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원>을 소개합니다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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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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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원>을 소개합니다
2014-06-30 오후 3:38 조회 4972추천 6   프린트스크랩



   안녕하세요?

   바쁘시더라도 잠시만 귀를 열고 저의 말을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 기원은 S역 앞에 있는데요. 시간 나면 한번 들러보시라고요. 시간이 나지 않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해봐도 됩니다. 기원 이름은 <우리 기원>입니다. 괄호 안에 넣고 소개해 드렸지만 괄호를 빼고 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기원의 특징은 입실료가 없습니다. 그냥 들어와 바둑 구경을 하고 나가면 상관이 없는데 입실료라는 말이 기원에 들어오면 무조건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것 같기도 하고 또 바둑 한두판 두고 기료를 내고 나갈 경우 아까운 맘이 들 것 같기도 해서 기원에 오는 사람 모두에게 입실료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입구에 함을 하나 만들어 기료를 자발적으로 넣도록 하였지요. 돈의 액수는 관계없이 넣고 싶은만큼 넣어 주시면 됩니다. 물론 내지 않고 그냥 나가도 무방합니다. 죄의식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바둑을 좋아해서 기원을 찾아 주었다는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자선사업가는 아닙니다. 적지 않은 보증금을 주고 기원을 차렸는데 생활 형편도 넉넉한 편도 아니구요. 기이한 처세로 관심을 끌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름 그대로 우리 기원. 우리가 기원을 운영하자는 겁니다.

   우리 기원에 오시면 커피도 그냥 타 먹을 수 있고요. 하지만 담배는 절대 금합니다. 손님이 없더라도 담배만큼은 사절합니다. 밖에서 피우고 오시든가 대국중에 담배를 피우시면 내쫓을 겁니다. 서운하실지 모르겠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밥값 정도의 내기바둑은 할 수 있겠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내기바둑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박의 경계선상에서 바둑을 지켜야 하니까요.

  마치 술은 좋아하되 폭주를 금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우리 기원은 올때마다 본인이 스스로 출석 체크를 하고 대국 성적 결과도 스스로 기록해야 합니다. 그날의 대국 감상문도 낙서 형식으로 간단하게 적을수 있도록 했습니다. 굳이 하고 싶지 않다면 안해도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바둑의 발자취를 돌아보기 위해서 해놓으면 좋을 것입니다.

   인터넷 바둑 공간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인터넷 바둑을 두다가 직접 바둑돌의 감촉을 원한다면 대국 상대를 골라 둘 수 있습니다. 바둑돌을 만지면서 돌소리를 들으며 대국하면 또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니까요.

  우리 기원은 오픈한지 며칠되지 않았습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미지수입니다. 단지 이런 기원도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겠기에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홍보 전단지를 한 장씩 나눠 드릴테니까 귀찮더라도 한번 눈여겨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말을 마치고 절을 꾸벅했는데 지하철이 서는 바람에 쓰러질듯하다가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 사내의 말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사람들은 바쁘게 오르내렸지만 사내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열심히 나눠주었다. 나도 전단지를 한 장 받았다. 전단지에는 사내의 말 내용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기원 약도와 연락처 등도 적혀 있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한번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며칠뒤 토요일 오후. S역앞 우리 기원을 찾았다. 건물 3층에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홍보하던 사내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문은 열려 있었는데 항상 열어 놓는다고 하였다. 문이 닫혀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어떤 거리감이 생겨 기원을 왔다가도 출입구에서 되돌아 가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완전 개방하는 것이 찾아오는 손님에게 심적으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입구에서 안쪽으로 이삼미터쯤에 책상이 하나 있고 그 위에 투명한 유리함이 놓여 있었다. 천원짜리가 많이 보였고 만원권도 한두장 눈에 띄었다. 밑바닥엔 동전 몇 개도 보였다. 사내가 말한 자율 기료함이었다. 오후 시간대라고 해도 유리함에 돈이 적지 않게 들어있는 걸 보니 수입이 꽤 짭잘한 모양이었다. 맞은편 벽면에는 금연 문구가 붙어 있었는데 내용이 특이하였다.

