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은 악동의 이미지를 지녔다. 길고 섬세한 손 맵시, 깊고 서늘해 보이는 눈과 순하게 내리뻗은 속눈썹,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질풍노도의 장난끼, 이세돌과 비슷하지만 또한 이세돌과는 매우 다르다. 이창호에게 줄곧 승리를 거두며 강자로 떠올랐다. 이점 때문에 팬들의 원성을 '쵸쿰' 받았다. - '왜 이창호에게만 강한 거냐고'
박영훈은 프로에 입문했을 때 이창호의 뒤를 잇는 '어린 왕자'였다. 눈을 초승달처럼 가늘게 뜨고 씨익 웃는 모습은 투사나 승부사라기보단 귀공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이창호는 정밀한 끝내기와 부동심으로 유명했고, 박영훈은 그 '끝내기' 분야의 종결자에 가깝다. 박영훈 만큼 후반 계가를 정밀하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천재프로기사들이 후반의 끝내기 계산을 귀찮아하는 반면 박영훈은 재미있어했다. 이 점은 무척이나 독특한 것이었다.
두 프로가 십단전 무대에서 만났다. 구태여 세상의 모든 바둑을 '이창호'와 '이세돌' 두 개의 기풍으로 나눈다면 그래서 꼭 그 틀에 이 두 사람을 집어 넣어야만 한다면, 박영훈은 이창호, 강동윤은 이세돌을 닮았다. 물론 기풍이라는 게 정형화 된 것만은 아니어서 박영훈도 기회가 되면 격렬하게 싸우고, 강동윤도 반집을 이길 거 같은 확신이 있으면 반집의 길을 걷는다.
'속기에 최적화된 스타일'이라는 평은 강동윤이 더 많이 받는다. 난전에 강하고 수읽기가 좋다. 그러나 과거의 전적은 박영훈이 더 좋다. 타이틀 획득 수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박영훈은 세계대회와 국내대회를 모두 합해 18번 우승했다. 강동윤이 6번 우승한 것에 비해 성과가 높다.
원익배는 초속기 방송대국이다. 누가 더 유리할까? 두 프로는 결승무대에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강동윤이 '속기의 왕자'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최근 14연승을 달리고 있는 박영훈이 타이틀 하나를 더 추가할까? 박영훈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승부'끼'가 저평가 되어 있다,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 고백했으며, 강동윤은 자신의 마음에 자극을 주기 위해 최근 머리를 짧게 잘랐다. 양측 모두 최상의 컨디션이고 각오도 대단하다.
전기 대회에서는 최철한이 강동윤에게 2-0으로 승리하며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다. 제8기 원익배 십단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원.
○●제8기 원익배 십단전 결승3번기 일정
제1국 4월 1일(월) 오후 9시 바둑TV스튜디오
제2국 4월 2일(화) 오후 9시 바둑TV스튜디오
제3국 4월 9일(화) 오후 9시 바둑TV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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