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을 받아 갔다가 사람이 보이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거니 도로 역정을 낸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는 말이고 다른 차를 타고 갔다는 것이다

승시로 복잡한 인파를 뚫고 어렵사리 진입했다가 돌아 나갈 일이 어이없다

“지금 산 아래서 올라가는데 15분정도 걸리겠습니다.”

“그래요 되도록 빨리 좀 오세요.”

그랬는데.

다른 차를 타고 갔다는 소리를 도착하여 5분 후에 그것도 전화를 걸어 알게 된다.

“보살님께서 10여명 계시는데…….” 하는 걸로 봐서 스님인 듯 하였는데.

절에선 법도대로 속세 일은 그것대로 적응력이 강한가 보군.

하하하. 나 참.

화를 삭이려 담배를 꺼내 물었다가 도로 집어넣으며 인파를 뚫고 갈 일에 한숨짓는데

내 차 앞으로 휠체어가 끼어든다. 전동도 아니고 수동 휠체어가.

갈수록.

그래 이왕 막았으니 천천히 캄보이나 잘해 보소. 하면서 결국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문다.

시간에 한 개비로 버티다 사거리 내로 진입하면 안다리를 후려치고 작살을 꽂으려했는데

세상살이 원망과 변명으로 물러섰다 전진하다를 반복하니 늘 그 자리.

인파속을 헤집고 나가는 휠체어와 뒤따르는 택시.

그런데.

내가 인내하고 양보하는 것이라 했는데 가만히 보니 도로 신세지며 가는 모습이다

“비켜 주세요.”

장애우의 외침에 힐끔거리며 슬금슬금 피하는 사람들이 나를 다시 힐끔거린다.

결국은 조용히 따라가는 내 모습이 양보가 아니라 얌체로 보였던 것이다.

이거야 원. 추월 할 수도 없고.

대충 난감한 자세로 뒤따르는데 앞에서 젊은이들이 얼쩡거리며 비켜주지 않는다.

힐끔 뒤돌아보았는데 그대로 무시하고 수다를 떨며 간다. 남녀 너 덧 명이.

자신들이 결코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일 것이고 그리고 무시했다고 밖에.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빵빵”

처음으로 경적을 세게 울렸고 그 바람에 장애우도 주변의 사람들도 놀랐다

그리고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고함을 지른다.

“젊은이들 뒤에서 양해를 구하는데도 뭐하는 짓들이야”

“왜 돌아보고도 안 비켜주나.”

그러자 한 놈이 돌아서 멈추더니 째려본다. 뭔데. 하는 자세.

이거 오늘 결국 사고치는 운인가.

내가 차에서 내리니까 여학생이 말리며 옆으로 비켜나고 못이기는 척 물러서는데

그 모양이 정말 오만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어 싸가지 손맛 좀 보기로 작정한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그들에게 다가가자 이번엔 장애우가 양손으로 제지를 한다.

“처사님 저 잠깐만요.”

이래저래 열 받은 참에 그게 눈에 들어 올일 없었다.

“잠깐만요 제가 제들에게 좀 물어보고 다시 올게요.”

피해가려는데 재차 저지를 받는다.

“제가 지금 택시를 타야하는데 바쁘기도 하지만…….”

돈도 벌어야겠지만 장애우의 부탁이니 거절하는 게 더 이상해진다.

하반신이 소아마빈지 짧고 마비 상태라 안고 태워야 하는데 부실한 놈이 호기롭게

겁도 없이 시도하다가 이내 내려놓는다.

버겁다.

생각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어째 자세가 안 나오지만 문제도 있었다.

“처사님 제가…….”

가슴이 사아하고 바람 한 줄기 지나가고 순간적으로 말년의 할미가 스쳐간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슬금슬금 피하는 사람들 사이로 카메라를 든 코끼리 아저씨가 나선다.

“댕 큐”

“$#%@&^%*”

내가 알고 있는 말이 아닌 다른 말을 썼지만 목적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화장실을 미처 가지 못해 바지에 실례를 하였다는 걸 서로 웃음으로 넘겼다.

장애우 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승시

시설은 별도 못하더라도 도우미를 요소에 배치할 수는 없었던가.

“댕 큐 댕 큐 굿맨 굿데이.”

시트에 신문지를 두텁게 깔고 무사히 앉히고 함박웃음 짓는 코끼리 아저씨에게

엄지를 들어 내가 할 수 있는 영어 몇 마디를 늘어놓았다.

그도 나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어서 가보라고 손을 내밀었다.

기분 좋은 느낌에 계속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그 녀석들.

저 멀리 여자 친구에게 등을 맞아가며 내려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이야긴데.
몇 안 되는 슬픈 우리의 꿈들이기를.....

“내 꿈이 뭔지 아십니까.”

팔공산을 내려가면서 그는 창밖을 무심히 응시하면서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 첫째가요 100m를 30초대로 주파하는 것이고…….

사회복지 시설과 지원들의 미비점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그리고 싸가지들의 (병원사무장. 의사. 공무원...)가짜 장애인 만들기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한숨을 몰아쉬더니.

“내가 젤 존경하는 사람이 김두한 씨입니다. 아까 같은 경우에 더욱 생각나더군요.”

“어릴 때 열심히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근 50년을 한 결 같이 기도했습니다.”

“김두한처럼 180에 85키로 되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오늘 이런 실수를 하게 만들고……. 그저 처사님에게 죄스럽고 고마울 뿐입니다.”

목이 메여 바로 위로도 못했다.

평생을 보듬어 주시고 나 잘되라고 기도하셨을 울 할미가 뒤에 앉아서 나무라는 것 같아서.

그가 볼 때 나는 슈퍼맨일 것이다.

하지만 정신장애는 어쩌면 그의 지체장애보다 더 심한지도 모른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나는 아직도 힘들 때면 한다.

결국 그는 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데 나는 혹시나 하면서도.

날을 수 없고 달릴 수도 없는 슬픈 고니가 나의 차를 타고 잠시 머물다 갔다

내가 위로가 되었을 까.
아니다.

내가 그에게 위로받고 격려 받았다. 건강한 몸에 대한 감사할 수 있는 각성의 시간으로.

지하철 입구까지 바래다주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로 나의 정신장애 등급은 조금이나마 낮아 졌을까. 

여러분 즐거운 한가위 되시고 모처럼 만나는 친지  친구들과 화목한 시간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