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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초 바둑돌소리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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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농심호텔로 달려간 이유
2007-11-30 오후 8:45 조회 7155추천 21   프린트스크랩
 

오랫동안 병상에 있었다는 핑계로 이름만 걸어놓고 글을 올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바둑사이트라 바둑에 관한 글만 올리고 싶은데,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체험이 있을 리 없고 그러다보니 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다.

어제 농심배를 관전하던 나의 머리에 번쩍 전기불이 지나갔다.

없는 체험을 만들어서라도 11월이 다하기 전에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가진 탓인지 어제 밤 꿈에 아내와 아이의 얼굴이 보이기까지 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야릇한 마음이 들고 농심호텔로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에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일단, 회사에 전화를 걸어 땡땡이(?)를 선언하고는 농심호텔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노오란 은행잎이 바람에 깔려가는 온천장 입구에 도착하면서 나의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집에서부터 편도 40km의 거리였지만 멀다는 느낌 하나 없이 달려온 셈이다.

아내와의 추억, 나의 단란했던 한 때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농심호텔(예전 동래관광호텔)이었다.

아이와 함께 온천욕을 즐기던 허심청, 아내와 소주잔을 곁들이며 먹던 석쇠 꼼장어 구이, 호텔 앞 유명한 순두부집 모두가 아련한 옛 추억을 일깨우는 곳이었다.


헌데 성급한 마음에 달려온 나머지 그만 대국 시작 시간을 깜빡하고 말았다.

삼성화재배와 착각을 한 나머지 오후 2시 대국인 줄 모르고 오전 10시인 것으로 안 것이다.

할 수 없이 허심청에서 목욕을 하고 꼼장어집에서 백반 한 그릇을 뚝딱해야했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국이 시작되면서 나는 검토실이 아닌 대국실로 달려갔다.

호텔 안내직원이 나를 노려보는 듯 했지만 핸드폰을 꺼내며 기자인 척 당당하게 대국실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눌러대고 있었다.

이미 반상엔 목진석사범의 흑돌 하나가 놓여 있었고, 요다9단은 반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작동시키려는 순간 요다9단의 소매가 불쑥 하늘로 향하더니 도끼 장작을 패듯 백돌 한 점을 놓는데 그만 백돌이 데르르 구르고 말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고개를 숙여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요다9단이 착점한 곳은 놀랍게도 대고목, 나의 눈이 크게 떠지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예전 매니아광장에 올린 나의 글 중에 꿈속에서 요다9단과 대국을 하던 내가 요다9단의 장작패기 실패를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현실에서 그것도 내가 보는 앞에서 요다9단의 장작패기 실패가 등장하다보니 정말 묘한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대국실을 나오며 나는 요다9단의 패배를 선언해 버렸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 굴초의 저주였던 셈이다.


검토실로 가니 검토실 앞에 웬 꼬맹이 하나(나중에 알았지만 이재성군)가 아빠의 손을 잡고 비실거리고 있었다.

아빠되시는 분이 내가 진행자쯤 되는 줄 알고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는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그 누구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프로기사들은 보이지 않는데 김승준사범만 해설 때문인지 노트붘앞에 앉아 있었다.

조금 있으니 김인국수, 하찬석국수, 후야오위8단, 야마다기미오9단, 박정상사범이 차례로 모습을 보였고, 검토가 시작되었다.

검토실엔 사이버오로 대국실이 대형스크린에 비춰지고 있었고, 바둑티비 생중계도 시작되고 있었다.


이 때 미모의 중년 여성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프로기사들 사인을 받고 싶은데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나는 여성만 보면 이상하게 용감해지는데(?) 이게 무슨 횡재냐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멀리 보니 프린트기가 보였고 A4지가 꼽혀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얼른 한웅큼을 훔쳐서는 여성과 나눈 뒤 함께 프로기사들 사인을 받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사인을 받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검토는 3개진영으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한국프로팀, 중국프로팀, 그리고 아마잡탕팀.


처음 나는 멋도 모르고 아마잡탕팀의 검토를 주도했다.

인터넷 급수로 15급이라는 중년여성, 4단이라는 중년 남성, 꼬맹이 그리고 내가 아마잡탕팀이었는데, 4단과 15급은 나의 검토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데 꼬맹이가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어이 꼬맹아, 니 몇 급이고?”

“인터넷으로 6단 두는데요....근데 아저씨는 얼마 두세요?”

“,,,,,,,,,,”

내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이 꼬맹이가 돌을 주르르 놓는다.

그 속도가 어찌 빠른지 나는 한참을 보고서야 꼬맹이의 뜻(?)을 헤아릴 정도였다.

“니, 몇 살이고?”

“10살인데요...”

이 때 사이버오로의 손종수님이 우리 검토진영으로 와서 말을 건다.

“모두 함께 오신 거에요?”

아마 함께 모여 웃으며 바둑돌을 놓는 모습이 한 가족처럼 보였나 보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서도 마치 한 가족처럼 보이게 하는 게 바로 바둑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제 아마잡탕팀의 검토 주도권은 꼬맹이에게로 넘어갔다.

