, 배가 불쑥 나오도록 아침을 먹었다. 한데 이것이 문제였다.

  아홉시 반에 시작한 첫 대국의 상대팀은 홍천A팀 이었다. 홍천 팀은 작년에 우리에게 4:1로 진 팀 이여서, 나는 내심 만만한 상대라 생각하고 내가 5장으로 뛰기로 하였다. 원래는 2장으로 뛰어야 하는 것을 오더를 바꾸었다. 한데 그것이 불운이었다. 나의 상대는 젊은 사람이었다.  몇 수 두어보니 만만한 상대 같았다. 흑번이라서 내 구상대로 바둑을 두고, 마무리 단계에서 예의 덜컥 수가 나왔다. 보강을 한다고 둔수가 그만 헛수였다. 상대방이 내 약점을 째고 나오자 난 우 상변 넉 점을 허무하게 잡혔다. 거기다가 중앙의 흑돌 몇 점도 잡히고 말았다. 이십 여 집을 이긴 바둑을 순간의 덜컥 수로 8집반을 지고 말았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허긴 바둑을 두는데 졸음이 쏟아지고, 영 집중이 안 되었으니....... 아마도 아침을 과식한 탓인 것 같다.

  더군다나 상대방 선수가 한 사람 불참해서 부전승 하나를 등에 업고도 졌으니, 이거야 말로 나의 부족한 바둑 실력을 탓할 수밖에.........결국 스코어 3;2로 패한 우리 팀의 사기저하에 내가 일조를 한 꼴이 되었다.

  (홍천팀과의 대국전 모습)

   우리 팀에서 가장 잘 두는 박 용제 군 얼굴이 침울해 진다.

  “다음 판에 이기면 되지 뭐..................”

  나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 거렸다.  네 팀이 치르는 예선전은 리그전이니, 두 팀만 이기면 16강에 오르는 것이다.  다행히 횡성군과의 시합에서는 내가 흑번으로 반면 30여 집을 이겨서,  종합전적 4;1로 우리가 1승을 챙겼다. 하지만 세 번째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첫판에 내가 진 것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세 번째 상대는 양양군이었다. 양양군은 만만한 상대라 생각하고 마음을 가벼이 하였다. 한데 2장으로 오더를 바꾸고 둔 것이 문제였다. 당연히 응수 하리라 생각하고 두었던 중반전의 한수.......그 수를 상대방은 외면하고, 중앙으로 나가지 않은 나의 백 대마를 봉쇄해 버렸다. 나의 의도를 거슬린 상대방의 착수에 당황한 나는, 그만 끊자고 한 곳을 나두고 상대방의 손을 따라서 봉쇄한 곳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상대방은 내가 끊으려고 들여다 본 곳을 잽싸게 이어버렸다. 그 수로 내 대마는 수부족이 되어 잡혀 버렸다.  결국 나의 실수로 또 우리 팀은 3;2로 지는 불운을 맛보고, 우리에게 이긴 양양 팀이 2승으로 16강에 올랐다. 작년에 4강을 한 우리가 이렇게 맥없이 무너져 내리다니...........나의 얼굴은 식은 땀이..............

 (패배후 멍한 모습으로 .........)

  B팀도 우리와 같이 1승 2패를 하였다.  우리는 쓸쓸히 점심식사를 차려 놓은 2층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 식사가 이렇게 쓴 맛이 들게 된 것은 바둑을 패배한 것 때문인가 보다.  팀원들 얼굴보기가 민망스럽다. 그래도 바둑을 좀 둔다는 내가 이 모양으로 질 줄이야 누군들 상상이나 했으리.........(계속)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