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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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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람들.
2021-05-25 오전 9:32 조회 487추천 15   프린트스크랩

어서 오세요.

 

두 중년을 태운 택시는 혼잡한 차들 틈으로 깜박이를 넣고 도심으로 파고든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눈치를 보던 선달이는 다시 입을 연다.

 

어디로 모실까요?

 

으레 손님을 모시면 하는 멘트가 습관적으로 인사 다음에 목적지를 묻건만

이날은 선달이도 심란하여 짤막하게 하였지만 손님들도 대개 인사하고 나면

어디로 가자고 목적지를 밝히는데 어째 분위기가 어색하다.

남자가 먼저 목적지를 말한다.

 

 

상인동으로 가이시더.”

바로 동승한 여자분은.

아니 경산으로 가주세요.”

 

 

엇갈린 목적지에 분위기도 심상찮고 이거 오늘 또 성가신 손님을 모셨구나 싶다.

목적지를 정하셔야....

라고 말했지만.

 

 

서로 상반된 거리의 목적지를 말하고는 또다시 침묵이 흐르고 잠깐 짜증이 났다.

좀체 뒷좌석을 보지 않는 선달이는 룸 밀러를 보면서 재촉하듯 묻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고. 재차 물었다.

 

어디로 모셔야 됩니까?

 

상인동으로..”

아닙니다. 경산으로...”

 

 

어이가 없고 짜증도 났지만 선달이는 마지막 인내심을 웃음으로 끌어 올린다.

하하하.

이러시면 저만 좋아집니다.

합의가 안되시면 상인동으로 해서 경산으로 가면 되겠습니까?”

요금이 꽤 나올 건데요.”

 

 

 

대개 연인이 커플로 타면 선달이는 첫마디에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린다.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오버하는 팀은 애인 관계라 볼 수가 있는데

이것도 지역 특성상 경상도에 한하며 일반적으로는 신출내기 커플에 속한다.

말이 나온 김에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대화를 들어보면 아무리 자연스럽게 서로를 대한다 해도 습관은 어쩔 수 없다.

 

 

있잖아. 우리 애들은 어저께 이러쿵저러쿵... 애들 다 그렇지 뭐. 우리 애들도...

 

우리 애들?

 

 

 

띠리리리. 여보세요. 응 오빠는 ...아빠 들어오셨어? 엄마 금방 갈게 뭐 먹고 싶어?

여보세요. . 나 저녁 먹었어. 한군데 더 들렀다가 바로 들어갈게.

 

 

 

뭐 대충 그렇다는 이야기고;

 

 

두 사람에게 재촉하면서 차를 갓길로 정차를 하니 그제야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차 안을 뒤집는다.

 

 

 

아니. 도대체 당신은 왜 그리 고집을 부리는 거야.“

사장님 경산으로 갑시다. 내 말대로 하이소.“

 

하고는 파카를 뒤집어쓰고 눈을 감아 버린다.

 

경산으로요?“

 

.“

 

룸 밀러로 여자 손님을 보니 싱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선달이도 싱긋 웃어 주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네네. 잘 알겠읍니다요.“

 

 

 

거리상 3~40분 걸리는데 대구에서 그 정도면 장거리라 볼 수가 있다

10여 분 후에 남자분의 코 고는 소리가 살짝 들리자 여자 손님이 작은 소리로 입을 연다.

 

있잖아요.“

.^^“

 

이야긴즉슨.

두 내외는 홀로 계신 부모님을 한 분씩 따로 모시고 남자분은 경산에 아버님을

여자분은 상인동에 어머님을 모시고 가끔 씩 들러 생활비와 집안일을 보살펴 주는데

주로 여자분이 양쪽을 왕래하시고 남자분은 건축일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못 오는데

부자간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해 경산에는 명절에만 마지못해 다녀올 정도란다

 

 

 

그래서 오늘은 장모님 생신도 다가왔고 하니 상인동에나 들러 자고 남편이 말하는데

부인은 아버님의 보일러가 신통치 않으니 그 잘난 기술로 고쳐드리고 기름도 가득 채워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게 해드리자고 맞섰다는 것이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들으며

선달이도 비슷하게 살아간다고 나름의 생활을 조금만 이야기한다는 게 주절주절

죄다 늘어놓았더니 갑자기 알지 못할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 말문을 이을 수 없었다.

 

우라질... 내가 또 쓰잘데기 없는 소릴 ...

 

우리 두 사람의 한숨 소리와 여자분의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콜록. 콜록.“

 

기침 소리에 대화는 멈추고 남자가 일어나 창밖을 보면서 버럭 고함을 지른다.

 

아니? 기사양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요.?“

 

저야 가자는 대로 가고 있는뎁쇼?“

 

무슨 소리 하는 거요? 내가 경산으로 가자 했지 언제 경산?......

 

 

 

남자분은 상인동과 경산을 실랑이 하다가 헷갈렸나 보다 우리야 알고 있었지만.

나야 상인동이든 경산이든 뭔 상관이 있을까만.

퉁명스런 경상도 사나이의 따뜻한 아내와 장모님에 대한 사랑과

그에 상응하는 아내분의 배려 가득한 사랑

다시 못 보는 인연들과의 만남이지만 내가 한 것도 없이 뿌듯하고

받은 것 없이 감사했다.

남편을 다독이며 내리던 부인의 살짝 고개 숙이는 미소를 보니 모나리자가 오만했다.

투덜투덜 앞서가는 남편을 총총걸음으로 따라가는 내외를 바라보며

나는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오늘은 저분들 덕에 따뜻한 시간과 올겨울을 따뜻하게 지내실 어르신이 떠오른다.

지인이 말했다.

우리는 원하지 않은 소환을 받았지만. 부모님의 흔적이라는 말.

도덕경이 아니라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만 억지 춘향이라도

존재의 이유는 신세를 알고 거기에 도리를 다한 후 나를 말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억울한 것은 선인의 탓이지만 내가 후회하는 그 선인이 되어선 안 되겠다.

 

저분들은 로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할 것이다.

자체가 로또다

 

내가 오래 서 있으니까 여자분이 돌아서 손을 흔들어 준다.

그분이 못 보겠지만 나도 가만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에릭 클맆턴의 노래가 떠오르는 밤.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21-05-25 오전 10:02: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겨울이 다 지나고 생각 난 이야깁니다.ㅇㅇ  
재오디 |  2021-05-25 오전 10:36: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따습고 훈훈한 이야기~ 감동 입니다  
팔공선달 세상은 아직 살만하게 만드는 사란들로 유지 된다고 봅니다.
나도 그 한 사람이 되다가 가고 싶고요. (__)
⊙신인 |  2021-05-25 오후 9:40: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
우리는 누구나 후손들의 조상이지요!
잘난 조상은 못되어도 못난 조상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팔공선달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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