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이 마침내 팀에 첫승을 바쳤다. 강팀 Kixx(감독: 백성호)가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모처럼 승리의 단비를 맞으며 기쁨을 나눴다.
어제 팀 동료가 거둔 2승을 등에 업고 출전한 박정상 선수는 5월 31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 3라운드 3경기 3국에서 대방 노블랜드 박지훈 선수를 물리치며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 동안 박정상 선수는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 자타가 공인하는 주장급 2지명 선수인데도 1, 2라운드에서 계속 패점을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허나 세 번째 출전에서 박정상은 '개인과 팀'에 동시에 첫 승을 안기며 지난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게다가 박정상 선수는 6월 7일 군입소를 앞둔 시점이라 감회가 남달랐으리라.
초반에는 박정상이 국면을 이끌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 하변 일대에서 뻗어 나온 흑(박지훈) 대마를 느슨하게 공격한 탓에 저울추는 박지훈에게 슬며시 기울어졌다. 급해진 쪽은 박정상. 정신을 차리고 공격의 나발을 불어 보지만 한 템포 늦은 뒤였다. 허나 운명의 신은 박정상한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우상귀에 던진 승부수가 제대로 먹혀들어 다시 형세가 미세해진 것. 오히려 백(박정상)이 조금 남는 계가 바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더는 변화가 없었다. 결과는 박정상의 백1집반승.
비록 Kixx가 1승을 얻어냈지만 축배만 들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1승 2패를 기록한 Kixx는 갈 길이 멀다. 3승 무패로 공동1위를 달리고 있는 월드 메르디앙과 영남일보를 차치하더라도 제일화재(2승), 한게임(1승1패) 등 넘어야 할 산이 즐비하다.
다만 이번 승리는 출발부터 처졌던 팀의 사기를 북돋워주기에 안성맞춤이라 1승 이상의 값어치를 담고 있다. 팀의 에이스 이창호 선수가 지난해와 달리 자주 응원하러 나오고 있는 점도 팀으로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어제 2국을 이긴 이창호 선수가 이날도 동료들과 열띤 검토를 하며 박정상 선수의 선전을 끝까지 기원해줬다.
이날 경기를 팀원들 못지 않게 가슴 졸이며 지켜본 Kixx의 백성호 감독은 '역전승이라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해 어쩔 줄 몰라했다. '거의 졌다'는 이창호 선수의 진단에 풀이 죽었다가 후반에 대역전승을 거둔 결과였으니 당연한 감정 표현이었으리라.
반면 1패를 또 당한 대방 노블랜드는 3패를 기록하며 울산 디아채와 더불어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3경기 모두 3 : 0으로 완봉패를 당한 것이라 팀의 사기마저 바닥에서 일어설 조짐이 없다. 팀의 1승이 아니라 개인 1승이 더 아쉬운 마당이다.
한편 11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5경기에서 3 : 0 승부가 나온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수학적인 확률(25%)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2패를 당한 쪽에서 3국에 임하는 선수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출전한 탓이 제일 큰 것으로 짐작된다.
Kixx가 3 : 0으로 승리를 거둠에 따라 예정되어 있던 4, 5국은 자동으로 사라지고, 이제 3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4국만 남겨뒀다. 3승을 노리는 충북 제일화재와 1승1패로 선두 그룹 진입을 엿보는 경기 한게임의 대결. 제일화재 이세돌 선수와 한게임 온소진 선수의 첫 대결로 막이 오른다. 통산 전적에서 2 : 0으로 앞선 이세돌 선수가 이길 것인가. 아니면 온소진 선수가 이변을 연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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