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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베다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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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나의19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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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베다
2014-10-08 오후 4:20 조회 3935추천 9   프린트스크랩
▲ (__)

엄마야.

어쩌다 그랬어.

많이 안 다쳤어.

아프겠다........

 

 

뭐래.”

딸내미랑 통화를 마친 아내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깔린다.

술 한 잔을 들이켜고 빤히 쳐다보았다

계속 웃고는 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누구 닮았겠어요.”

.”

순간적으로 별 위로 될 만한 멘트가 없었음을 직감하고 싸한 섭섭함이 스쳐갔다

두어 순배 넘어가도 아무 말도 안하기에 재차 궁금해서 물었다

뭐라던데.”

별 호들갑 떠는 소리도 없이 짧게 끝난 걸로 봐도 별말은 없었던 것 같지만

이만한 사건(?)에 그것마저 섭섭하다.

 

 

간병생활부터 시작한 집안살림하기가 어언 30년이 지났지만 이번 경우는 첨이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무가 들쑥날쑥 잘 썰어지지 않는다.

국거리가 없어도 그냥저냥 지내다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국물이 댕겨

모처럼 소고기국을 끓인다고 시작했는데 원래는 콩나물을 써야 시원한 맛을 내지만

마눌님이 콩나물을 다듬어 놓지 않아 귀찮아서 숙주로 대신하면서 괜히 찝찝했었다.

순서대로 집 간장을 대충 두르고 고기부터 데치고 숙주를 여러 번 헹궈 씻고

대파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는 고춧가루를 적당량 넣은 뒤 마지막으로 무를 썰다가

삐끗하며 손가락을 베었다

금방 피가 솟구치고 고통이 심했지만 휴지로 지혈을 하고 좀 있으면 멈추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무리를 하려고 했지만 피가 계속나기에 뭔가 심각하다 싶어 병원으로 내 달렸다

어떤데.”

가는 도중에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지만 그것도 괜히 심통이나 씹어 버렸다

모해.”

어디야.”

어쩌고 있는데 문자도…….”

몇 통의 문자가 날아오는 사이 병원에 도착했고 드됴 전화가 들어왔다

(그래야지 어데 손가락 날린 사람에게 문자질이고.)

 

 

어딘데.”

병원.”

끊어 수술 들어가.”

그 정도야.”

어느 병..........*&^%$#@”

사건을 좀 심각하게 만들어야 그나마 속이 풀리겠다 싶어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내심은 약 좀 바르고 소독하고 뭐 그런 정도겠지 하고 차례를 기다려 들어가니

이건 생각보다 훨 심각했다

수술은 아니더라도 의사 말로는 근 1센티 가량 날아갔다는 것이다

흐미…….

뭐하시다가 그랬어요.”

소고기국 끓이다가요.”

고기가 모자랐어요.”

보통 한 근 사다가 끓이는데 딸내미도 없고 해서 반근만 샀더니.”

그러면 허벅지나 엉덩이가..................”

그쪽도 운동부족으로 별 차이가 없어요. 나무젓가락에 빨래판이라.”

그리고 저는 돼지띠고요.”

글쿤요. 이래저래 궁합도 안 맞는데 손가락만 서럽게 됐네요.”

내말이요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의사와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았고 간호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섯 바늘을 꿰매고 의사가 나가자 다 된 줄 알고 일어서려는데

간호사가 그때까지 키득키득하면서 나를 잡아당긴다.

이리 오세요.”

허걱.”

침대로 끌고 가 누워 바지를 내리란다.

안돼요. @))))))))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

말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내 입에서 신음소리가 튀어 나왔다.

. .

 

 

항생제 주사가 특히나 아프다

그런데 그것도 두 대씩이나 무지막지하게 놓아 버렸다

그 보드라운 손으로 성감대를 자극하는데도 나는 근육이 뻣뻣해졌다

힘 빼세요.”

찰싹찰싹.”

다시 엉덩이를 여러 대 얻어맞았다

이번엔 방귀 뀌지 마세요.”

그러나 결국 한방 터트렸고 순간 엄청난 공포가 밀려 왔다

아뿔싸.