꼬마는 과자를 연신 씹으며 돌을 놓고 있었고 나는 커피를 연신 빼 먹으며 꼬마의 손놀림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몇 집?”

김승준사범의 목소리에 홍민표사범이 대답하며 싱긋 웃는다.

“창하오9단이 20집이라는 데요....”

중국팀은 바둑돌을 걷더니 목진석사범이 사석작전 편 곳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한참 반면을 응시하더니 모두 검토실을 나간다.

바둑은 끝나지 않았지만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뜻이리라.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생전 처음 해 본 나의 프로대국관전은 그렇게 끝났다.

요다9단의 첫 착수가 나의 저주가 아니었어도 나도작가 코너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준 2007년 농심배 관전은 오랫동안 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프로기사도 아니라며 사인을 거부하던 손종수님이 나의 사인지에 써 준 “건강하셔서 기쁨니다”란 문구가 돌아오는 발걸음에 뒤섞여 더욱 유쾌한 하루였다.


‘목사범님 3연승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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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  2007-11-30 오후 9:06: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 가을 병상에서의 외로음이 그토록 크셨나 보군요. 농심호텔 대국장으로 달려가는 님의 발걸음은 어쩌면 다른 그리움으로 향하는 몸짓은 아닐런지요.
부디 건강하세요..... 중년의 천방지축 여인네가^^  
굴초 읔!!!! 천방지축과 여인네는 원래 잘 어울리지 않는 법인데...생각해보니 한 여인분이 생각이 납니다...(그런 분은 오로에 한 분밖에 안 계시니까요..^^ 잘 지내시죠!
낼모레면 |  2007-11-30 오후 9:07: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직장생활 하실때 사우나가서 땡땡이 치는거나 사업을 시작하고서도 땡땡이 치는것은 여전 하시군요 ^^건강회복 하셨다니 이젠 작가분들의 조촐한 모임이 있는 대구로 땡땡이 치시면 일주일을 버틸 스토리가 나올듯도 ......  
굴초 ㅋㅋㅋㅋ 아직도 사우나 땡땡이를 기억하시다니요...미치! 대구 땡땡이는 좀 힘들 것 같은데 어쩌죠...워낙 오래 농땡이를 치다보니 일거리가 산더미네요....^^
저니 |  2007-11-30 오후 9:30: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굴초님이 직접 가서 숨결을 받아 오셨군요. 아침에 드신 백반마저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굴초 저니님 감사드립니다...이래저래 좋은 추억거리는 된 것 같습니다...회사에 당도하자말자 이 글을 올렸는데 어째 글이 그러네요,,ㅎㅎㅎ
꾹리가아 |  2007-11-30 오후 9:35: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나는 여성만 보면 이상하게 용감해지는데(?) 이게 무슨 횡재냐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

다. >

본능이지요. ^&^  
굴초 히히히....저는 본능에다 결핍증환자라 그 증세가 더욱 심하답니다...쩝...하지만 그 여인분에게 실례가 안되었으면 합니다^^
꾹리가아 굴초님 심성이 배려하시는 분이시니...이해하실 겁니다... ^&^
별天地 |  2007-11-30 오후 9:49: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떳네요 ,, 굴초님의 기다리던 글 ,, 여기서 난
그소재를 구하려고 일부러 동래의 호텔까지 40킬로를 오셨다고 생각해는데 ,,
손종수님 검은 얼굴 더 검어 지셨던가요 ,, 싸인은 전에 책에 받은 걸로 기억하는데 ,,
굴초님 ,, 건강 더욱 챙기셔요,, 날도 추워지는데 ~  
굴초 지망님 손종수님은 얼굴이 더욱 희지고 더 젊어진 것 같습니다..저는 더 삭았고요^^
회색바람 |  2007-11-30 오후 9:59: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랫만이네요.
요다 그놈 넘 미워하지 마세요. 그넘 없으면 일본바둑 무슨재미가 있을라나..
항상 건강하시길...
 
굴초 절대 요다9단을 미워하지 않습니다....맞습니다, 일본바둑을 재미있게 하는 분이니까요...다만 어째 첫수를 보고 그냥 오늘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건강하세요^^
이쁜바둑돌 굴초님 댓글 동감..저도 착수실수글 읽고..아...그렇겠구나 감(?)이 오더라구요.크~
江湖千秋 |  2007-11-30 오후 10:10: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굴초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체리통 |  2007-11-30 오후 10:39: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흠,,,진해에서 현장으로 40키로를 달려가시다니 작가 정신이 투철하시군여 ㅋ..  
굴초 ㅎㅎ 어쩐지 그냥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좀 그렇습니다...건강하세요^^
술익는향기 |  2007-12-01 오전 1:08: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미모의 중년 아주머이 이야기는 후편에 올리시려고 아껴두시는건가요?
감질나게 살짝 운만 띄우시고는 왜 씰데없는 꼬맹이 얘기만 하시는건가요? !!

굴초님의 땡땡이 부럽습니다...
정말 보람된 땡땡이 였네요.
형님의 고집과 프로페셔날 정신에 감동이 되는군요...

