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호 선수(왼쪽)가 승리를 거둔 뒤 박정환 선수와 승부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9라운드 3경기> 충북 제일화재 vs 경북 월드 메르디앙
<제3국> 김주호 7단(흑) vs 박정환 2단 - 197수 끝, 흑불계승
<제4국> 서건우 4단(백) vs 윤준상 6단 - 278수 끝, 백불계승
제일화재가 제1위를 노리고 있다. 져도 이상할 게 없는 대결에서 제일화재가 월드 메르디앙을 누르고 값진 승리를 이룬 덕분이다. 역전의 용사 김주호와 소리 없이 나타난 서건우가 승리를 이끌어낸 주인공.
8월30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 9라운드 3경기 3, 4국에서 제일화재 김주호, 서건우 선수가 월드 메르디앙 박정환, 윤준상 선수를 각각 불계로 물리치고 팀에 7번째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먼저 밤7시에 열린 3국은 두 팀 모두 1 : 1 상황이라 이기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선수로 나선 김주호도 새내기 박정환(월드 메드디앙)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링에 오르기가 무섭게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며 일찌감치 우세를 점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그런 부담이 김주호 선수로 하여금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낳게 만들었다. 좀더 좋은 수를 찾으려다가 시간 연장책으로 둔 흑101이 바둑을 순식간에 어렵게 만든 결정적인 실착이었다.
허나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박정환 선수가 백102 이하로 실수를 제대로 응징하는가 싶더니 눈을 의심케 하는 헛발질(백114)을 하는 바람에 흑한테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사경을 헤매던 흑 대마가 거꾸로 백말을 잡고 떵떵거리고 살아버리며 형세를 다시 김주호에게 돌려놓았다. 이후 중앙에서 큰 수를 내고 박정환의 항서를 받아냈다.
▲ 제일화재 서건우 선수가 '국수' 윤준상을 누르며 값진 승리를 이끌어냈다.
팀 동료가 불리한 바둑을 역전한 데 힘입은 것일까? 밤9시에 이어진 4국에서 서건우 선수가 윤준상 선수를 맞아 객관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대박’을 터트렸다. 국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윤준상을 누르고 팀 승리를 결정지은 것이라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오늘 경기 전까지 서건우는 오더에 이름을 네 번 올렸다. 그 중 한번은 승부가 일찍 끝나 대국할 기회가 사라졌고 출전한 세 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첫승에 목말라 있던 서건우 선수가 9라운드에서 마침내 갈증을 해소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신바람은 윤준상 선수가 다 냈다.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판을 주도해 제일화재 검토실조차 윤준상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허나 실속은 뚜벅뚜벅 따라온 서건우가 챙겼다. 윤준상이 하자는 대로 다 해주고도 형세는 오히려 서건우가 앞서 있었다.
긴급 진단에 나선 검토실 기사들은 “패착을 찾기 힘든 바둑이다. 결국 서건우 선수가 잘 둔 바둑이라고 설명하는 게 옳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팀에서조차 힘든 승부로 여긴 판에서 서건우는 자신의 첫 승리와 함께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쯤 되자 다른 팀 선수들로부터 ‘제일화재는 복이 넘치는 팀’이라며 부러움을 샀다. 맹활약을 하던 안달훈 선수가 갑자기 군입대를 한 아쉬움을 대신 들어온 진동규 선수가 첫 출전에서 이창호를 격침시키면서 한방에 없앴다.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서건우 선수처럼 제몫 이상을 해 준 제일화재는 이제 명실상부한 강팀이다.
▲ 제일화재 팀이 관계자분들과 자축을 하며 한컷!
이홍열 제일화재 감독은 “이제는 우리팀이 강팀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강팀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1승을 보탠 제일화재는 1위 영남일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맹위를 떨쳤다. 개인성적에서 딱 1승만 뒤졌을 뿐, 리그성적에서는 똑같이 7승2패가 됐다. 게다가 영남일보는 무패를 자랑하다가 최근에 2패를 당해 팀 분위기가 ‘다운’된 상태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제일화재로서는 1위 자리까지 넘볼 기세다.
한편 제일화재에게 일격을 당한 월드 메르디앙은 4승5패로 리그성적이 바뀌면서 순위도 4위에서 6위까지 뚝 떨어졌다. 덕분에 4위 자리를 울산 디아채가 차지했고, Kixx도 6위에서 5위로 한단계 올랐다.
어느새 9라운드도 마지막 경기만 남겨놓았다. 7위 한게임과 8위 대방 노블랜드이 하위권 탈출을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 밤9시 첫날 대결에서 과연 승리는 어느 팀이 가져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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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남
룸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