 

40여 년 전

자주가지 않는 병원인데 독감인가 뭔가에 의해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갔었는데

주사 맞는 것 좋아하는 사람 있겠는가마는 나는 유독 겁을 내었다

. 착하지 하나도 안 아파요.”

마귀할멈 같은 간호사의 뻔 한 거짓말에도 나는 긴장하여 엉덩이가 뻣뻣해졌고

긴장을 푼다고 계속 엉덩이를 두드리다가 적당하다 싶어 내리 꽂을 때

나는 긴장을 참다못해 스컹크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뿡 뿡.

순간 간호사의 손길이 삐끗했고 나는 어긋나게 더 깊이 꽂히는 고통을 겪어야 했었다

.

그 후론 그 많은 예방주사도 손톱으로 꼬집어 침을 발라 피해 다녔고

한 때 세상을 구하고자(군에서 훈련 빠지는 것 포함) 수차례 헌혈을 한 것 외에는

병원과 주사와는 상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쭙잖게 손가락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다니.

다행히 이번에는 간호사의 노련함 때문인지 상황이 끝나고 터졌나보다

철썩.

엉덩이를 세차게 한 대 더 얻어맞고는 상황 끝이었다

하여간 아저씨는 못 말려.”

아니. 그렇다면 그때 그 간호사의 환생이란 말인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젠장. 그러고 보니 여기도 한번쯤 왔었고 전과가 있었나보다.

여튼. 그때 이후로 나는 엉덩이 주사를 놓으려 하면 긴장 끝에 한방 터트리는 버릇이 있다

많이 나아졌지만 고소공포증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걱정이다.

 

 

수난의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되니 출출하여 또한 갈등의 시간이 되었다

술신데.

뼈를 다쳤을 땐 망설임 없이 먹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내 아무리 무식하지만 손가락 살을 베어내고 술을 먹는다는 건 좀 그렇다

어쩌지.

글쎄요.

우렁각시도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쉬는 날 독대는 자기도 수다 떠는 게 좋은데

상황은 그렇지 않고 권하지도 말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스나 뭐라던데.”

갑자기 아침에 못들은 말이 궁금하고 마음에 안 들어도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알 수 없는 미소로 잠시 침묵하다가 내가 다그치니 할 수없이 입을 열었다

 

그랬나. 뭐 좋을 일 있으려나.”

 

하던데요.

(............................)

 

하루 종일 그 고통의 시간이 평생을 말하는 듯 대충 참담해 지는 걸 느꼈다

 

술 가져 와.

 

이노무 가스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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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마음 |  2014-10-08 오후 4:47: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딸래미 죽어라 공들여 키워봤자 꽝이라우 ㅎㅎ
우리 딸래미가 출가해 몇달전 아들을 낳았는데요
글쎄 제 남편이 아들 안고있는 사진을 제 엄마한테 보내며 보낸문자보니
왈 엄마 제가 평생 다독여야할 남자가 둘이 됐네요 ㅎㅎㅎ
애비는 아예 생각속에 없더라구요  
팔공선달 맞죠. 우리는 소모품입니다. ㅠㅠ
youngpan ㅋ 손가락탕..에그 살다보면 그런날도 있긴 하죠....
맨날 주방에 들어가지만 우야다가....
얼렁 쾌차하소!
팔공선달 진단 2주고 맨날 주사 ㅡ.ㅡ
李靑 |  2014-10-09 오전 8:46: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래두 딸내미가 좋죠. 딸내미가 새록 새록 잠든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적멸의 시간을 맞았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네요^^;;  
팔공선달 ^^*
李靑 |  2014-10-09 오전 8:48: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빠의 삶이 거름이긴 하지만 언뜩 애들 낳고 먹고사는 것은 사는 게 아니다 하던 선인의 말이 가슴을 치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죠.  
팔공선달 아침이면 세상을 품고 저녁엔 목침을 품고 ....
따라울기 |  2014-10-10 오전 12:05: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땜했으니 좋은 일만 남았네요... 연말에 횡재하세요.  
팔공선달 우렁각시 로또 샀다는데 감감한 것보니 그렇고 오늘은 목욕탕에서 딸내미 백팔배 기념으로 해준 금목걸이 잃어 버렸다 하고....
지니그니 |  2014-10-11 오후 8:36: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만날 좋은 날이에요. ^^;  
팔공선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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