꼭 바둑글아니래두 투병하시면서 느끼신것들이 많을텐데... 저희 하수들에게도 좀 나눠주시죠...

하여튼 다시뵈니 반갑습니다...  
굴초 보람된 땡땡이! ㅋㅋㅋㅋ 투병하면서 느낀것 없습니다...기냥 이제 가는구나하는 생각에 많은 얼굴들만 오락가락 하더군요...병원에서 뭔가를 느끼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만 ^^ ㅎㅎㅎㅎ
오래된정원 |  2007-12-01 오전 8:41: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굴초님^^ 반갑습니다!
저 또한 손종수님 마음처럼
가고자 할 때 갈 수 있을 만큼 건강 하셔서
그 무엇보다 기쁩니다.  
굴초 정원님, 오랜만에 활짝 웃었던 것 같습니다. 잃은 만큼 또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정원님의 시가 저 굴초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답니다...인터넷의 공간에서 참 드문 일이겠지만 항상 대명만큼 푸근한 뜨락에 햇살을 쪼이는 느낌입니다, 건강하시구 겨울 잘 보내셔야죠^^
낙지대그빡 |  2007-12-01 오전 11:21: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관전후 미모의 중년 여성분과의 애정행각을 세밀히 묘사해 주세욧ㅅㅅㅅㅅ  
굴초 ㅋㅋㅋ 애고 저야 호래비지만 남편있는 분인지도 모르는데 감히 꿈도 못 꿨습니다^^ 헤헤...
이쁜바둑돌 |  2007-12-01 오후 1:00: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와~ 목진석사범님의 3연승에 이런 비사(?)가 있었군요.
요다사범님과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니..이것 서프라이즈에
등장(?)해도 될 뭔가 미스테리하면서도 우연적이면서도 인연적이고
필연(?)이 느껴지는 글인데요..ㅎㅎ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좋은분과의 아름다운 로맨스(?)도 기대(?)할게요.. 아잣!~

농심호텔.허심청은 부산경남 사람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많이 주는 곳이지요 ^^  
굴초 음, 그 미모의 여성에게 제 대화명을 공개했는데 오해나 안하실지 심히 걱정입니다....이러다가 기냥 호래비로 늙어 죽을 것 같네요....애고 못살겠당^^
웃는향이 |  2007-12-02 오후 1:26: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궁~ 병상에 오래 계셨다니..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농심배 응원하러 한달음에 달려가실 만큼 이제 좀 회복되신 듯하여 안심이 되나.. 건강 잘 챙기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도 마음으로는 허심청으로 달려갔으나.. 늦둥이 덕에 마음으로만 응원하고 있었네요^^
굴초님 글 자주 올리셔야 건강하신가 보다 여길 터이니 부디 걱정 끼치지 마시길~~~^^*  
굴초 아...이게 누구십니까....향이님, 정말 눈물이 찔끔 납니다...저,, 죽다 살아났걸랑요..ㅋ 그러잖아도 손종수님 붙잡고 이창호사범님 사인 받으려고 하니 2일전 올라가셨다네요...그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다니 참 아쉬웠구요^^ 근데,,,늦동이???? ㅎㅎㅎㅎㅎ축하드립니다...한때 아내와 늦동이 낳으려구 매우 노력했었는데...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글이 자주 써져야할텐데...쉽지 않아서 이러구 있습니다^^.
선비만석 |  2007-12-02 오후 4:55: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라 굴초님의 글을 이제 읽었네..에혀 정신없다...ㅎㅎㅎ  
굴초 선비님 감사합니다...고성에서 좋은 만남 빌고요 다음번엔 저도 참석을 하겟습니다...이리저리 정신이 없어서 딴 곳에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서..ㅎㅎ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건필하세요^^
斯文亂賊 |  2007-12-02 오후 9:48: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다시 뵈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늘 건강하소서...  
굴초 이 어인 대명입니까....저야 그렇다치만 난적님 뵙기가 어렵네요...요즘 뭐 연구라도 하시는지...도망도 안가시구..ㅎㅎㅎ 뵙지 못해도 항상 곁에 있는듯 합니다...건강하시구 따사로운 겨울나시길...^^
생일천사 |  2007-12-03 오전 11:51: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드디어 . . .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더욱 건강하셔서 더욱 자주 뵐 수 있기를 . . . =3 =3 =3  
굴초 천사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대명을 뵈오니 이제 제 몸이 나은 걸 실감하겠군요...건강한 겨울 아름다운 눈 꽃이 함께 하시길...^&^
맥점구사 |  2007-12-03 오후 2:00: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 예전에 프로대국 관전한답시고 차 끌고(트럭) 해운대 가서 구경 잘하고
나왔는데 노상에 세워둔 차를 견인해 가는 바람에
 
굴초 ㅋㅋㅋㅋ 드뎌 나의 영원한 맞수(헤헤) 오셨군요...저도 요즘 회사트럭 몰고 다닙니다...언제 트럭 세워놓고 바둑판으로 한수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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