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국>목진석 9단(흑) vs 조한승 9단 - 191수 끝, 흑 불계승
<제2국>이정우 6단(백) vs 김승준 9단 - 318수 끝, 백 반집승
지난해 출전 다섯번째 만에 힘겹게 첫승을 올린 목진석 선수가 올해는 시작하자마자 2연승을 달리며 힘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지명급 선수 목진석을 2지명으로 보유한 신성건설로서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는 일.
5월1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저녁7시에 열린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 2라운드 3경기 1국에서 서울 신성건설 목진석 선수는 신생팀 이북5도 티브로드 조한승 선수를 맞아 흑불계승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상대팀 1지명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한 결과라 신성건설에게는 1승 이상의 값어치가 담긴 승리였다. 둘은 지난해 신성건설에서 함께 뛰었던 동지였는데, 조한승을 올해 티브로드에서 1지명으로 모셔(?)가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적이 되어 마주 앉았다.
역대 전적을 근거로 조한승 선수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약간 더 많았다. 11승7패로 앞선 전적도 그러려니와 이 가운데에는 목진석을 상대로 7연승을 거둔 기록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랭킹에서 한발 앞서 있는 목진석 선수의 승리를 내다보는 쪽도 적지 않았다.
▲ 목진석 선수를 중심으로 검토에 열중인 신성건설 팀. 맨 오른쪽 목이균 씨도 보인다.
바둑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큰 모양으로 맞섰다. 포석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때이른 승부처를 맞았다. 이는 우변 흑 진영에서 뻗어나온 백 대마(조한승)를 목진석 선수가 노골적으로 잡으러간 탓이다. 그 과정에서 좌상귀 백 진영이 두동강나면서 형세는 흑쪽으로 빠르게 기울었다. 그러고는 목진석은 빈틈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승리의 골문을 흔들었다.
얼마전 후지쯔배에 출전 때문에 1지명인 데도 오더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던 조한승 선수인지라 오늘 첫 출격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싶었겠으나 힘없이 무너졌다. 그런만큼 티브로드로서는 허탈한 패배였다. 평소 유연하게 국면을 꾸려가기로 정평이 나 있던 조한승 선수가 이날 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던 터라 팀원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검토를 하던 프로기사들은 "힘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졌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이처럼 목진석 선수의 승리는 시종 국면을 리드한 완승이라는 점에서 신성건설 팀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다. 그러나 밤9시에 이어진 2국에서 티브로드의 김승준 선수가 초반부터 많이 우세하자, 검토실 분위기도 급격히 바뀌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야전사령관' 서봉수 감독은 "흑(김승준)이 괜찮은 모습이다."고 평가. 심지어 김승준 선수에 맞서는 신성건설 이정우 선수가 초반부터 몇 차례 실수를 거듭한 탓에 일각에서는 "얼마두지 않았지만 돌을 던져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 반집 승부에 두 선수 모두 머리에 손을 올려놓은 채 잠시 침묵하고 있는 모습.
허나 단체전이라 너무 빨리 돌을 거두기 민망했던 이정우 선수는 이후 좌충우돌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좌하귀에서 시빗거리를 찾은 것. 이때부터 김승준 선수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눈터지는 반집 승부로까지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반패를 팻감 부족으로 지는 바람에 통한의 반집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티브로드는 첫판을 내줬어도 2국에서 충분히 만회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허나 다잡았던 승리를 놓치는 바람에 1라운드처럼 첫날 위기에 빠져 버렸다.
이제 티브로드 바람은 오직 하나. 1라운드에서 영남일보에 그랬던 것처럼 '2패 후 3연승' 신화를 다시 한번 쓰는 것이다. 현재 응씨배에 출전하고 있는 신성건설 1지명 박영훈 선수가 오더에서 빠져 있어 티브로드 팀으로서는 그나마 한가닥 희망을 걸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연 티브로드가 반격에 성공할는지. 아니면 첫날 두판을 쓸어담은 신성건설이 내일 1승 이상을 거두고 무난히 출배를 들 것인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5 : 0 승부가 나올 것인지도 궁금하다.
한편 이번 경기가 두 팀 모두 제일화재와 더불어 선두그룹으로 치고나갈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일전이다. 특히 신성건설의 경우 5 : 0으로 퍼팩트 승리를 거둘 경우, 1위 자리를 빼앗고 4 : 1로 이기면 제일화재와 공동1위에 올라선다.
▲ 검토실로 돌아온 김승준 선수는 동료들과 한참 동안 얘기를 더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말말말
오늘 내가 아들(진석) 응원하러 온 게 아닌데.
목진석 선수의 부친 목이균 씨가 우연히 들렀다가, 리포터가 아들 응원하러 왔다고 하자. 실제로 목이균 씨는 반상의 YS 김영삼 7단과 오전부터 테니스를 치다가 마침 기원 근처이고 해서 함께 왔던 것.
그럼, 조한승 선수 응원하러 오신 건가요? 하하하.
어쨌거나 목진석 선수가 바둑을 이기자, 검토실에서 누군가 목이균 씨에게 던진 농담.
그것도 아니면, 며느리감 찾으러 오신거죠?
목이균 씨가 한사코 아들을 응원하러 온 게 아니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김영삼 7단이 한 마디 거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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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