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치훈 명인등극 귀국특별대국에서 맞붙은 조치훈-조훈현
일찍이 한국은 조훈현, 조치훈 두 명의 바둑천재를 얻었다. 한 명은 일본바둑을, 또 한 명은 한국바둑을 호령했지만 바둑도 세계화가 되면서 중천의 태양이 두 개 존재할 수 없듯 두 명의 영웅이 병립할 수 없었다. 조훈현 9단(오른쪽)은 ‘바둑황제’에 오르기 9년 전, 일본 명인을 차지하고 금의환향한 네 살 연하 후배 조치훈에게 잊을 수 없는 패배를 맛본다. 사진은 1980년 12월 말, 양웅이 둔 기념대국. KBS 속기로 두어진 이 바둑은 전국에 방송되었다.

▲ 세계바둑대회가 전무하던 시절, 100만 달러가 넘는 응씨배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한 대만의 거부 잉창치 회장. 우승상금 40만 달러를 건 응씨배는 4년마다 한번 열려 ‘바둑올림픽’으로 불렸다. 그때만 해도 변방국에 머물러 있던 한국바둑은 응씨배를 연거푸 석권하면서 일거에 세계바둑 최강국으로 올라섰다. 결과적으로 보면, 잉창치 회장은 한국바둑의 은인인 셈이다.

▲ 우칭위엔 9단이나 린하이펑 9단 같은 중국인, 한국인인 조치훈 9단이 일본을 제패하며 한시대를 풍미하기는 했으나 20세기 바둑은 누가 뭐래도 일본바둑의 천하였다. ‘일본바둑=세계최강’이란 공식이 받아들여지던 시대였다. 하지만 흑룡강성 한 농장의 노동자 출신인 녜웨이핑이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사진은 1985년 11월 제1회 중일슈퍼대항전 최종국에서 일본 주장 후지사와 9단(왼쪽)을 꺾고 중국의 우승을 확정지은 녜웨이핑 9단이 패자에게서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