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담배, 바둑 그리고 여자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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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초 바둑돌소리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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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담배, 바둑 그리고 여자
2007-06-25 오후 12:57 조회 6409추천 33   프린트스크랩

커피와 담배, 바둑은 내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정답이 된다.
거기에 비라도 좀 내리고, 운무에 젖은 바다라도 내다보이면 외부조건이 충족되고, 좋아하는 먹을거리가 접시에 담겨 손만 닿으면 먹을 수 있는 상황이면 내부조건 또한 충족되는 것이어서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는 내 세상이 되고 만다.

토요일 저녁, 유월의 촉촉한 비가 내리던 안골만은 그야말로 한폭의 품위있는 묵화 그 자체였다.
몇 척의 어선과 갈매기의 저녁 울음소리, 푸른 숲과 들에 흩뿌리던 빗줄기, 멀리 안민산으로부터 흐르는 운무 그리고 먹을 찍어 놓은 듯한 하늘.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유월의 장마비가 주는 또 다른 정취였다.

비가 들치는 데도 창문을 모두 열어 낙수물 소리에 한참을 빠져 있었다.
삭막한 구조물과 이성적 인간관계에 묻혀 생활하는 우리에게 자연을 접하는 기회란 참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평소 잊고 있었던 많은 서정들이 톡톡 튀는 빗방울 소리에 되살아 나는 듯 했다.

커피를 끓였다.
빗소리를 곁에서 들으며 마시는 커피향은 무언가 달라도 달랐다.
견딜 수 없는 느긋함에 담배를 피워 물었다.
문득 지금 아내가 곁에 있었다면 커피잔과 담배를 뺏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담배, 바둑, 나에겐 내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해답들이지만 예전 아내에겐 부부생활의 공공의 적이었었다.
하지만 특별한 무드(?)에선 못 본 척 넘어가 주던 아내.
일요일 자정쯤하던 티비 바둑 프로도 아내가 잠 든 사이 도둑질하듯 보아야했고 그것도 들키면 얼른 달려나와 티비를 꺼버리던 아내였다.
오직 백화점 쇼핑시간에만 기원에 잠시 가 있으라며 허용되던 바둑이었다.
당시 오로처럼 인터넷바둑이 있었다면 과연 어떤 사연들이 있었을까 무척 궁금해지기도 한다.

대국신청이 왔다.
승낙을 하고 컴앞에 앉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비실비실 기어 나왔다.
바둑판에 마우스를 찍어대며 커피잔을 들고 담배를 피우는 나의 모습에 아내의 모습이 오버랩되다가 이번엔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함께 살자고 울부짖는(?) 나를 야멸차게 뿌리치시던 어머니.
며느리한테 앉아서 대접받아야 할 당신이 홀아비 밥이나 해주며 살수는 없노라며 동생집에 계시는 어머니였다.
커피, 담배, 바둑을 새장가 가는데 결정적 걸림돌로 보고 거기다 자신마저도 장애물로 인식하신 어머니였다.
어떤 여자가 노모와 사는 홀애비에게 시집을 오겠느냐는 어머니의 그 깊은 뜻도 제대로 모르던 나였다.
하여간 함께 사는 동안 어머니 앞에서 커피, 담배, 바둑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었다.

지금 창문까지 열어제치고 마음껏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바둑을 두는 나.
방해하는 이 없고 아무 거리낌이 없이 킥킥거리는 그 공간속을 아내와 어머님의 모습이 파고드는 그 이유는 무엇인지,
오로광장에 아내와의 약속 때문에 바둑을 못 둬 바둑이 두고 싶다고 외치는 그 기우가 왜 그렇게 부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자유와 제약은 지나치면 그 또한 고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며칠 전 회사에서의 일이 떠올라 쓴웃음이 났다.

점심을 먹다 젊은 직원 한 넘(남자직원^^)이 물었었다.
혼자 집에서 뭐하냐고, 아니 휴일날 뭐하며 지내느냐고 말이다.
막상 그렇게 물어오니 머 특별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물론 머리속에서야 바둑두며 지내지하는 말이 뱅뱅 돌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내가 생각해도 좀 좀스럽고 고리타분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대답은 엉뚱한 소리가 튀어 나왔다.
머 친구도 만나고, 등산도 가고, 볼링도 치고, 선도 보고 그런 다며 헤헤 웃으니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 한 넘(쩝, 여직원^^)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닐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의아한 모습으로 쳐다보니 그 여직원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커피 마시고, 담배 피우고 바둑 두면서 그렇게 지내시죠?"
"?????."
"회사에서 하시는 것 보면 그러실 것 같아서요...아니세요?"
"!@#$%^"


 


