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면서도 여성스런 미를 겸비하면 단아하다고 하나

그렇다면 순박하면서 소탈하면 담백하다고 할까.

모두 휴식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임에 취향의 차이도 있을까.

보편적이라 함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아닌 사람들 아닌 것들이 물질 만능주의에 편승해 득세하는 세상이고

당연함이 특별해지고 흔했던 것이 귀해져가는 세상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능함에 젖어 개선의 의지를 꺾고 포기를 배워간다.

전등사

그곳에 가면 슬픈 역사와 달리 단아함과 담백한 멋을 볼 수가 있다.

느끼려 한다면 목적이 있다면 더 다양한 모습을 보겠지만.

단조로움이 복잡한 의미보다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지름길인지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밝히고 나누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마도 기존의 것보다 특별해야 살아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두더지처럼 파고들고 스트레스를 부산물로 내뱉는다.

그래서 나는 무지가 오히려 편안하다 생각한다.

모르니 치열할 필요가 없고 경계심으로 늘 긴장 할 필요도 없다

적당한 경우까지만 오르고 한계도 인정하기 쉽다

하여 잘나서 최고만 바라보고 늘 환경에 불만인 삶을 살지 않는다.

이루면 성취감 뒤로 지켜야 하는 부담과 함께 집착이 따르니

못나서 적당히 무지한 게 오히려 평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실감을 그리 크게 느끼지 않으니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쉬 버릴 수 있어 주변에 경계를 받지 않아 행함에 자유로울 테니까.

이 범종은 중국 북송 소성 4년 (1097, 고려 숙종 2년)에

회주 수무현 백암산 숭명사에서 주조된 철종이다.

제2차 대전시 일본인이 약탈하여 부평 병기창으로 옮겨 놓았던 것을

광복 후 독실한 불교신자가 발견 전등사로 다시 돌아와 현재에 이른 종이다.

형태는 위 부분에 쌍룡을 갖추고 용두 주변에는 16개의 연꽃잎으로 장식하고

몸체에는 위쪽에 8잎을 돌리고 그 밑으로는 여러 개의 옆 띠로

위아래로 구분 한 다음 종선으로 위아래 각 8개의 네모 구획을 마련하였다.

종구는 중국 종에서 흔히 보이고 있는 물결모양을 이룬 듯한 8모로 되어있고

전체적인 형태는 개성에 있는 연복사 동종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중국 철제종이 보물로 지정되어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철종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자료참조)

흐린 가을날 은행나무아래 한 쌍의 연인이 앉아 있다

그들은 같이 왔을 것이고 그리고 같이 내려 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과 우리는 서로를 공유하는 시간 속에서

같이 또 따로 상념에 빠져든다.

함께 왔다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그러나 이질감도 없고 애써 공통분모를 찾으려고도 않는다.

그렇게 따로 있다가 또 같이 가는 우리는 산사 연인들이었다.

은행나무 아래의 두 연인은 생각에 젖어있다

서로 조금 떨어져 앉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그러나 애살스럽지 않아도 정겹고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이

600년 전 나무의 전설도 내 어설픈 카메라에도 아랑곳 않고

흐린 가을산사에서 그들은 그렇게 한편의 시가 되었다.

그리고 서로를 의식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오래 본 듯한 정겨움을 느끼며 그렇게 스쳐 지났다.

산사 길은 외로움과 고독에 친숙해지는 길이면서

늘 곁에 도반이 있음을 더 귀히 여기게 하는가보다.

어차피 도에 이르지 못할 바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랑하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잘나지 않아도 되리라

도반아

그대는 단아하게 나는 소탈하고 담백하게

우리 세상모른 채 그렇게 적당히 바보로 살아가자.

우렁각시에게 우산을 받치라 했건만 빗방울이...^^:

2011.9.19 전등사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