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계절을 가르는 비가 추적거리며 내린다.
사실 이미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얼마 전까진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여 봄인지 가을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는데
이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기는 걸보니 완연한 여름이다
사람마다 병을 안고 사는 세상
건강하다는 말이 허세로 들리는 것은 육체적 건강이 전부가 아닌 세상 탓이리라
부와 명예로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세상에 사니 병을 관리하기에 달렸다
사계절에 맞춰 옷을 입고 도구를 쓰고 그리고 음식도 거기에 맞춰 다양하다
얼마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조용히 자문해보면
결국은 그 얼마나에 어떻게는 소스일 뿐이겠다.
살아야 한다는 게 본질이고 방법은 허울일 뿐인데 배부른 다수나 극소수의 해탈자
그리고 일부의 위선자나 지향점으로 위로 삼는 이의 지나가는 말일 뿐이 아닐까
나는 어디에 속하고 당신은 또 어디에 속하는가.
시련의 터널을 지날 때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수도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인간답고 인간스런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정신적 더 높은 삶의 건강을 위해 육체를 학대하고 얻은 삶은 얼마나 경이로울까
느낄 수 있는 삶이 우선이라는 사람들의 삶의 환희는 어떨까.
나는 모두가 건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는 학대당하고 희생 되고 그것으로 뭔가를 얻고 또 부작용도 따르고.
뭔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세상에 그마저 강요당한다.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듯 환경을 잘 다룬 듯한 사람들이 다수를 이끈다.
자신의 상실감을 감추고.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냄새는 인간의 향이다
그것은 좀비들이 좋아할 냄새가 아니다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고 화날 때 화내고 그리고 경솔함에 고개 숙이고.
거기서 나오는 냄새다
약속을 모두 지키며 살수는 없겠다
문제는 책임이다
경솔한 언약과 명분과 심신을 담은 약속이라도 최선을 다한 후 결과에 대한 책임
그것이 인간으로서 인간 냄새를 만드는 것이며 용서 받을 수 있는 유일의 길이라 본다.
우리는 너무 명분을 중시하고 과정을 합리화 시키며 책임에 소홀하다
그러니 명분에서부터 싸우기 시작하고 과정에서 분탕을 일으켜 놓고 결과에 순응하지 않는다.
다시 명분과 과정을 들먹이며 부정하는데 반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모친 병환에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위로 삼아 이야기를 듣다가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정말 긴요하게 썼지만 약속한 날 제대로 갚지 못한 쓰라린 경험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다
죽고 싶을 때도 있었고 세상을 변명삼아 연락을 끊은 적도 있었다.
이젠 거의 갚았지만 때를 놓친 빚은 여전히 남았다
“천천히 갚고 나는 받을 생각 없으니 훗날 기억나거든 내 어려울 때 불쑥 나타나거라.”
친구를 감동 시키고 나는 그 돈의 부담을 가슴에 담고 돌아섯다
부디 나의 행동이 후회되는 시간이 짧고 모친과 친구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욕심이라면
남은 인생동안 더 많은 후회를 하더라도 우리가족에게 지장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