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쥔쉰과 후야오위. 낯선 두 기사가 2억5천만원의 거액을 놓고 싸울 거라고 예상한 이가 행여 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3년째 한국기사가 빠진 결승무대가 차려졌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지만 첫 결승진출에 이어 첫 우승을 향한 이방인들의 투혼이 서울의 3월을 달구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우승컵을 다투는 것도 바둑계 사상 최초의 일이다.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제1국
백 : 후야오위 8단(중국) 흑 : 저우쥔쉰 9단(대만)
장소 : 서울 서머셋팰리스 호텔
날짜 : 2007. 03. 19
결과 : 205수끝, 흑불계승
장면 (공격의 맥점)
지난 대회까지 5번기로 자웅을 겨뤘던 LG배 결승전은 이번 기부터 3번기로 줄었다. 따라서 첫 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흑이 공격을 고삐를 죄고 있는 중반전. 목표물은 우변에서 길게 뻗어나온 백대마. 흑1로 붙여가는 ‘도남의재북’ 전법을 구사한 쪽이 저우쥔쉰이다. 검토기사들이 한결같이 눈독을 들였던 맥점이었다.
실전진행1 (무리한 싸움)
약간이라도 후야오위가 우세할 거라는 전전(戰前)의 예상은 결승1국에서 빗나갔다. 원인은 백1에 있었다. 격렬하지만 무리수. 위아래 백을 갈라놓는 흑2부터 저우쥔쉰의 공격이 당연하면서도 매서웠고, 후야오위의 고된 여정이 쭉 이어졌다.
참고도1 (보통의 발상)
백1로 우변 백일단의 숨통을 트여놓는 것이 일반적인 발상. 이곳 백이 강해지면 장차 우상 흑의 엷은 곳을 백A, B 등으로 추궁하기가 용이해진다. 그러나 실리를 좋아하는 후야오위는 흑2가 놓여 흑집이 불어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참고도2 (겁나는 진행)
옆구리를 붙여온 ▲를 함부로 대할 순 없다.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한다. 가령 백1 이하로 상변의 진지를 사수하려고 욕심을 내는 것은 흑6으로 덮어씌우는 수가 겁난다. 4의 곳에 놓인 흑돌이 백을 공격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참고도3 (실리 손실이 크다)
저우쥔쉰이 LG배에서 중국기사와의 대전 성적은 지난 대회까지 6전 6패. 그러다 이번 대회 들어 시에허를 상대로 마침내 첫승을 거두었다. 후야오위와는 1승 1패. 백1은 아래쪽 대마에 성원을 보내기 위한 튼튼한 이음. 대신 상변쪽으로는 힘이 떨어진다. 흑8까지 △ 두점이 크게 잡혀선 백이 불만스럽다.
실전진행2 (공격 효과는 충분)
백1로 한번은 나올 수 있지만 흑2에는 계속해서 응대해줄 입장이 못 된다. 결국 백3으로 대마를 돌봐야 할 때 흑은 6까지 △를 제압해서 우세한 흐름을 이어갔다. ▲는 승착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빼어난 감각이었다.
참고도4 (갇힌다)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린 후야오위와는 대조적으로 저우쥔쉰은 항서를 받아낸 시점에 이르러서도 47분을 남겨놓았다. 원래 속기파인 데다 시종 유리한 형세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백1로 실속을 챙기다간 흑2에 씌우는 수가 제격이다. 백3으로 움직이려 해도 흑4. 더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백이다.
참고도5 (완전한 수순)
다만 흑에게도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았다. △에 붙였을 때 먼저 흑1ㆍ3으로 끼워이을 기회를 놓친 것. 흑1ㆍ3은 이곳 흑을 선수로 강화시키는 수로 백은 4까지 받아줄 수밖에 없다. 흑이 좀더 편안한 종반을 맞이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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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수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