┃꼬릿글 쓰기
별天地 |  2007-06-25 오후 1: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나친 자유를 만끽하시는 굴초님의 담배연기 속에 바둑 한판 두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망이 언뜻 스칩니다 ,, 근데 오늘 적나라하게 고백을 하셨으니 아무래도
50보 정도 다가왔던 이성들이 조금 물러날 듯 ,, ㅠㅜ ~  
굴초 지망님 저 이제 포기했어요~ 흑흑~ 아무래두 혼자 살 팔잔가봐요...에궁~
낼모레면 |  2007-06-25 오후 1:3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월요일 ... 이날이 기다려지는 까닭은 .. 작가님게서 의무방어전(?) 치르시는날 때문이 아닐까 생각듭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자리에 서서 한참을 기웃거렸습니다 ...아마도 그 여직원분 굴초님의 정체를 알고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낼모레면 추천을 빼먹고 도망쳐서 다시 들어왔습니다
굴초 사실, 고백하면 글 쓸게 없어 고민 좀 했습니다. 다행히 비가 오는 덕에...ㅎㅎㅎㅎ. 하두 회사에서도 바둑에 미쳐 있으니 쩝...여직원 아무것도 모릅니다...ㅎㅎㅎ
마음의여정 |  2007-06-25 오후 2:3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굴초님의 손을 거치면 평범한 일상도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그러나 잔잔한 삶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지나간 날들의 그리움은 때때로 아픔을 안겨주지만 그 상처조차 날비린내 생생한 삶의 인식이란 생각이 드네요.  
굴초 여정님 표현에 이 굴초 또 마음이 쓰립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시니...고맙습니다^^
斯文亂賊 |  2007-06-25 오후 4:05:0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그 여직원 분 굴초 님의 <월요일 의무방어전>이 뭔지 안다에 한 표! =3=3=3  
rjadmsgn 근데 월요일이 방어전 하기 좋은 날인가염.
굴초 하우~ 쪽집게시다, 난적님도 여자만큼 무시버서~ ㅎㅎㅎㅎ
굴초 rjadmsgn님 토 일요일 빈둥거리다 보면 좀 낫지요...ㅎㅎㅎ
녁동무늬 |  2007-06-25 오후 4:2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신선놀음?  
굴초 맞습니다...하지만 신선님들은 바둑 두면서 고민 같은 건 안하시죠..ㅎㅎㅎ 에구~
sarnath |  2007-06-25 오후 5:3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궁금한데요..바둑이 어느 깊이(몇단정도) 되면 그렇게 심취가 될까요?  
굴초 바둑의 깊이(단)가 아니라 미친 깊이(상 중 하)입니다 ^^
생일천사 |  2007-06-25 오후 5:3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폭의 묵화를 보는듯 . . .
묵화는 묵화대로 소중하고 멋있지만 . . .
칼라로 채색 해도 아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 =3 =3 =3  
굴초 묵화는 가볍지 않은데 제 글은 좀 가벼워서 탈이죠,,,머^^
건달파 |  2007-06-25 오후 5:3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 잘 쓰시는 굴초님 부산이 아름답다는 말에 공감합니다.청명한 하늘에 하얀 배를 드러낸 갈매가 아름답고요.폭우치는 날이면 하늘로 비상하는 찢어진 파도조각이 아름 답습니다. 부둣가의 소금저린 바닷내음은 몸은 떨어져 있어도 영원히 잊을수 없죠.낮술 한병 한관계로 처음 리플 달았습니다.  
굴초 부산이 고향이시구, 떨어져 계시는 군요,,, 갯내음은 바다에 살던 사람에겐 그리운 내음이지요^^ 첫 리플 감사드립니다^^
헛된소리 |  2007-06-25 오후 8:1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글에 나오는 여자분들입니다.

< 아내, 어머니, 며느리, 어떤여자,노모, 여직원>

나름대로 분석해보면(작가님께 죄송 - 허락도 없이)

