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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호도장이 자랑하는 연구생1조 3총사로 이들은 사이버오로를 종횡무진하는 무서운 왕별 트리오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둑잡지 '월간『바둑』9월호'의 연재물입니다. 곧 발간되는 10월호 [왕별★ 스타열전] 주인공은  신예왕별 '띨띨한 박사'입니다.

대화명에 관하여

사이버오로엔 유명한 ‘왕별★ 브러더스'가 있다. 이름하여 ‘깔아’ 브라더스! 바로 ‘두점깔아’와 ‘세점깔아’가 그들이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이름난 아이디(대화명)를 오마주(hommage :경의)의 표시로 모방하거나 혹은 비슷하게 패러디하는 예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스타와 팬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대부분이다. 가령 고수(왕별★ 스타)와 바둑팬(바티즌) 간의 관계, 예를 든다면 ‘푸른별바다’ 7단★과 비슷한 ‘푸른바다별’ 같은 대화명이나 ‘영고수’ 7단★의 팬임을 대놓고 밝히는 ‘영고수팬’이란 대화명이 그렇고 ‘악동스™’이란 대화명도 ‘악동스’ 7단★과의 상관관계에서 출현한 대화명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점깔아’와 ‘세점깔아’란 대화명도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작명인 듯한데 특이한 건 이들 둘 다 쟁쟁한 왕별★ 7단이라는 점이다. ‘오제자’ 7단★의 경우처럼 오청원 선생을 흠모해 스스로 “오청원 9단의 제자”를 자처하고픈 마음에 지은 대화명이 아니라면 원조인 듯한 ‘두점깔어’를 표절(?)한 게 ‘세점깔아’라는 얘기인데…. 일단 ‘깔아’라는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꿇어”라는 명령조를 연상시켜 은근히 고압적이고 도발적이다. 누구나 “두점 깔고 덤벼”라는 선전포고인데 ‘세점깔아’는 아예 한술 더 떴다. 필시 가까운 사이거나 형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에 뒷조사를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양재호도장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원생이었다. 다만 친형제간은 아니었고 선후배간이었다. ‘두점깔아’가 선배, ‘세점깔아’가 후배였다.

마침 사이버오로에서 새로 시작한 ‘3대도장(허장회-양재호-유창혁) 연승대항전’ 1회 대회에서 양재호도장이 우승한지라 방주격인 양재호 9단을 한번 인터뷰하려던 참이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두점깔아, 세점깔아 ‘깔아 브러더스’가 3도장대항전에서 양도장 대표로 나선 전사들이었고 따라서 이번 오로왕별스타 취재는 ‘일타이매’ ‘일석이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방주에게 취재전화를 넣었더니 한 사람을 더 추천한다.“우리 도장에는 현재 한국기원 연구생 1조에서 뛰고 있는 원생이 3명 있습니다. 만나고 싶어 하시는 두점깔아와 세점깔아가 그 셋 중 둘이고요, 또 한명이 ‘에베레스트’입니다. 역시 사이버오로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왕별★ 7단이지요. 이왕 취재할 바엔 이 세명을 묶어 해보시는 건 어떨는지요? 우리 도장이 자랑하는 3총사이거든요.”이래서 차후 취재대상 선상에 올라 있던 에베레스트 7단★까지 포함한 세명의 왕별스타를 세트(?)로 소개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두점, 세점깔아도 그렇지만 에베레스트란 대화명도 좋게 해석하자면 자신감의 표출이지만 좀 삐딱하게 작명풀이한다면 시건방지긴 마찬가지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하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 에베레스트다. 그 높은 산정에서 아래를 굽어본다는 속뜻이 숨어 있으니 이 또한 상대들을 내리 ‘깔고’ 본다는 말 아닌가 이 말이다.

양도장의 3총사

“프로일까? 원생일까? 아니면 일반 아마추어일까?” 바티즌(바둑을 즐기는 네티즌을 이르는 조어)이 왕별★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이다. 두점깔아-세점깔아-에베레스트의 정체에 대해선 자동으로 풀렸다. 양재호도장의 원생으로 프로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기원 연구생 1조(12명)의 실력자라는 사실. 좀더 힌트를 드린다면, 나이는 두점깔아-에베레스트-세점깔아 순이다. 두점깔아는 호리호리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 햇살 같은 웃음을 늘 만면에 띠고 있어 보기만 해도 절로 밝아지게 만드는, 흡사 스승(양재호 9단)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다. 바둑공부하는 건 별로지만 바둑 두는 것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지방 연구생시절 동문과 앉은자리에서 하루 40~50판을 둔 적도 있었다니…. 산만한 성격을 고치려고 처음 바둑돌을 잡았지만 정말 좋아서 스스로 프로 입문을 선택했다.

에베레스트는 8세에 시작했는데, 바둑의 바자도 모르는 이모 손에 이끌려 배우게 된 것이 특이하다. 맞벌이하는 부모가 이모집에 맡겼고 “정말 할 게 없어서”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어깨가 떡 벌어지고 여드름이 한창 오돌도돌 돋아나는 것이 겉멋도 좀 부릴 나이. “여자친구가 가장 많이 따르지만 반면 많이 차이는 타입 아니냐”는 농담에 두점깔아가 “어떻게 아셨냐”며 깔깔대며 맞장구를 친다.

세점깔아는 한눈에 보기에도 박정환 프로를 떠올리게 한다. 말수도 없고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고 우물우물 삼키는 10대 초반의 나이다. 6세 때부터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고 전국어린이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유망주다. 나이로 보면 이세돌-강동윤-박정환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사이버오로가 주최하는 월간랭킹최강전에서 두점깔아가 준우승 한번, 에베레스트가 4강에 3번이나 오른 데 비해 세점깔아는 지금까지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지만 근래 일취월장해 셋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대화명이 독특하다. 상대방을 은근히 긁는 이름인데, 직접 지은 건가요? 대화명으로 인해 빚어진 에피소드도 제법 있을 것 같은데….

(두점깔아) “제가 지은 게 절대 아닙니다. 연구실 사범님께서 지어준 대화명이에요. 바둑을 이상하게 두면 대화창에 ‘니가 깔아야지, 니가 깔아!’ 하는 야유도 터지지만 절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에베레스트) “저도 다른 사람이 지어줬어요. 그런데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아요. 아저씨 같은 냄새가 나서….”이때 맏형인 두점깔아가 한마디 한다. “실제 아저씨 같이 행동하는데요 얘는…. 대국내용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회원들과 가끔 심하게 싸우기도 하는 걸 보면 저희보다 확실히 어른이죠. 하하.” (세점깔아) “제가 지었어요. 두점깔아 형을 따라 지은 거죠.”- 헉, 그렇다면 두점깔아보다 한점 더 깔라고 소리친 격인데 이것은 다분히 선배보다 자신이 세다는 공표 아닌가? (두점깔아) “하하, 자기 입으로 말하긴 그럴 거고…. 이젠 더 세죠.”- 두점깔아도 비아냥을 듣는 판에 세점깔아는 더 듣겠네?(세점깔아) “대화창을 별로 안 봐서…. (얼굴색 하나 안 변한 채) 이긴 대국이 더 많아서 그런 얘긴 별로 안 듣는 거 같은데요….” (^^;; 음, 당돌하다.)

- 서로의 기풍에 대해 평한다면?

(두점깔아) “세점깔아는 수읽기가 셉니다. 집바둑을 선호하고