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첫 선을 보인 스타크래프트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1년 이상의 장기집권이 어렵다는 온라인 게임의 척도를 완벽히 먹어버린 이 괴물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기하학적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가히 온라인 게임의 혁명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스타크래프트의 속성을 빗대 어느 한 기자는 스타크래프트가 제2의 바둑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5000년의 바둑과 12년의 스타크래프트가 비교우위대상이 될 수 있을까? 독자들도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지 궁금하기만 하다.
바둑용어를 빗댄 사회 문화 예능 방면의 말말말들을 정리해봤다.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의 바둑격언처럼 한 수 한 수 작은 전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삼성생명 이수창 사장의 신년사. 눈은 반상 전체를 봐야 하지만 한 수 한 수는 작은 전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착안대국 착수소국의 뜻을 전하며 2010년을 삼성생명 제2의 르네상스로 만들자는 새해각오를 전했다.
치열한 패싸움 끝에 백(白)이 중원을 잡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바둑알이 승부를 갈랐다. 많은 사람이 묘수였다며 감탄한다. 하지만 그뿐이랴.
마지막 한 알이 적진의 심장부를 초토화하기 전 던져진 다른 바둑알의 활약상에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흑(黑)의 야심 찬 반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면 마지막 한 알은 묘수가 아닌 ‘패착’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이코노미스트 이윤찬 기자의 기사에서 발췌. 한국의 차세대 원전 APR1400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는 것을 바둑으로 묘사했다.
바둑격언 중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란 말이 있듯이 내가 안전하게 살아야 상대를 잡으러 갈 수 있다. 수비가 탄탄한 팀이 항상 안정된 전력을 자랑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이상 수비와 공격 개념은 없어졌다.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수비의 시발점이며 골키퍼는 공격의 시작이다. 토털사커를 하고 싶다.
-축구 국가대표 허정무 감독의 신년 인터뷰 중. 아마4단의 기력을 가지고 있는 허정무 감독은 종종 바둑격언을 들어 축구철학을 설명한다.
꽃놀이패라고요? SK가 바닥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남들이 인정해주는 바닥은 아니잖아요.
-SK프로농구단 신선우 감독의 인터뷰 중. 재정도 좋고 좋은 선수도 많은 SK이기 때문에 감독직을 맡는 건 꽃놀이패와 같은 선택이 아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취미가 무엇인가?
라디오 할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다. 바둑은 인터넷 바둑으로 4단 정도 한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만 빼고 내리 60시간을 바둑만 둔 적도 있다. 내가 어디에 한번 빠지면 완전히 빠진다.
- '지붕 뚫고 하이킥'의 김병욱PD 인터뷰 중.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란 신조어는 삽시간에 전국민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엄청난 유명세를 치렀다. 김병욱PD는 자신의 취미가 바둑이라며 60시간을 꼬박 인터넷 바둑에만 할애했다는 바둑폐인의 내공을 소개하기도 했다.
내년이 60년 만에 찾아오는 경인년 백호랑이해라 하는데, 이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복이 많다는 소리를 들어 기분이 좋다.
-한해원 3단의 신랑인 개그맨 김학도씨의 인터뷰 중. 둘째가 백호랑이해인 2010년에 태어날 예정이라한다.
세계 최초 프로게이머로 알려진 신주영과 이기석이 '신지식인'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60만명의 팬을 거느린 '테란의 황제' 임요환 같은 억대 연봉의 프로게이머들까지 등장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위상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으며 '제2의 바둑'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일보 박태우 기자의 기사에서 발췌. 스타크래프트의 위상을 조명하는 부분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제2의 바둑이라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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