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윤찬희 2단(흑) vs 안조영 9단 - 184수 끝, 백불계승
<제4국>고근태 6단(백) vs 최명훈 9단 - 238수 끝, 백불계승
<제5국>박정근 3단(백) vs 이원도 초단 - 209수 끝, 흑불계승
역전은 없었다! 1라운드처럼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 신성건설에 두판을 모두 내준 티브로드가 또 다시 대역전 신화를 쓰는가 싶었으나 끝내 승리를 가져간 쪽은 신성건설이었다. 경기를 이긴 신성건설도 힘겨운 승부였다.
2 : 0으로 앞선 신성건설은 오늘 열리는 세판 중 적어도 한판만 더 보태면 승리를 결정짓는 유리한 처지였다. 반면 일찍 벼랑끝에 몰린 티브로드는 세판 모두 쓸어담아야만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절박한 상황.
그렇더라도 에이스 박영훈이 빠진 신성건설을 상대로 티브로드는 1라운드보다 훨씬 현실적인 감각으로 역전승을 노렸다. 그리고 그 바람은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가는 분위기였다. 마치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티브로드는 내리2연승을 거두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 안조영 선수(왼쪽)가 손을 뻗어 얘기하고 있다.
승부 흐름을 바꾼 선수는 '반상의 대조영'으로 불리는 티브로드 안조영 선수. 그는 2일 저녁7시에 열린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 2라운드 3경기 3국에서 신성건설 윤찬희 선수를 불계로 누르며 상대팀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일단 팀 패배를 막은 게 컸다. 신성건설을 기준으로 중간 스코어 2 : 1.
그런데 그 어떤 판보다 경기 내내 동료들을 불안하게 만든 경기이기도 했다. '열'을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마지막 초읽기 '아홉'이 유난히 많았던 까닭이다. 바둑이 그만큼 어려웠다기보다 안조영 선수의 대국 습관 탓이었다. 그 바람에 승리를 거두는 순간까지 티브로드 팀원들은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1라운드에서 영남일보 허영호 선수에게 덜미를 잡혀 팀을 위기에 빠뜨렸던 안조영 선수가 이번 2라운드에서는 팀을 위기에서 건져 올린 일등공신이었다.
안조영이 거둔 귀중한 1승에 날개를 단 선수는 이원도 초단. 밤9시에 돌을 다시 가린 다음 흑번으로 5국에 임한 이원도 선수는 중반까지 신성건설 박정근 선수에게 끌려다니며 패색이 짙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하중앙 백돌을 끊으며 던진 승부수에서 성공, 순식간에 유망한 형국으로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주인공 이원도 선수(오른쪽)가 복기하는 모습.
이원도 선수는 1라운드에서도 똑같이 5국에서 영남일보 김형우 선수를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바 있다. 3지명 이상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이다. 이에 티브로드는 정말 또 다시 역전승을 거둘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장고바둑에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장고바둑에 연속 출전한 티브로드 최명훈 선수와 개인 첫승을 노리는 신성건설 고근태 선수의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 이 한판에 양팀의 희비는 엇갈리기 일보 직전이다.
초반에 어느 한쪽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을만큼 우하귀 언저리에서 발생한 큰 패는 '프로들의 노련한 타협' 덕분에 이내 반상에서 사려지고 바둑은 평온을 되찾았다. 조금전 5국이 끝난 시점에서 이 바둑은 아주 미세한 국면이라는 게 검토실 기사들의 중론.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약간이나마 최명훈 선수가 좋아보인다."고 밝혔다.
그런데 잠시 뒤 최명훈 선수가 마지막 승부처인 중앙 몸싸움에서 실족하는 바람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덤을 내기 힘들어지자 최명훈은 돌을 던졌다. 고근태 선수의 승리로 신성건설은 종합전적 3 : 2로 힘겹게 티브로드팀을 꺾었다.
▲ 고근태 선수(왼쪽)와 최명훈 선수의 초반.
티브로드로서는 새내기 이원도 선수의 활약에도 결국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문득 '어제 2국에서 김승준 선수가 역전 반집패만 당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는 생각을 해 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라운드에서 1지명을 뺀 티브로드처럼 신성건설에서도 1지명 박영훈을 빼고 축배를 들었다.
신성건설 양재호 감독은 "제가 대국하는 것보다 더 용을 썼습니다. 오늘 벌어지는 세판 중 한판 정도는 무난히 이길 것으로 봤어요. 역시 1지명이 빠진 상황이라 무척 힘든 경기였습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늦은 시간까지 혈투를 벌인 끝에 승리를 거머쥔 신성건설은 간단히 자축 행사를 하기 위해 근처 호프집을 향했고, 그 시각 티브로드는 2층 검토실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바둑이 못내 아쉬워 검토라도 실컷 해보기 위해서였다. 비록 오늘 경기에서 졌어도 '기'에서는 결코 지지 않았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검토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피날레는 티브로드 관계자가 멋지게 장식. "그러고 보니 딱 반집차이로 우리가 졌네."
이날 또 다시 리그 1승을 챙긴 서울 신성건설은 리그 2승을 기록, 1위 제일화재를 턱밑까지 쫓아갔다. 신성건설은 리그성적에서 제일화재와 같지만, 개인 승수에서 1승 차이가 나 현재 2위다. 이번 경기를 진 티브로는 울산 디아채, 경기 한게임과 함께 공동3위로 밀려났다.
이제 2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2008한국바둑리그 첫 지방투어로 대구에서 열린다. 애초 5월4일 일요일에 예정되어 있던 대구투어는 하루 뒤인 5일 어린이날로 연기해 개최한다. 장소는 대구 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홀. 이번 어린이날은 아들 딸 손을 잡고 바둑 축제 마당에서 보내심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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