아내 - 제일 먼저 거론 했네요, 여전히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계시네요.
어머니 - 어머니의 사랑은 무엇에 비교하기 힘들지요
며느리 - 생략
어떤여자 -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헛된소리 |  2007-06-25 오후 8:2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노모 - 늙을 老(노인 노) 자 가 붙어 있네요. 나름대로 굴초님의 죄송스러움이 배어
있는 듯...
여직원 - 굴초님속을 모르면서도 가장 현실적(정확한 판단)인 말을 남겼네요.  
헛된소리 |  2007-06-25 오후 8:2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에혀!! 지송, 혹시나 결례가 심혓우문...굴초님... 글 남겨주세요
바루 삭제 할게요.  
굴초 에구 삭제라니요^^ 독해력이 제일이시구먼요^^ 처음엔 제목을 "여자는 무서워"라고 했다가 바꾼 거랍니다^^
헛된소리 근디 독해력이 모래요? ㅠㅠ
헛된소리 아공 독해력 제일- ㄳ해욤^^
벗따라 |  2007-06-25 오후 9:1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겨운 이야기 그냥 편한 얘기들 늘 공감하며 잘 보고 있습니다.
숭늉 같은 편함과 안락을 글로써 대 하니 새글이 올라오면 반가움이
한량 없습니다...늘 건강 하세요!!!  
굴초 항상 돼먹잖은 글이나 올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되곤 합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웃는향이 |  2007-06-25 오후 10:2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계절학기 수업 때문에 어제부터 3주간 원주에 와 지냅니다. 분위기도 새롭고 살림(?^^)에서 벗어나 동료들과 어울려 사먹는 밥도 맛있고 재밌는데.. 남편이 끓여주던 세상에서 젤루 맛있는 커피가 그립네요..ㅠㅠ 가끔씩 일탈해봐야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가 되겠죠?!! 굴초님 커피 대신 가끔 몸에 좋다는 녹차도 드셔가면서 바둑 두세요~~~ ㅋㅋ  
굴초 집에 녹차가 참 많이 있는데 도무지 진도가 안나갑니다, 커피는 한달에 한번 꼭 사면서요,,쩝. 근데 계절학기??? 저는 오늘 이창호사범님 전자랜드배 응원가신 줄 알았는데요^^ 멀리서도 리플 주시니 참 고맙네요^^ 공부 열심히 하시구요,,,원주 치악산 참 멋진데,,하유,,,좋으시겠다~~~~~
맥점구사 |  2007-06-26 오전 11:5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언제부터 굴초님이 신선이 됫어`?
음 부럽넴.  
굴초 ㅋㅋ 애구 신선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여^^ 폼은 폼대로 잡으면서 속은 썩어버린 신선이죠^^ ㅎㅎㅎ
愚公^^移山 |  2007-06-27 오전 8: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방에서 나는 냄새가 여기까지 풀풀 나는군요..
커피냄새 담배냄새가 합쳐지면 꼬리한 냄새가 납니다..
환기좀 시키심서 바둑두시길^^

 
굴초 게다가 호래비냄새까징~~~~~ 환기시킨다고 되겠습니까? ㅎㅎㅎ 뇨자 한분이 와야 머 해결이 되겠지요..ㅠㅠ
아름★다움 |  2007-06-27 오전 9:1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남편과 사별한 아내는, 뽀뽀할때 아프게 찌르던 턱수염이 제일 그립다고 합니다. 생전에 그토록 성가시던 수염이 새록새록 그리워 지는것처럼, 굴초님의 아내에대한 그리움이 그녀만이 할수 있었던 <금지사항>으로부터 살아 나는군요.....  
굴초 별님다운 멋진 꼬릿글!!!!!!! 역쉬~~~~~~~~~~
twilight |  2007-06-27 오전 10:4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난 방에서 담배 피면 맞는데~  
굴초 ㅎ ㅣ ㅎ ㅣ 맞을 때가 좋을 때라니까여~~~~~~~~~ㅎㅎㅎㅎ
맥점구사 |  2007-06-27 오후 8:0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고~굴초님 한번 대국실에 와서 용돈좀 주고 가세요~~
 
굴초 ㅎㅎㅎ 포인 말씀이신가요? 언제 대국실에서 뵈면 ^^,
음모자 |  2007-06-29 오전 7:4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술 담배 커피^^ 까지는 모자와 너무나도 같습니다~~
하지만 제목 맨 마지막 여자^^ 그쪽은 모자와 상관이 없네요^^(저도 살아야했기에~~)
굴초님^^ 술 담배 커피 삼위일체 조금씩만 줄이시고요^^ 그래야 오래도록 굴초님 글
볼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모자는 요즘 굴초님 결혼식 부조금으로 용돈 아껴서
모으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아히힛~~~  
굴초 헤~ 모자님 꼬릿글에 로긴, 커피 한잔 담배 한대 장착했습니다^^ 술 담배는 줄여야는데, 늘고 있으니 ~ 끙, 하여간 모자님 부조 받기 위해서라두 빨리 장가갈 생각입니다, 히힛,,,, 그리구 시간 나시면 거 중매 함 써 보심이 어떨가예~~~///
officer |  2007-06-29 오후 8:3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들러 보래서 들러 봤슴당..  
굴초 ㅎㅎㅎ 고맙습니다^^
술익는향기 |  2007-06-29 오후 11: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끙 ~ 커피, 바둑, 여자, 술,,,딴건 다 좋은디 담배는 어떻게 좀 끊어 보시죠  
굴초 큰 일 입니다, 요즘은 너무 많이 피워서.... 그런데도 안되니.....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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