   - 바둑도 숨을 쉽니다. 당신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질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바둑, 당신 때문에 죽기를 바랍니까? 동반자살을 원치 않는다면 당장 끊으세요! 주인백. (기원 주인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사내의 강력한 금연 퇴치 구호에 손님들도 수긍하고 받아 들인다고 하였다. 담배를 피울 낌새가 보이면 서로 견제를 하고 정 못견딜 성싶으면 밖에 나가 피우고 온다고 했다. 그러니까 별도의 흡연실은 아예 없었다. 바둑판은 이십조, 인터넷 공간이 다섯칸. 사오십명이 동시에 앉아 바둑을 둘 수 있단다. 적지 않은 넓이에 실내가 꽉 차 보였다. 주말이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픈한지 열흘 남짓인데 이 정도의 손님이 북적인다면 완전 대박날 조짐이었다. 사내는 장소가 시내 중심지이고 주변에 바둑애호가가 많기도 하거니와 발품을 팔아서 홍보를 한 것 등이 주효하지 않았나 하고 자평하였다. 기원의 색다른 분위기에 반해 지하철을 한시간 가까이 타고 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한쪽 벽면에는 바둑서적이 가득 꽂혀 있었다. 월간바둑을 비롯해서 과거 발행되었던 바둑관련 주간지와 월간지가 옛 향기를 발산하였고 각종 바둑전문 서적을 포함하면 백여권은 넘어 보였다. 책꽂이 것 말고도 창고에는 과월호 바둑잡지가 수북히 쌓여 있다고 했다. 언제든 빌려 보면 된단다. 사실 한쪽 구석에서 바둑책을 들고 혼자 놓아 보는 사람도 있었다. 바둑돌 소리, 사람들의 한숨과 탄성, 부시럭거리는 소리 등으로 실내는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책꽂이 옆 벽면에는 낙서판과 메모지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아직은 초창기여서 그런지 여백이 많았다. 눈에 띄는 글귀가 몇 개 있었다.

   - 오늘은 졌지만 내 마음에 드는 괜찮은 기원.

   - 기료는 양심껏 내고 가자. 그냥 나가면 도둑이지.

   - 아까 그 양반한테서 담배 냄새가 나. 실력은 나보다 나은데 영 맘에 안들어.

   - 이 기원, 우리 기원 잘 될까 몰라. 잘 되겠지. 잘 되야지.

   - PC방에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여기 오길 잘했어. 역시 바둑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해. 손맛도 나야 하고.

   글씨체는 비뚤배뚤 제각각이었다. 사내는 어쨌든 이런 분위기를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사내와 바둑판에 마주 앉았다. 사내는 나와 동급이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허약한 1급. 그러나 사내의 돌은 바둑판 위를 히죽히죽 잘도 걸어갔다. 나의 불계패. 상대를 얕잡아 본 고질적인 패인이었다. 사내는 실내의 부산한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다른 일반 기원은 주인이 손님의 들락거림에 신경을 쓰느라 바둑에 소홀하기 십상인데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한판의 바둑만 두고 나오면서 나는 오천원을 기료함에 넣었다. 사내는 미소띤 얼굴로 벌써 가시느냐고 다음에 또 시간나면 언제든 오시라고 했다. 사내는 기분좋은 얼굴이었다. 기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도 그렇고 자신이 차린 기원에 이렇게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기원 건물을 빠져 나오자 배가 출출하였다. 인근에 있는 시장 안으로 들어가 막걸리 한사발을 마셨다. 오랜만에 괜찮은 기원을 발견하고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맘이 생긴 것이 더없는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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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14-06-30 오후 4:06:22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전국에 체인을...^^  
말레이시아 |  2014-06-30 오후 7:39: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말레이시아에서는 기원은 커녕 바독판 바둑돌 만지는 곳도 못보았습니다. 그런 기원 말레이시아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황소걸음마 |  2014-07-01 오후 2:35: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위치가 어찌되시는지요
저도 한번 가보고싶은곳 입니다  
kagesima |  2014-07-02 오전 9:59:34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기원의 이상향이군요. 위치가 어딘지 알고 싶네요?  
곰소가는길 |  2014-07-04 오후 2:39: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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