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리그 공식기자로 5일 내내 정신없이 뛰다보니 뉴스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한, 아니 다루기 애매한 사진이나 해프닝, 가십거리가 종종 있다. 이런 '숨은 1인치'를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재미가 별로일지라도 넓은 아량으로 가볍게 읽어 주시면 좋겠다.
1탄 - 적막을 깬 대국장 소동 사건
시간을 좀 거슬러올라간다. 4월 27일. 밤 11시를 약간 지난 시간으로 기억한다. 최규병 감독이 이끄는 대구 영남일보와 윤기현 감독의 전남 대방 노블랜드의 대결. 스파르타식 감독과 자율을 강조하는 감독간의 대결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 경기였다. 마침 영남일보 김지석 선수가 극적인 반집 역전 드라마로 대국을 끝내고 대방 노블랜드의 박영훈 9단과 열띤 복기를 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 '쨍그랑'. 대국장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큰 소리가 적막을 깬다. 순간 검토를 하던 선수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본다. 고의는 아니더라도 계시원은 너무나 미안해한다. 다행히 바둑TV 카메라는 대국장이 아닌 해설장을 비추고 있다. 당연히 안방에서 구경하던 바둑팬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 리 없다.
▲ 두 선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복기에 여념이 없다. 엄청 좋던 박영훈이 막판 어이없는 실속으로 불운하게 반집패를 당한 데에 대해 회상하는 시간. 계시원은 이틈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 둘은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박영훈으로서는 아쉬움을 삭히고 김지석은 좀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계시원은 바닥을 수습하느라 머리만 조금 보인다.
▲ 조그만 컵 하나지만 바닥은 장난이 아닌 듯 싶다. 다행이 방송 카메라는 없지만 빨리 수습하려는 생각에 마음만 앞선다. 선수들은 여전히 검토에 몰두하느라 정신없긴 마찬가지다.
▲ '애고 힘들어라'. 좀 도와주면 안되나? 계시원은 그런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기자도 사진 찍기에만 정신을 쏟는다. 지나고 보니 좀 미안하다.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꼭 도와주련다.
▲ 드디어 바둑TV 직원이 올라간다. 백말을 타고 나타난 기사는 아니더라도 좀 안심이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뿜고 함께 마무리를 한다. 검토는 아직 중천인 듯 싶다.
▲ 계시원은 이제 집을 향해 대국장을 빠져나간다. 난, 어쩌다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지나고 보니 좀 우습다. 김지석이 선배 박영훈을 쳐다본다. 언제까지 복기할 거예요?
▲ 그녀가 정말 없다. 김지석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까, 안 했을까? "영훈이 형 나 승자인터뷰 해야 하는데…." 박영훈도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리라. "좀 기다려봐. 다 진 바둑, 막판에 역전승하니 너무 꿀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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